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틸렌 생산설비, 석유화학 제품 생산공장 건설 위한 합작투자 사업 의향서 체결…40억달러 규모
"비스마야 프로젝트 직접 챙긴 김승연 회장과의 관계 작용"
"LOI 체결만 1년 소요…김승연 회장 부재로 사업 추진 악영향 우려"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한화케미칼(대표 방한홍)이 40억달러 규모의 이라크 석유화학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국내 석유화학업계 최초의 이라크 진출이다. 다만 합작비율·투자금 분담 등의 구체 내용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김승연 회장 부재가 자칫 사업 진행에 영향을 미칠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한화케미칼은 19일 장교동 한화빌딩 사옥에서 이라크 현지에 에탄과 천연가솔린을 활용한 에틸렌 생산설비와 석유화학 제품 생산공장 건설을 위한 합작투자 사업 의향서(LOI)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체결식에는 방한홍 대표, 모하메드 자인 이라크 산업부 차관이 참석했다.
한화케미칼은 총 투자규모가 4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라크 남부지역에서 100만t 규모의 에탄·천연가솔린 분해시설과 이를 기반으로 폴리에틸렌 등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대규모 플랜트 건설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한화케미칼은 대림산업과의 합작투자를 통해 연산 190만t의 에틸렌 분해 시설인 여천 NCC를 보유하고 있다. 폴리에틸렌 생산능력은 연산 80만t이다. 한화케미칼은 이번 LOI 체결을 시작으로 이라크 정부와 구체적인 사업성 검토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이라크 진출 추진은 저가원료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최근 몇 년 사이 중동과 북미지역의 에탄가스 기반 저가제품의 등장으로 나프타 기반의 제품은 원가경쟁력이 약해지고 있다. 실제 에탄가스 기반 제품은 나프타 기반 제품에 비해 30~50%까지 저렴하다. 이에 석유화학 업계는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산지에 직접 진출해 에탄과 천연가솔린 기반의 대규모 생산기지를 건설함으로써 중동 및 북미산 제품들과 동등한 원가경쟁력을 갖춘다는 전략"이라며 "특히 이라크는 저가원료가 풍부하지만 석유화학산업의 미성숙 지역이기 때문에 선점효과가 더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사업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추진한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을 통해 쌓은 이라크 정부와의 우호적인 관계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 정부가 신도시 건설 과정에서 보여준 한화그룹의 역량과 헌신에 깊은 인상을 받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인식된 점이 이번 사업 협력을 추진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다만 한화케미칼은 '후속사업 추진에 김승연 회장 부재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하는 우려감을 나타냈다. 한화케미칼은 "이라크 정부와 LOI를 체결하는 데에만 1년 넘게 걸릴 만큼 의사결정이 늦어졌다"며 "상업생산까지 7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대규모 프로젝트인데다 사업 파트너가 이라크 정부인만큼 결실을 거두기 위해서는 과감하고 신속한 의사결정과 추진력, 대정부 협상력 등이 필요한데 김 회장 부재로 진척이 더디거나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한편 한화케미칼은 국내 석유화학 업체 최초로 중동에 진출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2009년 사우디아라비아 석유화학회사인 시프켐과 합작사인 IPC를 설립해 사우디에 진출했으며, 내년 1·4분기부터 연간 20만t 규모의 폴리에틸렌 제품을 상업 생산할 예정이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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