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철도노조 파업이 14일째를 맞은 22일 경찰과 철도노조원들의 물리적 충돌로 최악의 대치국면을 맞고 있다.
경찰은 이날 체포영장이 발부된 철도노조 지도부 검거 작업에 착수했고 노조원들은 몸싸움을 벌이며 극렬 저항했다.
정부는 내일(23일)부터 추가로 2차 감축에 나서는 만큼 시민들의 불편이 더 커질 수 있어 공권력 투입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민주노총 설립 이래 처음으로 공권력이 투입되면서 여야간 정치적인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도 커졌다.
◆전격적인 공권력 투입…극한 대치=경찰은 이날 오전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이 있는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건물에 강제 진입했다.
경찰은 오전 11시 10분께 경향신문사 1층 건물 유리문을 모두 깨고 건물 안으로 진입했으며 대치 중인 노조원 등과 몸싸움을 벌였다.
경찰은 입구를 막아선 조합원ㆍ시민들을 차례로 끌어내고 조금씩 건물 안으로 진입해 들어가는 중이며 이날 오전까지 총 20여명이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연행됐다. 이날 철도노조 간부 검거를 위해 경찰 체포조 600여명이 투입됐으며 47개 중대 총 4000여명의 경찰이 배치됐다.
경찰은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에 체포영장이 발부된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을 포함, 6∼7명의 노조 간부가 은신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노총과 철도노조는 "민주노총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본부 사무실로 진입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건물이 좁아 경찰과 충돌이 발생하면 위험하니 강제 진입은 안 된다"며 강력 반발했다.
경찰은 이상규ㆍ김재연 의원 등 통합진보당 의원 5명을 검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노조원들은 건물 14층에서 소화전 호수로 물을 뿌리며 저항했고 경찰은 만일의 사고에 대비, 매트리스 2개를 건물 외벽 바닥에 설치했다.
◆공권력 투입 왜 오늘이었나=경찰이 이날 전격적으로 민주노총 본사 사무실에 공권력을 투입한 것은 23일부터 열차 추가 감축 운행이 예정돼 있어 조기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은 23일부터 수도권 전철 및 KTX의 운행횟수를 2차로 줄인다. 대체인력의 피로도가 급격히 쌓이고 있어 안전 운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현재 91.6% 운행됐던 수도권 전철은 85.3%, KTX는 88%에서 73%까지 운행이 줄어든다. 또 일반열차(새마을, 무궁화 등)는 65.6%에서 61.2%로 각각 운행이 축소된다.
4주째인 31일부터는 열차별 필수유지업무 수준으로 운행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필수유지 인력은 KTX는 56.9%, 수도권 전철은 62.8%이며 새마을호와 무궁화호는 각각 59.5%와 63%다.
파업 기간동안 크게 체감하지 못했던 시민들의 불편이 가시화되고 정부나 코레일로서도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이날 철도노조 파업 이후 100%를 유지했던 주말 KTX운행은 처음으로 88%까지 줄었다.
◆정치적 논란 더욱 커질 듯=변수는 이날 공권력 투입에 따른 향후 철도파업에 미칠 영향이다. 경찰이 파업 주도세력인 노조 집행부를 대거 연행한 것은 조직을 와해 시켜 파업을 중단시키는 것외에는 다른 방법이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1995년 설립된 이래 처음으로 경찰 등 공권력이 투입된 것이기 때문에 여야간 정치적 문제로 확산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날 새누리당은 불법파업에 따른 정당한 공권력 투입이라는 입장을 밝힌 반면 민주당은 오전 긴급최고회의를 소집하는 등 긴박하게 대응하고 있다.
정부의 물리적인 압박과 함께 코레일은 금전적인 손배소로 노조원들을 압박하고 있다. 앞서 코레일은 20일 역대 최장 철도 파업중인 노조 집행부 180여 명에 대해 코레일이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파업 첫날부터 일주일간의 매출 감소분으로 77억 원을 배상하라는 것이다. 파업이 끝나면 추가 손해를 반영해 최종 청구액을 확정하겠다고 코레일은 밝힌만큼 이 또한 노조원들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법원은 2003년과 2006년 파업과 관련해 청구액의 절반 수준인 30여억 원과 70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노조원 복귀율은 12%대로 올라갔다. 이날 오전 6시 기준으로 파업복귀자는 1075명(12.3%)으로 전일 같은 시간 1030명(11.8%)에 비해 45명이 증가해 12%를 넘어섰다.
철도파업 복귀율은 지난 15일까지 7%대에 머물다 16일 8.1%, 17일 9.3%를 기록한 뒤 조금씩 올라 지난 19일 처음으로 10%대를 돌파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의 공권력 집행과 코레일의 징계 절차 착수 및 손배소 제기에 따라 압박당한 노조원들의 복귀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노조측의 불법파업이 명분이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21일 코레일 수도권 철도차량정비단을 방문한 자리에서 "(수서발 KTX(한국형 고속철도) 법인의 정관이나 면허에 민영화가 안 되도록 하는 조건을 설정하는 것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 장관은 "민간에 지분을 넘기지 못하게 하는 조건부 면허를 내주고 만약 민간에 지분을 팔면 면허를 박탈하겠다"고 강조했다.
철도 노동조합이 파업의 이유로 내세우고 있는 ′수서발 KTX 민영화′ 논란에 대한 우려를 없애기 위해서다.
한편,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이날 오후 2시 광화문 서울정부청사에서 '철도노조파업관련 호소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