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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진 단장 "한국 스타일의 국립발레단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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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강수진 단장 "한국 스타일의 국립발레단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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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당신의 발을 몹시 보고 싶어한다. 보여달라고 하면 어떤 기분인가 ?"


"보여주기 싫다. 나도 여자인데...일그러진 발이 창피하진 않다. 내 발을 보며 어떨 때는 울고 웃고. 참 자랑스럽다. 내 발이 인생을 너무 잘 보여주는, 그만큼 내가 일을 많이 했다는 표시다. 난 자랑스러운데 여름에 샌들을 신고 다니지 못하는 게 아쉽다."

지난 3일 국립발레단장으로 선임된 슈튜트가르트발레단 프리마돈나 강수진씨(46, 사진)가 17일 오전 귀국, 18일 기자들과 만남을 가졌다. 강 단장은 고문받은 것처럼 일그러지고 뭉개져 흉칙하기까지 한 발에 대한 소회를 밝히는 것으로 취임 일성을 열었다. 수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켜 온 그녀의 발은 오늘날 비범한 예술가의 상징이 됐다. 강 단장은 그런 발에 대해 여성으로서 부끄럽고, 예술가로서는 자랑스러울 수밖에 없는 감정을 가감없이 토로했다.


이어 강 단장은 "어젯밤에도 잠이 안 와 스트레칭과 연습을 했다. 비행기 타지 않는 이상 공간만 있으면 지금도 연습한다"며 '연습벌레'다운 면모를 드러냈다. 앞으로 일정과 관련, 강 단장은 "우선 지금 2016년까지 잡혀진 공연 일정을 취소하는 중이다. 내년 7월 한국에서 하는 신작 3회 공연, 2015년 11월 슈트트 오네간 3회 공연. 2016년 은퇴 공연. 세가지는 소화해야할 것 같다. 내년 1월30일까지 일정은 취소가 어려워 내년 2월초에나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 단장은 지난 1985년 스위스 로잔 발레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모나코 왕립발레학교에서 1년간 연수한 후 열여덟살에 동양인 최초로 슈트트가르트 발레단에 입단했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나 솔리스트로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주역을 맡았고, 다시 11년만에 발레리나 최고 자리인 수석무용수가 됐다. 강 단장은 1999년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여성무용수로 뽑혔고 2007년 최고 장인 예술가에게 수여되는 독일 '캄머탠저린(궁정무용가)' 칭호를 받았다. 그런 강 단장의 귀국은 세계 무용계 안팎으로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제 우리도 강 단장을 무용수가 아니라 무용 행정가로 만나게 됐다. 이미 올초 '나는 내일을 믿지 않는다'는 자서전을 통해 만날 수 있었던 강 단장은 "먼 미래를 보지 않고 당장 열심히 연습하고 준비함으로써 프리마돈나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고 밝혀 많은 이들을 감동시킨 바 있다.



▲ 예술감독 제의를 수락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
-몇년 전부터 국립발레단 예술감독 제의가 있었다. 그간 발레리나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어 시간상 어려웠다. 그 때는 내 느낌이 아니었다. 준비가 안 돼 있었다. 이번 제의 받았을 때 육감 상 지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꼭 여자에게 있어 저 사람이 내 남자다라는 심정이 있는 것처럼 지금 아니면 어려울 듯 했다. 이번처럼 육감이 강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참 빠른 시일 내에 대답했다. 남편에게 한국에 가서 살 수 있는지 묻자 남편도 신기하게 빨리 대답해 줬다.남편은 당신만 행복하다면 따라가겠다고 했다.


▲ 앞으로 국립발레단장이자 예술감독으로서의 포부는?
-예술감독을 수락한 이유는 딱 하나다. 지금 한국 발레계의 수준은 예전과 비교하기 어려울만큼 발전했다. 상상하지 못할 정도다. 단장으로서의 내 소망은 국립발레단만의 스타일을 갖게 하는 것이다. 어느 발레단이든지 팀워크가 제일 중요하다. 그러면서도 무용수마다 빛을 내게 하고 싶다. 밀어주고 사기를 복돋아주고 싶다. 모든 스태프과 무용수가 하나가 되는게 중요하다. 국립발레단은 한국 발레를 상징하기 때문에 책임감이 무겁다. 그러나 책임감이 무서워 할 일을 못 하진 않겠다.


▲ 그러면 무엇부터 시작할 생각인가 ?
- 나는 하루 하루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내가 가진 경험을 통해 제자들이 뿌리를 내리게 하고 싶다. 밖에서 봤을 때 국립발레단은 눈부시다. 그것은 작은 빛들이 모여 이뤄졌다. 바로 그런 발레단을 만들고자 한다. 누구 하나가 빛나는 게 아니라 모두의 빛이 모이는 발레단이다. 그러려면 시간과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큰 운영 하려면 5년은 돼야 한다. 발레단의 스타일이 나올 수 있는 시간이다. 나는 3년 계약했다. 욕심을 내서 내일부터 반짝반짝하게 할 수는 없다. 나는 욕심부터 내는 사람은 아니다. 한걸음 한걸음, 한 무용수마다 빛을 내게 하는 게 내 욕심이다. 지켜봐 달라.
내가 아름다운 발레를 하며 행복해하는 느낌을 무용수들한테 하나씩 가르켜 주고 싶은 게 내 마음이다.


