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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에 흔들리는 조세정책…종교인·재외공무원 과세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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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정부의 조세정책 기조가 흔들리고 있다. 정치권에 떠밀린 이른바 '부자증세'로 대기업과 고소득 봉급생활자에 대한 세 부담이 늘어나게 된 반면에 종교인과 공무원 재외국민수당에 대한 과세는 조세당국의 기대를 비껴나가고 있어서다.


김낙회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23일 국회를 통과한 세법 개정안 후속 시행령 개정 추진계획을 브리핑하면서 지난해 무산된 종교인 과세 재추진 의지를 밝혔다. 김 실장은 "현재 종교인 과세 방안에 대해서는 종교단체와 원칙적으로 합의했지만 좀 더 구체적인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다음 달 임시국회에서 통과되는 것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월 임시국회에서 종교인 과세법안에 대해 종교단체와의 협의가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애초 오는 2015년부터 종교인 소득에 4.4%의 일률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지난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조세소위에서는 종교인 과세를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심의했다. 그러나 소위위원들 사이에서 과세 취지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소득항목, 과세방식 등 세부 사안에서 이견을 보였다. 결국 정부와 종교계, 정치권이 추가로 협의해 합의한다는 것을 전제로 내달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종교계의 표심(票心)을 자극하면서까지 과세를 밀어붙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 정부와 정치권, 종교계의 극적 타협이 없는 한 종교인 과세는 올해도 물거품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종교계에 따르면 기재부 관계자들은 최근 서울 한국장로교총연합회를 방문해 종교인 과세와 관련해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기독교계는 현행대로 자발적 납세를 활성화하고 납세에 부정적인 교단이나 교회는 기독교사회복지기금을 만들어 세금 대신 출연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납세의 의무를 지키자는 정부와 자발적 납세를 요구하는 종교계 간의 이견을 좁히는 과정이 험난할 수밖에 없다.


고위 공무원의 재외 근무수당에 대한 과세도 무늬만 과세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기재부는 애초 세법개정안에서 공무원의 재외 근무수당 가운데 월 100만원이 넘는 수당에 대해 2015년 1월부터 소득세를 매기기로 했다. 그러나 이번 시행령에서는 재외 근무수당에 대한 과세방침을 밝히면서도 재외 근무수당 가운데 일부 생활비 보전금액, 특수지 근무수당 등은 비과세를 유지하기로 했다. 소위 차떼고 포 떼고 나면 실제 거둬들이는 세금은 푼돈에 불과하다.


재외 근무수당은 공무원의 직급과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매월 원화 기준으로 적게는 200만원에서 많게는 5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 100만원 초과분에 세금을 낼 경우 연간 최소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을 내야 한다. 이에 전 세계 161개 공관에 1200여명을 내보내는 외교부는 "재외 근무수당은 초과소득이 아니라 비용보전의 성격이 강하다"고 항의했다. 이런 논리라면 재외 근무수당의 과세대상 금액이 크게 낮아진다. 특히 세부항목에 대해서는 외교부 장관이 기재부 장관과 협의해 고시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실효성은 더욱 더 낮아진다. 현재 민간의 경우 재외 근무수당을 받는 일반 근로자는 월 100만원, 건설근로자ㆍ선원에 대해서는 월 300만원이 넘을 때 소득세를 낸다.


반면에 기존에 비용으로 판단해 비과세로 처리되던 공무원 직급보조비는 근로소득으로 간주돼 2015년부터 과세된다.공무원 직급보조비는 대통령부터 말단공무원까지 직급별로 매월 지급되는 고정수당이다. 월 기준으로 하면 장관이 124만원, 차관 115만원이며 1급 75만원, 5급 25만원, 7급 14만원이다. 직급이 높을수록 세 부담도 늘어난다. 8ㆍ9급 공무원의 세 부담은 연간 7만원, 6~7급은 25만~28만원 늘어나게 된다. 100여만명에 이르는 공무원들이 2000억원이 세금을 더 내게 된다.




세종=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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