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세종]
담양 특산물 가공·유통으로 100억 매출 꿈꾸는 ‘유통의 달인’
학교·연구소로 줄달음질…특허·상표등록 등 100개 아이템 보유
각별한 어린이 사랑…“삼국지의 장량처럼 시골서 훈장 될 터”
사람에게 고뇌와 고난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다행인 것은 젊은 날에 몸소 겪어낸 고뇌와 고난이 결코 헛되지 않다는 점이다. 일오삼식품㈜의 이행철(50) 대표는 이런 진리를 입증하는 증인에 속한다.
세속의 눈으로 볼 때 이 대표는 완벽히 성공한 사람이다. 경제·경영능력, 학업 성취도, 신지식인 선정이 입증한 개척자 정신, 다수의 특허 및 상표등록 보유, 술을 입에 대지 않는 절제된 생활, 명쾌하면서도 넉넉한 인품, 어린이들을 향한 끝없는 기부 노력….
뿐만이랴. 그는 모든 학업과 사업의 역사를 함께 이룬 부인 한명옥(45)씨에 대한 존경심을 간직한 행복한 남자이다. 게다가 한의사를 꿈꾸는 수말스럽고 성실한 고등학생 아들과 딸을 두고 있다.
이런 이 대표의 삶을 누누이 설명하려면 숨이 가쁘다.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한정된 공간에 요약해야만 하는 기자라는 직업에 한계를 느끼게 하는 사람이다. 30년 가까이 기계처럼 살아온 그의 삶을 다 전하려면 차라리 그의 블로그를 일러주는 게 훨씬 낫겠다 싶다.
◇방황에서 돌아와 그녀를 만나다
담양중학교 시절, 그는 매일 한 권씩의 책을 읽다시피 했다. 사람들은 책벌레라고 불렀다. 독실한 기독교 가정에서 자란 그에게 1000여권의 독서는 방황의 빌미가 되었다. 성경보다는 역사며 철학, 인문학이 그의 청소년 시절을 휘감았다.
숙명처럼 독서의 후유증은 고뇌를 불러왔고, 결국 고난으로 들어서는 다리가 되었다. 별나고 남다른 삶의 욕구는 고교 2학년을 중퇴하게 했다. 그는 무엇에 홀리듯 전주의 한과공장에서 일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발효의 신비로움에 눈뜨게 한 시절이었다. 세상에 헛된 것은 없는 법이다.
다시 현실로 돌아온 그는 검정고시를 거쳐 전남대 중문학과에 입학했다. 동양의 사상·철학의 ‘끝’을 확인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4000년 전 중국이나 20세기 말의 한국이나,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대학 졸업 후 그는 학습지 교사로 나섰다. 몇 년 동안 방문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교사 관리 업무도 맡았다. 자신이 꿈꾸던 사회생활은 아닐지언정 그는 이 시기에 두 가지 행운을 얻었다. 하나는 지금껏 동반자로서 동지로서 그림자처럼 그의 삶을 함께해온 아내 한씨를 만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어린이들에게 제대로 된 공부가 필요하다는 ‘신명(神命)’을 깨달은 것이다.
일찍이 발효음식인 감식초 제조·판매에 매혹됐던 이 대표는 1998년 무엇인가에 홀린 듯 담양의 한과 제조업체에 들어갔다. 입사하던 해에 7000만원 수준이었던 연매출이 그가 상무이사로 퇴사할 무렵인 6년 뒤에는 30억원으로 늘었다고 한다. 이 회사를 성장시키면서 그는 식품 가공·유통분야에 제대로 눈을 떴다. 그러니 세상에 헛된 것은 거의 없다.
나름의 사업을 시작하기로 작정한 그는 ‘일오삼식품’을 창립했다. 기독교에 오롯이 몸담지 않았다고는 해도 이 대표는 신명을 받은 사람인 듯하다. 법인 이름에 요한복음 21장의 ‘153’을 인용한 것만 봐도 그렇다.
