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공기업인 한국농어촌공사의 승진 시험에서 돈이 오간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60명에 달하는 농어촌공사 직원들이 6억원이 넘는 돈을 주고 문제를 빼내 승진시험에 합격한 사실이 경찰 조사에서 드러난 것.
14일 농림수산식품부와 충남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한국농어촌공사 내부 승진시험에서 외부 출제기관 담당자와 결탁해 시험문제를 빼내 응시자에게 알려주고 금품을 받은 6명과 이들로부터 문제를 받아 시험에 응시한 25명 등 31명이 경찰에 검거됐다.
10여년간 60명에 달하는 공사 직원이 6억원이 넘는 돈을 주고 승진 시험에 합격해 '현대판 매관매직'으로 불린다.
시험의 공정성을 위해 거액을 들여 외부 전문기관에 시험 관리를 맡겼음에도 내부 구성원이 외부 기관 담당자와 공모해 문제를 유출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농어촌공사 세종·대전·금산지사 소속 윤모(54)씨는 1997년 당시 한국생산성본부 사회능력개발원 리크루트센터장 엄모(56)씨에게 접근, 2000만원을 주고 승진시험 문제를 받아 다른 동료 윤모(53)씨와 함께 합격했다.
한국생산성본부 사회능력개발원은 각종 공사의 채용 및 승진시험을 관리하는 시험 위탁기관이다.
이후 윤씨 등은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사회능력개발원이 농어촌공사 승진 시험을 관리하던 해마다 엄씨를 통해 미리 문제를 빼냈다. 이어 다른 직원들에게 접근해 1명당 1000만원가량을 받고 문제를 넘겨줘 시험에 합격할 수 있도록 했다. 2010년 3급 기계·전기 시험은 합격자의 100%가 부정 응시생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특히 문제를 넘겨주기로 한 직원에게 '술을 끊고 공부하는 척해라' '시험문제를 줄 테니 1∼2문제만 틀려라'라며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부정 합격한 사람은 확인된 것만 57명, 문제 유출로 받은 돈도 6억950만원에 달했다. 윤씨는 1억5000만원가량을 최초 유포자인 엄씨에게 주고, 나머지는 대부분 자신이 사용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엄씨 등 3명을 금품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다른 3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또 공소시효에 따라 돈을 건네고 문제를 받은 응시자 25명 가운데 업무방해와 배임증재 등 관련 혐의 인정 여부에 따라 윤모(45)씨 등 3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2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농어촌공사는 승진시험 비리에 연루된 직원 60명을 전원 파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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