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골프채 교체로 예상 밖 고전, 올해는 "아메리칸드림 GO~"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그야말로 기사회생이다.
'아이돌스타' 노승열(23ㆍ나이키골프ㆍ사진) 이야기다. 2011년 퀄리파잉(Q)스쿨을 통해 PGA투어에 입성한 뒤 2012년 상금랭킹 49위(163만 달러)로 연착륙에 성공했다. 4월 텍사스오픈 이후에는 특히 17개 대회 연속 본선 진출이라는 일관성까지 과시해 생애 첫 우승까지 기대됐다. 지난해에는 그러나 25개 대회에서 13차례나 '컷 오프'를 당하는 부진으로 상금랭킹이 오히려 153위(39만 달러)로 뚝 떨어져 투어카드마저 날렸다.
나이키와의 스폰서 계약이 문제가 됐다. 그동안 타이틀리스트를 사용했던 노승열은 골프채와 골프공에 대한 부적응으로 곧바로 슬럼프에 빠졌다. 다행히 시즌 막판 웹닷컴투어 '파이널시리즈 3차전' 네이션와이드아동병원챔피언십 우승으로 한 방에 투어카드를 확보하는 행운이 따랐다. 2부 투어 상위랭커 75명과 PGA투어 하위랭커 75명이 출전해 이듬해 투어카드를 놓고 사투를 벌이는 무대다.
노승열은 "골프채보다도 골프공에 대한 적응에 시간이 걸렸다"며 "타이틀리스트 프로v1과는 전혀 다른 퍼포먼스가 타깃 선정과 클럽 선택에 어려움을 가중시켰다"고 했다. 당연히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1년 동안 미국의 서로 다른 잔디에서 플레이하면서 새로운 퍼포먼스에 대한 테스트를 마쳤다"는 자신감이다. 골프채 역시 체형에 맞는 '맞춤 모델'을 찾아냈다.
노승열이 바로 어려서부터 '골프신동'으로 주목받았던 선수다. 8살에 골프에 입문해 13세에 최연소 국가대표에 발탁됐다. 16세인 2007년 프로로 전향했지만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의 '나이 제한'이라는 족쇄에 묶이자 아시안(APGA)투어로 발길을 돌려 2008년 미디어차이나에서 우승했고, 2010년에는 유러피언(EPGA)투어 메이뱅크말레이시아를 제패해 순식간에 월드스타로 성장했다.
무엇보다 182cm, 76kg의 당당한 체격에서 뿜어져 나오는 30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가 PGA투어에서도 통한다는 분석이다. '토종 교습가' 최명호 프로가 가르친 '군더더기 없는' 스윙이 일품이고, 미국으로 건너가서는 부치 하먼(미국)에게 다양한 테크닉을 전수받았다. 지난해에는 '타이거 우즈의 스윙코치' 션 폴리(캐나다)를 선택했다가 지난 연말 이별하고 지금은 새로운 교습가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노승열의 아버지 노구현씨는 "연간 15만 달러나 되는 교습비를 지불했지만 폴리는 타이거에게 집중하느라 시간을 내주지 않았다"며 "대회 직전 급하게 스윙 교정을 주문해 오히려 경기력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PGA투어 진출 이후 여섯 차례나 캐디를 바꾸며 고심했던 노승열이 지난 연말 하버드대 출신의 엘리트 캐디 마크 마조와 호흡을 맞추며 진용을 새로 꾸렸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 등 외신들도 노승열을 "19세 때 이미 EPGA투어 우승 경험이 있는 선수"라는 소개와 함께 2014시즌 PGA투어 유망주로 선정해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실제 2014시즌 첫 등판한 소니오픈에서는 공동 61위에 그쳤지만 둘째날 4언더파를 작성하며 실전 샷 감각 조율을 마쳤다. 노승열은 오는 16일 밤(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킨타 PGA웨스트코스에서 개막하는 휴마나챌린지(총상금 570만 달러)에서 본격적인 우승사냥에 돌입한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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