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말(馬)의 해, 말(言)의 해]금배지님, 言治부터 좀…

시계아이콘02분 39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말로 살고 말로 죽는 정치인의 말

[아시아경제 양성희 기자] 직업 정치인들에게 말은 곧 ‘밥’이다. 대의민주주의 제도 아래서 직업 정치인들의 밥줄은 곧 ‘표’이고 표를 결정짓는 유권자와 정치인 사이 소통의 도구로 가장 먼저 쓰이는 건 말이기 때문이다. 1992년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빌 클린턴의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처럼 잘 지은 캐치프레이즈 하나가 유권자의 마음을 뒤흔들어 당락을 결정하기도 한다.


[말(馬)의 해, 말(言)의 해]금배지님, 言治부터 좀…
AD

이런 직업 정치인들이 모여든 여의도는 말로 살고 말로 죽는 동네다. 말실수 한 번에 당에서 퇴출당하고 의원직까지 날아가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대 법대와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된, 한마디로 ‘잘 나가던’ 강용석 전 의원은 2010년 한 술자리에서 아나운서 모욕 발언을 해 홍역을 치렀다. 그는 당에서 제명됐고 이후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 의혹을 제기했다가 의원직에서도 물러났다.


정치인에게 있어 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윤희웅 민정치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정치인의 말은 정치인 그 자체이며 정치생명과 직결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치는 말의 예술이며 정치는 100% 말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갈등을 해결하는 역할을 해야 할 정치권이 ‘말’로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 문제이며 이는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아닌 정치 파괴범과 같은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정치인의 말 한마디는 그의 정치철학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에 울림이 크고 무겁다. 막스베버는 그의 저서 ‘소명으로서의 정치’에서 정치인이 갖춰야 할 자질로 열정과 책임감, 그리고 균형감각을 꼽았다. 이 세 가지 요소는 전부 ‘말’에 적용해볼 수 있다. 열정만 앞서 포퓰리즘에 입각한 말을 남발해서는 곤란하고 책임감과 균형감각이라는 덕목을 함께 갖춰야 말다운 말을 전할 수 있는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인문교양학부)는 “정치인들의 말은 항상 책임감을 담보해야 한다. 뱉은 말은 전부 정치인 스스로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고 말했다.


하지만 누구보다 말을 정확히, 또 적확히 사용하며 그 말에 책임을 져야 할 정치인들이 ‘말’ 때문에 국민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곤 한다. 말이 그들의 신뢰도를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2월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의 5.6%만이 국회를 신뢰한다고 응답했다. 다른 나라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해 말 미국의 여론조사업체 갤럽이 성인 1031명을 대상으로 직업별 신뢰도 조사를 한 결과 정치인이 로비스트와 더불어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의 말도 연일 문제가 되고 있는 현실이다. ‘불통 논란’에 휩싸인 박근혜 대통령이 소통이란 단어를 본래 뜻에 부합하게 쓰고 있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잇따르기도 한다. 소통의 사전적 의미는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이다. 지난 6일 박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소통에 대해 운을 뗐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우리 사회를 보면 불법으로 막 떼를 쓰면 적당히 받아들이곤 했는데 이런 비정상적인 관행에 대해 원칙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소통이 안 돼서 그렇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소통을 위한 전제조건은 모두가 법을 존중하고 지키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이 적용·집행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원칙대로 하는 것이 불통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자랑스러운 불통”이라고 한 말과 맥락을 같이 한다.


박 대통령의 사례처럼 말을 정확하고 적확하게 사용하지 못해 질타를 받는 경우와 더불어 무책임한 말을 남발해 정치 냉소주의를 불러오는 사례 또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무책임한 말은 선거 때 폭증한다. 표에 눈이 먼 정치인들은 ‘산타’가 된 심정으로 유권자들에게 선물 보따리를 늘어놓지만 정작 이행되는 공약은 그리 많지 않아 결국 그들은 거짓말쟁이가 돼버린다. 지난해 5월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19대 국회의원들의 총선 공약 이행률을 분석한 결과 전년도 기준 10건 중 1건만이 이행 완료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18대 국회의원 총선 공약 이행률은 35%를 기록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제18대 대선 경제민주화 공약은 10개 중 2개만이 이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박근혜정부의 핵심공약인 경제민주화 관련 공약 이행률은 22%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치권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데 한몫하는 건 정치인들의 막말 퍼레이드다. 여야 할 것 없이 경쟁하듯 막말을 쏟아내는 풍경은 이미 익숙하다. 막말이 워낙 일상화되다 보니 한 달만이라도 하지 말자는 제안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은 지난 2일 새정치추진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1월 한 달이라도 막말 없는 정치의 모습을 약속하자”고 제안했다. 지난해 논란을 불러온 홍익표 민주당 의원의 ‘귀태’ 발언처럼 막말 사례는 일일이 다 언급할 수 없을 만큼 많다. 막말 행태를 근절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선 정치권 안팎에서 논의가 활발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대책은 없다.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이 이른바 ‘국회의원 막말 금지법안’을 지난해 7월 대표 발의했지만 아직 계류 중이다.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전문가들은 결국 유권자들의 신중한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인들의 막말 등은 효과가 있어서 계속되는 것이다. 핵심지지층에겐 ‘표’로 돌아오기 때문”이라며 “결국 유권자들의 판단에 달렸다. 막말을 법안으로 규제하기보다는 유권자들이 벌을 주는 쪽으로 근절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양성희 기자 sunghe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