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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린 'CES'…기술 선도 덫에 걸린 삼성·LG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33초

가격, 상품성 고려 안한 기술 과시형 제품 많아…혁신 부재 지적도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중국의 급부상, 일본의 추격, 미국 제조업의 부활이 문제가 아니다. 한국 전자업계가 세계 전자 시장을 선도하면서 생긴 자만심. 기술 과시욕이 지금 우리 전자업계에 닥친 가장 큰 위기다."


'CES 2014'가 끝난 뒤 국내 전자업계에 자성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전 세계 전자업계를 압도할만한 기술력을 선보였지만 정작 향후 전자시장을 이끌어 갈 주인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걱정거리다. 기술과시의 덫에 빠져 정작 혁신은 한발 물러섰다는 평이다.

14일 'CES 2014' 참관을 마치고 돌아온 국내 전자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세계 최대 105인치 울트라HD TV, 사용자가 마음대로 휘어 놓을 수 있는 TV를 통해 국내 전자업체들이 만천하에 기술력을 과시했지만 아쉬운 점이 많았다"면서 "합리적인 가격에 상품화 할 수 있는 제품보다 단순 기술 과시용 제품이 많았는데 이는 우리 전자업계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국내 전자업계는 2월 올림픽, 6월 월드컵을 맞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울트라HD TV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에 총력전을 펼쳤다. 약속이나 한듯 세계 최대 크기의 곡면형 울트라HD TV를 내놓고 리모컨으로 평면과 곡면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벤더블(삼성)', '폴더블(LG)' TV를 선보이며 경쟁 업체 대비 한 차원 앞선 기술 경쟁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전자업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혁신을 보여주기보다는 기술 과시에만 급급했다는 평이다. 전시를 참관했던 디스플레이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곡면형 TV는 보기에는 좋지만 가격이 문제"라며 "가격은 평판 TV보다 훨씬 비싸지만 100인치 이하의 화면을 곡면으로 만든다고 해서 몰입감이 크게 좋아지지는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전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번 전시회에서 바이어들에게 가장 많은 질문을 받았던 부분이 가격과 출시 가능 여부였다"면서 "기술은 훌륭하지만 가격면에서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생활가전 제품들도 프리미엄 제품이 즐비했다. 900ℓ를 넘어선 1000ℓ급 냉장고, 초대형 가정용 세탁기, 세척 방식을 개선해 더 깨끗하게 식기를 세척해 주는 식기세척기 등이 그것이다. 모두 탐낼만한 제품들이지만 가격과 상용화 여부가 관건이다.


"제품은 좋지만 가격이 성공의 관건"이라는 평가가 이어지는 이유다. 결국은 혁신의 문제다. 기술격차는 과시했지만 소비자의 삶에 혁신을 가져다 줄만한 제품은 없었다는 것이다.


그나마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자사 역량을 총동원해 선보인 융합 기술은 주목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BMW와 함께 갤럭시 기어를 이용해 차량 에어컨을 켜고 끄거나 문을 열고 잠그는 시연을 했다. 향후 차에서 내린 뒤 갤럭시 기어를 이용해 차를 주차시키고 주차된 상태까지 확인할 수 있는 기술로 발전할 전망이다.


LG전자는 대화를 통해 가전 제품과 소통할 수 있는 '홈챗' 서비스를 선보였다. 네이버가 서비스하는 라인 메신저에서 에어컨에 "나간다"고 말을 하면 에어컨이 자동으로 꺼지고 "집에 가는 중이야"라고 말을 걸면 에어컨이 작동되는 방식이다.


전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아무리 더 좋은 제품을 만들었다 해도 과거를 답습하는데 그쳐선 안된다"면서 "전자 업계는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새 시장을 열어내며 성장해 왔는데 단순 기술과시형 제품이 아닌 소비자들의 삶 자체를 바꿀 수 있는 혁신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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