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스티브 잡스 창업자 사후 옛날 같지 않다는 말을 많이 듣는 것이 요즘 애플이다.
잡스가 직접 지명한 그의 후계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에 몰입했던 창업자와는 다른 방식으로 회사를 경영해 나가고 있다.
쿡은 잡스가 시장에 나오자마자 사망할 것이라고 일갈했던 7인치 화면의 아이패드 미니를 내놓았다. 아이폰 5c를 출시하며 저가 아이폰을 선보였다. 잡스가 스마트폰의 표준화면 사이즈라고 규정했던 3인치는 벌써 폐기했다.
주가 하락에는 주주 배당, 자사주 매입이라는 처방전을 내놓았다. 잡스시절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정치적인 변화도 엿보인다. 최근 미국 주요 정보기술(IT)기업의 최고경영자들과 함께 백악관을 찾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앞자리에서 마주보고 앉아 있는 그의 모습은 애플의 영향력을 과시하는 듯 했다.
쿡 CEO는 '기부 짠돌이'라는 애플의 이미지도 바꾸고 있다. 잡스시절 애플은 기부와는 거리가 먼 회사였다. 그런데 쿡은 이번 크리스마스를 맞아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올해 애플의 성과를 되돌아보고 내년에 대한 전망을 하는 가운데 애플의 기부에 대해 이례적으로 소개했다.
애플은 태풍 하이옌 피해자 지원을 위해 국제 적십자사를 후원하는 등 수천만달러의 기부금과 구호물품을 주요 자선재단에 전달했다.
쿡 CEO는 애플의 사실상 2인자인 조니 아이브가 세계 3대 산업디자이너로 불리는 마크 뉴슨가 아일랜드의 록그룹인 U2의 리더 보노와 함께 RED 재단 기부를 위해 진행한 경매 행사를 기부의 혁신으로 표현했다.
두사람이 함께 만든 금속 책상이 168만5000달러, 디자인에 참여한 스타인웨이 피아노는 192만5000달러에 주인을 찾았다. 두사람의 손을 거친 라이카 카메라는 180만5000달러, 신형 맥프로는 97만7000달러에 팔렸다. 물론 수익금을 모두 기부됐다.
쿡이 “우리는 제품뿐 아니라 사업의 방식과 사회환원에서도 혁신을 이루고 있다”고 할만큼 이번 행사는 기부 문화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큰 관심을 끌었다.
그는 환경문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스타 루 게릭의 은퇴사를 인용해 “이렇게 훌륭한 회사에서 여러분과 함께 일하게 된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라고 말한 팀 쿡은 내년에 애플이 큰 계획으로 소비자들을 놀래줄 것이라고 했다.
정말 그의 예고대로 애플이 기부의 혁신처럼 아이TV, 아이워치와 같은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며 또 다시 소비자들을 놀라게 할 수 있을까. 잡스의 색채를 지워나간 쿡과 애플의 새로운 도전과 삼성의 대응 속에 내년에는 새로운 혁신을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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