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경찰의 체포영장이 발부돼 24일 밤 서울 종로구 조계사로 은신한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이 25일 오후 6시30분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노총까지 침탈하는 상황에서 갈 수 있는 곳은 오직 조계사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박 부위원장은 "사전 허락 없이 조계사에 들어와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 온 국민이 대화에 나서라고 해도 귀를 막고 있는 정부에 종교계 어른들이 나서 철도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중재에 나서달라는 의미에서 들어왔다"며 조계사 은신 경위를 설명했다.
또 "철도노조 지도부와는 계속 연락 중에 있으며 위원장도 조만간 공개 장소에서 대화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라며 "사회적 대화협의체 등에 나가는 것에는 아무런 조건이 없다"고 말했다.
백성곤 철도노조 홍보팀장은 "파업이 끝날 때까지 이곳에 머무르는 것은 아직 미정이다. 조계사에 협조와 부탁을 해놓은 만큼 답변을 기다려 봐야 할 것"이라며 "향후 집회 참석 문제는 그 때가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부위원장은 26일 민주노총 전국동시다발 지역별 규탄대회와 28일 100만 시민 행동의 날에 철도민영화에 반대하고 불통 정부에 대화에 나서달라고 촉구하는 집회를 예정대로 열겠다는 계획도 덧붙였다.
박 부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내자 일부 시민과 민주노총 소속 회원 등이 박수를 보내기도 했으며 신도에게 불편을 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곧바로 야유와 비난을 보내기도 했다.
기자회견 종료 후에는 노조 측 회원들과 취재진이 뒤엉켜 소란을 벌이기도 했다.
박 부위원장을 포함한 철도노조 지도부 4명은 현재 조계사 극락전에 머물고 있으며, 경찰은 250여명을 투입해 현장 검문검색을 강화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종교시설인 점을 감안해 경찰이 지난 22일 민주노총 본부 강제진입과 같은 작전 수행은 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사복경찰이 경내에 진입했다 수갑을 소지한 모습이 민주노총과 철도노조 회원들에게 발각되면서 몸싸움이 일어나기도 하는 등 경찰과 노조 측의 팽팽한 긴장감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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