성서는 베드로가 그리스도의 명을 받아 그물을 배 오른쪽으로 던지자 그물이 찢길 만큼의 생선 153마리가 잡혀 모두를 배불리 먹였다고 전한다. 그러기에 ‘153’은 사랑과 믿음, 나눔을 상징하는 숫자다. 이 대표는 “법인 이름에 늘 부담을 느낀다”며 쑥스러워 했지만 그에게 153은 사랑과 믿음과 나눔의 징표이다.
◇믿음으로 이룬 일오삼식품㈜의 기적
모든 인연은 이미 예정되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가 인수해 둥지로 삼은 일오삼식품㈜의 자리는 원래 육류를 손질해 식당에 납품하는 회사였으나 폐업 상태였다.
이 대표는 처음부터 육류든 양념이든 100% 국산을 썼다. 친환경 자연주의의 꿈은 여러 가지 어려움에 부딪혔다. MSG, 아질산염, 인산염 등 인공조미료와 첨가제를 넣지 않은 가공육은 맛도 떨어지고 보관기간도 짧은 데다 때깔도 살지 않아 거래처의 손사래를 받기 일쑤였다.
소비자들은 인공조미료나 첨가제를 넣지 않은 ‘착한’ 음식을 원하면서도 맛은 인공조미료를 넣은 것보다 빼어나기를 기대하는 ‘이중성’을 보인다. 어리석게도 우리는 물 좋고 산 좋고 정자 좋기를 갈구하고 있다.
그러나 간절히 바라는 사람은 어떻게든 답을 찾는다. 이것저것 시험해보던 이 대표에게 담양의 특산물인 대나무가 답이 돼줬다. 대나무 추출액과 댓잎가루를 첨가하자 놀랍게도 유해 미생물이 사라지고 고기냄새도 순화됐다.
이렇게 태어난 것이 ‘웰빙 지역특화 양념육’이다. 댓잎분말과 추출액이 식중독균 살모넬라, O-157 대장균에 대한 저항력이 강한 것으로 밝혀지자 ‘153식품㈜’이 가공한 친환경 유기농 제품인 양념육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초록마을을 시작으로 생활협동조합, 여성민우회, 한마음공동체, 학사농장 등 판매처가 날로 늘었다.
믿음은 힘을 주고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변칙을 쓰면 금세 탄로 난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이 대표의 철학은 사업 확장이라는 선물을 받기에 충분했다. 무항생제 인증을 받은 소고기·돼지고기와 친환경 농산물을 사용한 전통떡갈비, 죽순떡갈비, 죽순불고기, 오리떡갈비, 해물떡갈비 등을 잇따라 출시했다. 창업 초기 3억원을 밑돌던 일오삼식품㈜의 연매출은 2009년 23억원에 달했다.
일오삼식품㈜이 생산한 양념육 제품들은 초록마을 350개 매장 등 친환경 유기농업체에 납품되고 있다. 이 대표는 또 담양의 특산품인 대나무를 활용한 친환경 생활용품 제조업체인 ‘죽마고우’를 설립했다. 죽마고우 브랜드로 생산되는 기능성 천연화장품인 오일과 보습제, 베이비크림 등 25가지 품목의 인기가 날로 치솟고 있다. 대나무 숯을 활용한 칫솔도 선풍적 인기를 얻고 있다.
2012년에는 프랜차이즈의 초석으로 두 곳의 식육식당도 오픈했다. 담양군 수북농협 사거리의 ‘153식육식당 수북점’, 담양군 대전면사무소 곁의 ‘153식육식당 대치점’이 그곳이다.
◇주경야독으로 이룬 ‘신지식인’ 선정
이 모든 성과의 이면에는 이 대표와 부인 한명옥(45)씨의 주경야독이 숨어 있다. 이들 부부는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연구소로 줄달음질을 치기 일쑤였다. 또 새로운 지식을 얻기 위해 쉴 틈 없이 학교를 오갔다.
