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의 정확도에 드라이버, 우드의 비거리를 갖춘 '고수들의 클럽'
[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드라이빙 아이언이 뭐예요?"
골프채가 진화를 거듭하면서 최근에는 '성능의 혼합'이 또 하나의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가솔린이나 디젤 등 액체연료와 전기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처럼 골프채도 '하이브리드'가 있다. '유틸리티'도 비슷한 맥락이다. 드라이빙 아이언도 마찬가지다. 유틸리티 아이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름부터 두 가지 성능이 합해져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 "아이언으로 티 샷을?"= 오래전에는 1번 아이언을 '드라이빙 아이언'이라고 불렀다. 현대의 골프는 그러나 드라이버와 우드가 쉬워지면서 더 이상 긴 아이언이 필요 없게 됐고, 첨단 기술의 접목으로 아예 1~3번 등 롱아이언을 아이언 세트에서 제외시켰다. 프로선수들은 물론 아직도 코스에 따라 드라이브 샷을 할 때 1~3번 아이언을 요긴하게 사용한다. 이른바 드라이빙 아이언이다.
지난해 US오픈의 개최지 메리온골프장처럼 페어웨이가 좁고 빠른 코스에서 매우 효과적이다. 당시 출전선수 가운데 1% 이상이 드라이빙 아이언을 들고 나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드라이버보다 샤프트가 짧아 정확도와 컨트롤을 훨씬 높여준다. 당연히 페어웨이우드 대신이다. 우드가 비거리는 보장되지만 런(구르는 거리)이 많다는 점에서 그린을 공략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효과적일 수 있다.
하이브리드는 우드에 비해 정교한 플레이가 가능하지만 원하는 거리를 내기가 어렵다. 드라이빙 아이언이 오히려 두 클럽의 장점을 더한 셈이다. 그렇지만 소위 '쉬운 클럽'은 절대 아니다. 아마추어골퍼들은 오히려 비거리와 정확도를 모두 잡기 위해 하이브리드가 바람직하다. 드라이빙 아이언은 목적은 비슷하지만 프로골퍼를 포함해 '1%의 고수'를 위한 골프채라고 보면 된다.
매트 닐리 아담스 클럽설계가는 "탄도가 하이브리드에 비해서는 낮지만 (같은 번호의) 우드보다는 높다"며 "상급자를 위한 비장의 무기"라고 설명한다. 하이브리드보다 띄우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아마추어골퍼들에게는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다.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아마추어골퍼들은 드라이빙 아이언보다 더 긴 샤프트로 더 빠른 헤드스피드를 만들어 주는 5번 우드가 오히려 더 낫다"고 조언한다.
▲ 스콧과 강경남의 '우승 무기'= 지난해 '꿈의 메이저' 마스터스에서 호주 선수 최초로 그린재킷을 입은 애덤 스콧이 우승 당시 드라이빙 아이언을 사용해 다시 주목받고 있는 추세다. 바로 타이틀리스트 712U 2번(18도)이다. 기존의 CB와 MB아이언의 2~4번과 로프트는 같지만 오프셋을 키워 부담스러운 롱 아이언의 어드레스를 좀 더 쉽게 디자인한 모델이다.
김현준 타이틀리스트 홍보팀장은 "2005년 503H라는 제품 이후 후속 모델이 출시되지 않다가 선수들의 요구로 무려 8년 만에 새로 개발됐다"며 "현재 제프 오길비와 팀 클라크 등이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강경남(30ㆍ우리투자증권)이 지난해 해피니스광주은행오픈에서 '우승 이글'을 터뜨려 유명세를 탔다. 최종일 17번홀(파5) 220야드 지점에서 712U 3번으로 두 번째 샷을 해 공을 홀 10cm 옆에 붙여 결정적인 이글을 잡아냈다.
국내에서 출시되는 제품들은 제한적이지만 미국에서는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아이언"이라며 드라이빙 아이언의 재등장을 반기는 분위기다. 핑은 랩처 2번 아이언, 딱 하나만 출시했다. 솔이 넓고, 페이스는 평평하다고 할 정도로 거의 세워져 있는 디자인이다. 존 솔하임 핑 회장은 "다재다능한 클럽"이라며 "샷 메이킹을 위해 보다 전문적인 역할을 수행해 줄 것"이라고 자랑했다. 미즈노는 룰 규정의 반발계수에 가까운 수준까지 스프링 효과를 끌어올린 MP-H4를 선보였다.
손은정 기자 ej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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