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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금 돈 안되고, 월세 비어있고…가진 집이 '웬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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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하는 집의 경제학1-2] 집주인이 본 전세시장
수익성 떨어져 전세매물 줄고…월세매물 넘쳐 찾는 사람 없어
집주인 4명 중 1명은 전세금 올려 대출 조기상환

전세금 돈 안되고, 월세 비어있고…가진 집이 '웬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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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서울 약수동 한 아파트(전용면적 84㎡)를 소유한 김민수씨는 전세 재계약 시점이 다가와 월세 전환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그 사이 금리가 너무 낮아졌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보증금 2억원, 월세 50만원에 매물을 내놨다. 하지만 전세일 때 꾸준했던 문의전화는 보증부월세로 돌리자 뚝 끊겨 세입자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09년 김포 한강신도시의 한 아파트(전용면적 85㎡)를 3억2000만원에 분양받은 김형기씨. 집값 상승 기대감에 분양가의 60% 가량을 대출받으면서 생활고에 시달렸다. 한동안 세입자 구하기도 힘들었던 김씨는 최근 서울에서 밀려난 전세수요 덕분에 과거보다 두 배 높은 전세금에 세입자와 계약, 대출 상환에 성공했다.


전세냐 월세냐, 최근 아파트를 가진 집주인들이 고민에 빠져들었다. 집을 전세로 내놓으면 문의 전화가 빗발친다. 공인중개사들이 사진만 보여줘도 당장 계약을 하자는 세입자들도 있다. 전세금을 수천만원이나 올려도 마다하지 않는다. 전셋집 주인은 이른바 '갑'의 지위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문제는 수익성. 전세금을 아무리 올려도 돈을 굴릴 만한 데가 없다. 금리는 고작 2%대. 전세보증금을 5000만원 올려봐야 매월 돌아오는 수입은 10여만원에 불과하다. 세금, 중개수수료 등을 내고 나면 남는 것도 없다는 게 집주인들의 하소연이다.


그렇다고 월세로 돌리기엔 부담스럽다. 문지방이 닳도록 집을 보러 오던 사람들도 월세로 돌리고 나면 발길이 뚝 끊긴다. 집 보러 온다는 전화조차 받기 힘들다. 월세 매물이 너무 많아서다. 가끔 오는 사람들도 막상 계약을 하려들면 "월세가 비싸다", "보증금을 조금 올리고 월세를 깎아달라" 등 골치 아픈 줄다리기에 진이 빠진다. 전세에서 월세로 돌리는 순간 '갑'은 '을'이 된다.


높은 보증금을 감수하고서라도 전세로 살고 싶어 하는 이들이 늘어난 이유는 간단하다. 근본적으로는 집값이 오른다는 기대 자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거금을 들여 집을 사봐야 어차피 가격이 떨어져 손해를 볼 것이라는 게 다수의 의견이다. 과거처럼 돈이 없어서 집을 못 사는 게 아니라 돈이 있어도 시세 차익을 볼 수 없기에 자가보다는 전세로 사는 게 이익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아파트 전세금이 아랫집 매매가보다 비싼 사례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전세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전세 매물을 내놓는 집주인들은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금리가 낮아지고 불경기에 투자처마저 변변찮아지면서 집주인에게는 전세보다 월세가 더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조사를 봐도 2000년 전체 주택의 28.2%를 차지하던 전세는 2012년 21.8%로 줄었다. 반면 보증부월세는 10.7%에서 18.6%로 7.9%포인트 상승했다.


월세를 받는 게 좋지만 세입자를 찾기 어렵다보니 전세금을 크게 올리는 쪽으로 방향을 튼 사람들도 적지않다. 전세금이 가파르게 상승한 이유 중 하나다. 세입자를 애타게 찾던 김포한강 등 2기 신도시와 용인 등 미분양 누적지 집주인들을 중심으로 전세보증금을 예전보다 두 배 정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빚을 많이 지고 분양을 받았지만 가격이 폭락, 세입자조차 구하기 어려워 싼값에 전세입자를 맞았다. 그러던 차에 전세난에 밀려들어온 세입자들은 이들에겐 구세주나 다름없다.


김포 한강신도시 한 중개업소 대표는 "대출 때문에 2년 전에 9000만원에 세입자를 겨우 구한 집이 올해 1억8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했다"면서 "이젠 이곳도 전세 매물이 없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한국은행 조사를 보면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집주인 가운데 대출금을 2000만원 이상 조기 상환한 집주인 비중이 26.8%(지난해 6월 기준)에 달했다. 집주인 4명 가운데 1명은 전세금을 올려 받아 자신의 빚을 갚은 것이다.


전세시장에서 '갑'인 집주인들도 이 같은 상황이 마냥 달갑지 만은 않다. 언젠가는 갑과 을이 바뀔 수 있다는 걸 오랜 시간 경험을 통해 체득했기 때문이다. 집주인들은 벌써부터 대비에 나서고 있다. 전세계약 기간이 6개월 이상 남은 상태에서 미리 재계약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만약 적정한 선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일찍 세입자 구하기에 나선다. 집주인도 불안하다는 현재의 전세시장이 만들어 낸 신풍속도인 셈이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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