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은석 기자] 친박(親박근혜)계 맏형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과 친이(親이명박)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이 8일 정면 충돌했다.
이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논의할 때가 아니다'는 발언에 대해 "정치불신을 자초하고 불통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비판하자, 서 의원이 "이명박 정부 때도 추진하지 못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두 의원의 공방으로 친박계와 친이계의 묵은 갈등이 다시 표면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포문은 이 의원이 먼저 열었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집권 2년차 '정치개혁'을 제1 추진과제로 설정해야 한다"며 '개헌'과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회 정당공천제 폐지'를 요구했다. 그는 두 가지 현안에 대해 "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공약한 사항"이라며 "돈이 안 드는 공약인 만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정치불신을 자초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개헌과 관련해 "여론조사에서 75%가 개헌이 필요하다고 답한다"면서 "대다수 국민의 의견을 따라가는 게 소통이고 반대로 가는 것이 불통"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 의원은 "집권 2년차에 정치개혁을 하지 않으면 정권 5년간 정치개혁은 하기 어렵다"며 "개헌이 필요한 이유는 국민에게 예측가능한 정치를 보여줄 수 있고 (국민) 75%가 개헌을 해야 한다고 응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의원은 박 대통령의 "개헌 논의 시 정국이 '개헌 블랙홀'에 빠져 경기회복을 저해할 수 있다"는 발언에 대해 "이해는 가지만 개헌논의 주체들의 능력에 따라 블랙홀이 될 수도, 아닐 수도 있다"면서 "2월 임시국회에서 국회 개헌특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회에 대한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해서도 "지난 대선 때 정당공천을 없애겠다고 한 것은 유효하다"며 "만약 이 부분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면 대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누가 뭐래도 금년 대한민국은 경제 살리기에 올인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서 의원은 "정치가 무엇이냐. 국민이 편하게 먹고사는 것을 해결하는 것"이라며 "마침 박근혜정부가 금년 국정목표를 경제살리기로 잡은 만큼 국회가 중심을 잡아야 하고 특히 새누리당이 매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 의원은 이 의원의 '개헌논의' 주장에 대해 "이명박 정부 때 김형오 국회의장 산하에 개헌특위를 만들었지만 추진하지 못했다"며 "(당시) 이 의원은 정권의 2인자였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는 개헌문제보다 경제를 살리는 것을 우선 과제로 둬야 한다"며 "이 의원도 말했듯 타이밍이 중요한 만큼 금년에는 박근혜정부가 온전히 할 수 있도록 당이 단합하고 화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이 의원은 지속적으로 개헌을 주장해왔기 때문에 박 대통령의 발언으로 개헌논의가 중단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면서 "지방선거 공천과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친박계와 친이계 간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관측했다.
최은석 기자 cha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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