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성희 기자]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를 축소·은폐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대해 검찰이 징역 4년을 구형했다.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이범균)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박빙의 선거구도에서 막판 최대 이슈로 부각된 국정원 사건에 대해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며 표심에 영향을 미친 행위는 민주주의 근간을 부정하는 중대한 범죄”라면서 이같이 구형했다.
징역 2년은 공직선거법·경찰공무원법 위반 혐의, 나머지 징역 2년은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것이다.
검찰은 “김 전 청장이 국정원의 범죄 사실과 관련한 증거가 발견됐다는 사실을 보고받고도 이를 수사팀에 알리지 않은 채 대선 직전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어 “사안의 중대성을 잘 인식했던 김 전 청장이 대선 후보 지지·비방글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언론 브리핑을 강행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어기고 선거 운동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청장의 변호인은 “피고인은 누구에게도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거나 수사 방해 지시를 한 적이 없다”면서 “검찰이 경찰 내부 갈등을 부추기고 조직 사기를 떨어뜨렸다”고 반박했다.
김 전 청장은 최후 진술에서 “정치 경찰이라는 오명을 덮어쓰고 이 자리에 서서 너무나도 참담한 심정이다. 진실은 결국 밝혀진다는 말을 생각해 본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9일 피고인 신문에서도 “외압이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한 바 있다.
앞서 검찰은 정상적인 공보활동을 빙자해 특정 후보자에 유리하게 왜곡된 중간수사발표를 주도한 혐의(형법상 직권남용, 경찰공무원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로 김 전 청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경찰은 대선을 코앞에 둔 지난해 12월16일 “대선 후보 관련 비방·지지 게시글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지만 검찰 조사 결과 서울청은 증거분석 과정에서 이미 확보한 단서조차 실제 수사를 맡은 서울 수서경찰서에 넘겨주기를 거부하며 수사를 방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청장에 대한 선고공판은 내년 2월6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양성희 기자 sungh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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