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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馬)의 해, 말(言)의 해]'말'이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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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 민영화 등 말의 일방적 정의 난무 개념 불통도 심각

[말(馬)의 해, 말(言)의 해]'말'이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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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유독 '불통(不通)'에 대한 담론이 많이 오간 지난해를 넘기며 60년만의 갑오년 새해를 맞아 '소통(疏通)'에 대한 기대가 높다.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우선 그 도구로서의 말(言)이 제 구실을 해야 한다. 문법적인 질서를 갖추는 문제나 "나와 이야기하고 싶다면 먼저 당신의 용어를 정의하라"는 볼테르의 말처럼 서로의 처지에서 각기 달리 정의될 수 있는 말에 담긴 의미나 쓰임을 염두에 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말하는 이와 듣는 이 모두 그 연원이나 쓰임에 있어 크게 거리를 두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도 정확하지 않고 때에 맞지 않는 표현으로 서로의 생각을 나누지 못하는 경우도 잦다.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례로 '일절'과 '일체'를 들 수 있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일절이란 '아주, 전혀, 절대로의 뜻으로, 흔히 행위를 그치게 하거나 어떤 일을 하지 않을 때'에 쓰는 부사다. 명사로도 부사로도 쓰이는 일체는 '모든 것, 전부 또는 완전히', '모든 것을 다'의 의미를 갖는다.


이 두 표현이 바꿔 쓰이는 경우는 으레 접할 수 있지만 오용의 폐해가 상대적으로 크지는 않아 보이는 경우다. 식당가를 걷다 마주하는 '안주일절' 이라는 문구는 사전적 의미대로라면 '안주같은 건 없습니다' 일테지만, 우리는 '많은 종류의 안주가 구비되어 있다'는 '안주일체'로 곧잘 이해한다. 잘못된 표현이라도 소통의 단절까지 부르지는 않는 경우다.

본연의 의미를 아예 떠나 왜곡하는 말 쓰임새도 있다. 모 아이돌 가수가 사용함으로써 논란이 된 바 있는 '민주화시키다' 등이 그렇다. '민주'란 곧 국가의 의사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권력인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며, 민주화란 민주의 실현을 위한 과정과 노력을 일컫는 말이다. 보수성향 인터넷 사이트 이용자들이 '자신과 생각이 다른 대상을 괴롭히거나 억압해 개성을 무시하고 획일화한다'는 의미를 담아 만들어 낸 '민주화시키다'라는 신조어는 그 본뜻이나 연원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떠나버린 표현이다. 최영일 공공소통전략연구소 대표는 "사회적인 컨센서스가 약한 말들을 가지고 상대방을 설득하거나 공격하는 말 싸움이 난무하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국 만 15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언어생활에 대해 전화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가 흥미롭다. 우리글의 맞춤법이나 어법을 알고 있다고 답한 국민이 85.1%에 달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우리말이나 글을 올바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도 69.6%에 달했다.


또 잘 모르는 우리말이 나오면 국어사전을 찾는다는 사람이 62.7%에 달했지만, 주변 사람들이 말을 더 잘하고 글을 더 잘 쓰기 위해 별도로 노력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람도 70%에 달했다.스스로는 소통을 위한 기본적인 도구로서의 말과 글의 사용에 능숙하고 또 노력하고 있지만, 남들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여기는 셈이다.


소통이라는 것이 상호적임을 사회 전반이 인식하고 있음에도 관가에서 실상 일방 통행의 '홍보(널리 알림, 또는 그 소식이나 보도)'에 가까운 각종 행사들을 열어가며 무슨무슨 소통 행사라고 이름 붙이는 데 이르면 우리는 서로의 생각을 주고 받을 도구도, 무대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셈이다. 하물며 자주 들어 익숙하면서도 일상생활과는 다소 거리를 둔 어휘의 사용에 이르면 온전한 소통으로 이르는 길은 더 요원해 보이기도 한다.


이를테면 지난해 국가정보원의 대선 등 국내정치개입 사건이나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사건 등을 통해 두루 오르내린 '종북좌파'라는 표현이나, 정치인들이 자주 쓰는 말인 '국익' 등은 개개 구성원의 가치관에 따라 크게 달리 읽힐 수도 있다.


대통령직속기관 수장으로서 정치적 중립을 벗어나 특정 정치세력에 대한 찬성ㆍ반대를 조장하려 한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검찰은 그가 북한의 주의ㆍ주장을 뒤쫓는 세력은 물론 국가보안법 폐지, 주한미군 철수 등의 주장을 펼치거나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야당과 시민단체, 노동조합까지 모두 공격해야 할 '종북'좌파로 규정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북한의 주의ㆍ주장을 뒤쫓는 행위나 세력'을 칭하는 말로서의 '종북'이 특정한 정치적 이익집단의 이해와 배치되는 반대의 목소리 모두에 붙일 수 있는 꼬리표로 '전화(轉化)'한 셈이다.


갓 의미를 품기 시작한 표현을 정치권이 차용하면서 다른 방향으로 발전해가기도 한다. 평범한 인사말로 사람들의 다양한 고민과 생각들이 쏟아져 나오게끔 소통의 물꼬를 튼 것으로 평해지는 한 대학생의 대자보 속 '안녕들 하십니까'의 '안녕'은 이제 정치권의 수사로 변해 큰길 네거리마다 플래카드에서 나부끼고 있다.


정부 시책이나 특정 정치집단의 주장을 대변함에 있어 정당성을 찾는 근거로 자주 쓰이는 '국익'이라는 표현은 그 용어 자체가 '국가의 이익'을 의미한다는 데서는 오해의 소지가 낮지만 '국가'의 실질적 지칭 대상이 누구인지에 따라 소통에서 차이를 부를 수도 있다.


지난해 '언어의 배반'이라는 책을 펴낸 한동대 국제어문학부의 두 교수가 '국가'에 대해 논한 내용을 살피다 보면 '통일' 이후의 '이익'을 긍정할 수 있기까지 우리 사회에 보다 광범위한 소통이 전제되어야 함을 읽을 수 있다. 정치학자 김준형 교수는 '국가도 때로 몇몇 소수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 기능할 때가 많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공공선의로서의 국가인가? 아니면 국가를 가장한 조폭 우두머리 집단인가를 잘 살펴보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일대일의 대화부터 사회적 합의나 공권력이 제 구실을 하기까지 '말'에 담기는 저변을 살펴 인정하며 적확하게 사용하는 것이 갈등의 해소는 물론 민주주의의 역량과도 맞닿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화학과 교수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며 갈등이 생기는 건 '문화적 소통으로서의 말'을 받아들이지 못해서"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말이 통하는 사회를 위해선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는 게 먼저라며 "소통이 안 된다는 건 문화 충돌이고, 결국 자신과 다른 문화를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진정한 소통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민주주의에선 갈등이 생기는 게 당연하고 갈등 그 자체가 곧 민주주의를 뜻하기도 한다"며 "결국 그 갈등을 어떻게 잘 안정시키느냐의 문제이며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고 서로를 인정할 수 있을 때 진정한 민주주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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