중문학을 전공한 이 대표는 전남대 농업개발대학원에서 농학석사를 받았고 전북대 식품생명공학과를 다니기도 했다. 담양환경대학, 한국농업벤처대학, 남도한식 외식산업 마에스트로 과정, 목포대 식품공학과 박사 과정 등 그의 학업에 관한 열정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부인 한 여사의 열정도 눈부시다. 조선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전남대 대학원 식품가공저장 전공 석사이며, 식품공학과 박사 과정도 마쳤다. 남도한식 외식과정 마에스트로도 수료했다. 부설연구소의 팀장을 맡아 제품 개발 노력과 함께 틈나는 대로 학교를 찾는 학구파의 삶을 꾸준히 걷고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 대표에게는 술 마실 틈이 없다. 제품 개발이나 아이디어 실험에도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런 덕택에 이 대표의 현재진행형 아이템은 100가지가 넘는다.
청보리 분말, 청보리 국수, 죽순 떡갈비, 블루베리 소스 및 양념갈비 등 특허만도 7개를 냈으며 죽마고우를 비롯 대통포크, 운수대통 등 13개의 상표등록도 보유하고 있다.
이런 노력과 성과는 그를 ‘신지식인’ 반열에 올려놓았다. 2011년 농림수산식품부는 이 대표를 ‘올해의 신지식 농업인’으로 선정했다. 농축산물의 생산·가공·유통 기술 등을 끊임없이 개발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축산물 소비 촉진을 통해 축산농가의 소득 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공로를 높이 평가한 것이다.
2013년 8월에는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표창도 받았다. 각종 연구소와 지방자치단체, 기관들이 이 대표 부부의 연구 노력을 인정하고 표창했다. 그렇다. 세상에 저절로 되는 일은 거의 없는 것이다.
◇마지막 꿈은 어린이들 이끄는 ‘서당 훈장’
이 대표의 가까운 꿈은 ‘일오삼식품㈜의 연간 매출액 100억원 달성’이다. 이 대표는 “경영 성과를 올리고 싶은 욕심도 있지만 돈도 더 벌어야 된다”고 말했다. 그 돈으로 할 일이 많다고 했다.
사실 지역 기업이 잘 되면 지역사회도 이익을 본다. 죽순떡갈비며 대통포크, 죽마고우가 잘 팔리면 죽순이나 블루베리 매입도 늘어 농민들에게 이익일 터다. 가공공장과 식육식당이 잘 되면 고용창출도 늘어난다. 매출과 함께 이윤이 발생하면 그 일부가 담양지역의 어린이 돕기에 쓰인다. 우리가 이 대표에게 박수를 치며 응원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 대표는 10년 뒤 쯤 자신의 모습을 ‘발효음식의 풍미가 가득한 서당에서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치는 훈장’으로 그렸다. 어린이들에게 제대로 된 음식을 가르치고 먹이며 제대로 된 삶을 가르치고 싶다는 얘기다. 그러자면 돈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각별한 어린이 사랑은 이미 시작됐다. 언젠가부터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남몰래 돕고 있다. 20여 년 전, 부인과 학습지 교사를 할 때 이들 부부는 ‘어려운 처지의 어린이들을 어떻게든 돕자’고 무언의 약속을 했던 터였다.
2012년 여름에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후원 협약도 맺었다. 나눔의 약속은 다시 ‘153’으로 돌아간다. 153식육식당 두 곳에서 15일에 발생하는 매출의 30%는 어린이 돕기에 쓰이고 있다.
그동안 쉼 없이 달려온 때문일까. 이 대표는 ‘이른 은퇴’를 준비하고 있다. “한신(韓信)보다는 장량(張良)처럼 살겠다는 생각을 해 왔습니다. 일을 이루면 떠나야지 끝까지 남아서 이익을 도모하면 공멸할 것입니다. 예순 쯤 되면 서당을 만들어 아이들 가르치고 책이나 읽어야지요.” 그가 만드는 식재료처럼 이 대표의 철학도 자연법이다. 어쩌면 중학교 시절 다 읽지 못한 아쉬움에 그는 목말라 있는 지도 모른다.
글 : 전세종 기자
사진 : 노해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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