▲ 국립발레단 운영에 대한 구상은 무엇인가 ?
- 어제 새벽 아침 6시40분 한국에 도착했다. 처음으로 업무보고를 받았다. 참 재미있더라.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행정가로서의 업무도 연습만 하면 나아질 거 같더라. 그 쪽 방향으로 발전이 안 돼 있지만 어제 하루 많이 배웠다. 발레단 국장님들이 이것저것 잘 설명해 줬다. 꼭 내 느낌은 계속 하게 되면 최고경영자라도 될 것만 같았다. 근데 겁은 안 났다. 내게 중요한 부분이다. 새로운 세계 들어가는 자체가 흥미롭다. 행정을 모른다고 겁낼 필요 없다. 많은 분들이 도와주고 있다. 차츰 나아질 거라고 믿는다. 지금 구상을 다 했다고 할 수 없으니 우선 지켜봐 달라.


▲ 임기 동안 특별히 하고 싶은 일은 ?
-3년 동안 무용수들과 단장이 한가족처럼 되는 게 중요하다. 즉 분위기 조성이다. 그런 분위기속에서 자기가 지닌 최고의 개성을 발휘케 할 생각이다. 어떤 사람들은 재능이 있어도 모르고. 억눌러 발전을 못 하는 경우도 있다. 내가 할 일은 재능 자체에 날개를 달아주는거다. 3년. 생각하면, 긴 시간이 아니다. 좋은 작품 불러 오는건 아무 문제도 아니다. 중요한 건 알맹이를 꽉 채우는데 있다. 그래야 빛이 난다.



▲ 우리 사회는 발레를 일부 계층의 전유물로 여긴다. 대중에게 더 가까이 갈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한 노력은 ?


-한국 뿐 아니다. 가난하면 안 온다. 밥을 먼저 먹고. 돈 주고 가야 하니. 이게 꼭 상류층 얘기만도 아니다. 독일 사람 중에는 돈이 없으면 밥을 굶어서라도 티켓을 사서 공연장에 오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 많다. 발레를 보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생각해놓은 게 있다. 돈 없는 사람들. 학생들을 위해 어떤 공연을 구상할 지, 비싼 돈 안들이고 더 가깝게 할 수 있는지 여러 사람들과 아이디어를 모으겠다. 어떤 경우는 관객들이 공연장에서뿐 아니라 우리들이 땀 흘리는 모습 보여줄 수도 있다. 차근차근 그렇게 해 나가자. 또 모를 일 아닌가 ? 축구처럼 커다란 장소에서 발레 공연하게 될 지도...


▲ 무대에서 활동하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 참 잘하고 있다. 어제 드레스 리허설 갔다. 잘 하더라. 이동훈(?)인가 주역이 그렇드라. 솔로이스트. 하프 솔로이스트, 단원, 아카데미 학생들 모두 감명 깊게 봤다. 그런데 발전 가능성도 무궁무진했다. 나는 참 많이 실수했다. 실수에서 배웠다. 그리곤 땀을 흘렸다. 실수도 하지만. 공연을 하기 전까지 무용수들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리는 지 그걸 보여주자고 말하고 싶다. 결과를 알기 때문이다. 조금만 계발 시켜주면 좀 더 빛날 후배들이 많다. 이런 식으로 발레단 끌어나가고 싶다. 물론 발레는 굉장히 힘든 직업이다. 내 일정이 굉장히 바빠질 것 같다. 그러나 하고자 하는마음이 확실하다.


▲ 예술 감독으로 있는 동안 강 단장의 작품도 볼 수 있는가 ?
-지금은 그 생각하고 온 거 아니다. 발레단을 발전시키고. 무용수들을 위해서 왔다. 지금은 작품을 나에게 맞출 생각 없다. 만약에? 도움이 된다면 모르겠지만...


▲ 왜 지금이 예술감독을 할 적기라고 생각했는가 ?
-살다 보면 그것도 어쩔 때는 당연히 자기 스케줄이 있다. 그런데 육감이란 게 있다. 내가 놀랄 정도로 그걸 안다. 예전에 제의 받았을 땐 발레단에 가서 감독으로 뭘 해야 한다는 느낌이 그렇게 와 닿지 않았다. 이번엔 예스해야한다는 생각이 너무 강했다. 예스 한 후에 실수한 게 아닐까 거듭 생각해봐도 잘 했다.


▲ 예술감독으로서 자신만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발레리나로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이다. 발레리나로 활동중에 내가 가르칠 기회가 있었다. 조금이라도 더 표현을 잘 해줄 수 있고. 더 빨리 습득하게 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100번 얘기하는 것보다 빠르게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많은 무용수를 자연스럽게 코칭해봤다. 나는 많이 조언해줄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게 플러스가 되면 됐지 마이너스는 안 될 것이다. 나는 많은 걸 포기하고 왔다 .거기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말아 달라. 각오를 하고 온 만큼 자신 있다. 그리고 하루가 48시간이었으면 좋겠다.


▲ 무용계는 국립발레단의 레파토리가 다양해지길 기대한다.
-내 머릿속에 들어오면 리스트가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다 있다. 내가 예술감독이 됐다고 할 때 나보다 더 좋아하는 분들이 많았다. 지금 외국에서 한국의 국립발레단을 지켜보고 있다. 외국의 여러 감독들은 서두르지 말라고 했다. 구상, 정말 많다. 나도 흥분된다. 나는 발레하면서 후회한 적 없다. 발레하게 된 걸 너무 감사한다. 이런 느낌을 우선 후배들에게 주고 싶다. 내년 하고 싶은 공연, 차츰 보여 주겠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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