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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판 볼커룰 대폭 완화…리카넨 보고서 유명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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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적 거래사업부 강제분리안 배제
규제 대상도 대형은행 30개에 그칠듯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마련한 은행 구조개혁에 대한 초안 내용이 당초 특별위원회가 제안한 보고서 내용보다 상당히 완화된 수준인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 집행위가 '유럽판 볼커룰'로 불리는 리카넨 보고서를 토대로 마련한 은행 규제에 대한 초안 내용을 입수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리카넨 보고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후 유럽에서 은행의 투기적 거래를 막기 위해 에르키 리카넨 핀란드 중앙은행 총재를 위원장으로 한 특별위원회에서 마련한 보고서다. 리카넨 위원회는 2012년 10월 은행 구조개혁에 대한 최종 보고서를 EU 집행위에 제출했다. EU 집행위는 리카넨 보고서를 기반으로 은행 규제에 대한 초안을 마련했는데 사실상 리카넨 위원회의 기능을 유명무실화시킨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집행위 초안에 따르면 유럽 은행들이 투기적 거래 사업부를 반드시 분리해야 하는 의무가 없어진다. 리카넨 보고서는 은행의 트레이딩 자산이 전체 자산의 5%를 넘는 경우 해당 사업부를 강제 분리토록 제안했다.


집행위 초안에 따르면 규제를 받는 대상도 역내 대형 은행 30개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리카넨 보고서는 은행의 사업 형태와 상관없이, 즉 뮤추얼 펀드나 저축은행, 대부조합 등에도 규제가 적용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뮤추얼 펀드나 저축은행, 대부조합은 물론 수천개의 중소형 은행도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EU 국채 거래에 대한 규제 내용도 집행위 초안에서는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FT는 EU 집행위의 은행 구조개혁 초안이 이달 말이나 내달 초에 발간될 것이며 이후 합의 과정이 오래도록 진행돼 2016년이나 돼야 최종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EU 집행위가 리카넨 보고서를 수정한 것은 논란을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미 리카넨 보고서 최종본 제출 후 지난 1년여 동안 격렬한 논쟁이 진행된 바 있다. 규제 강도가 너무 강해 경제 성장을 오히려 저해할 것이라는 주장과 은행이 실질적으로 받는 충격은 없을 것이고 대형 금융위기의 발단이 되는 은행의 탐욕을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정면 충돌한 것이다.


리카넨 보고서를 둘러싼 이러한 논쟁과 관련해 미셸 바니에르 ECB 집행위원은 은행 구조개혁은 필요하지만 실물경제와 자본시장에 타격을 주지 않도록 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리카넨 보고서에 불만을 나타냈던 독일과 프랑스는 최근 시스템적인 위기를 일으킬 수 있는 은행 특정 트레이딩 사업부를 분리하는 방안과 관련해 별도의 감독기구가 이를 결정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리카넨 보고서가 제안했던 강제 분리를 거부하는 방향인 셈이다.


결국 이 같은 독일과 프랑스의 태도를 감안하면 특정 은행 사업부의 분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최근 은행 감독 기능 역할을 확대한 유럽중앙은행(ECB)이 맡을 수 있다고 FT는 예상했다.


최종 합의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은행들의 자기자본 거래 규제는 2018년이나 돼야 적용될 것이라고 FT는 예상했다. 또 특정 트레이딩 사업부의 분리도 2020년이나 돼야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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