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량통제 세계지배" 음모론에 중국 당국도 난감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중국에서 미국 유전자변형작물(GMO) 반대가 중국 내 곡물 작황과 애국주의, 마오쩌둥(毛澤東)사상, 반미주의가 기묘하게 결합돼 전개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11월 이후 약 2개월 동안 미국산 옥수수에서 충해에 강한 유전자인 MIR 162가 발견됐다며 선박으로 운송하는 12회분에 대해 통관불가 판정을 내리고 선적지로 돌려보냈다. MIR 162 유전자는 중국 농업부의 인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이 유전자를 포함한 옥수수를 중국에 들여놓지 못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수입하는 옥수수 중 미국산이 94%를 차지한다. 지난해 들어 10월까지 중국이 수입한 미국산 옥수수는 150만여t이었는데, 12회에 걸쳐 퇴짜를 놓은 옥수수가 54만5000t에 이른다.
중국은 앞서 2012년에는 미국산 옥수수를 전량 통관시켰다. 중국이 지난해 말부터 통관에 까다로워진 데에는 식품안전 문제 외에 중국의 곡물 작황이 좋다는 사실이 작용했다고 WSJ은 추측했다.
중국의 국유 국립곡물유류정보센터는 지난해 곡물 생산량을 전년보다 4.6% 증가한 2억1500만t으로 추산한다. 미국 농무부는 2.1% 증가한 2억1000만t으로 추정한다.
정치ㆍ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애국심에 호소하는 음모론적인 GMO 반대 운동이 고조되면서 중국 정부가 곤경에 처하게 됐다며 이것이 통관이 엄격해진 배경이라고 풀이했다. 한 퇴역 소장은 관영 매체 기고에서 미국이 덫을 놓고 있으며 그 결과는 아편전쟁보다 더 심각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통관 당국은 아니지만 중국 정부 내에서도 음모론을 믿는 공무원이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한 공무원은 군 장교 교육용으로 "미국이 GM 음식을 공격적으로 판촉하기 위해 전략적인 자원을 동원하고 있다"는 나레이션이 담긴 비디오를 만들었다. 이 비디오는 "미국이 세계 식량생산을 통제함으로써 세계를 지배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면의 70%가 GMO다. 중국에서 소비되는 대두 대부분 수입되고 수입의 대부분은 GMO다. 중국에서 재배되는 파파야에는 광범위하게 GM 기술이 적용된다. 중국 정부는 자국 내에서 GMO 종자를 개발하고자 하며 연구에 많은 예산을 투입했다.
중국 정부는 또 2009년에 GM 벼와 옥수수에 대해 안전성 인증을 발급해줬다. 그러나 상업적인 재배에 필요한 승인은 내주지 않았다. 중국 정부가 승인을 미루는 것은 GMO 반대 의견이 강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환경문제를 거론하는 단체는 사무실을 두 곳 이상 운영하지 못할 정도로 규제를 받지만 GMO 반대 로비는 활발하다. 보수주의자와 미국을 위협으로 여기는 골수 마오쩌둥주의자가 GMO 반대 운동에 적극적이다.
마오쩌둥주의자에게 GMO 반대는 시급한 현안이다. 경찰은 이들을 부드럽게 다룬다. 마오쩌둥주의자들은 현재 공산당 지배를 열렬히 지지하는 우호세력이기 때문이다. 중국 여론도 이들과 같은 편이다. 지난해 11월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약 80%가 GM 기술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GMO를 지지하는 움직임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10월 중국 언론에 따르면 중국의 원로학자 61명은 정부에 GM 농작물 상업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탄원서를 냈다. 중국 농업부는 GM 식량의 장점을 대중에게 알리는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생 중 많은 수가 자신의 애국심을 어떻게 표현할지 궁리하는데, 사람들이 GMO에 반대하는 것이 애국적인 행동이라고 말한다. 그러자 학생들은 '좋아, 나는 GMO에 반대할 거야'라고 말한다." 탄원서에 서명한 한 학자가 한탄했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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