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 이민찬 기자]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에서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택시법'을 대신할 대체법안인 '택시발전법'을 12일 통과시켰다. 하지만 택시업계는 강하게 반발하며 갈등이 표면화될 조짐이다.
택시업계는 국회 본회의 통과를 저지하기 위한 단체 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자칫 지난 2월 강행된 택시파업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택시업계와 종사자들의 반발이 심화되면 철도와 서울지하철 등에 이어 교통분야에서 또다른 갈등이 불거지며 국민적 혼란이 극에 달할 전망이다.
◆감차보상비 등 핵심사안 담아=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이날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정부가 제출한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안'(택시발전법)을 통과시켰다.
지난달 26일 국토위 법안심사소위원회와 택시 사업주, 노동조합 등 4개 단체가 입장차만 확인했던 간담회 이후 17일만이다. 국토위는 추후 전체회의에서 법안을 통과시켜 법사위로 넘긴 후 국회 본회의 처리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 법안의 핵심은 과잉공급 해소 방안이다. 택시면허 총량계획에 따라 과잉공급지역에서는 택시면허 신규 발급이 금지된다.
또 적극적 감차를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감차 예산과 택시업계 자체 출연금을 공동재원으로 마련해 택시면허를 실거래가로 보상하도록 했다. 국토부는 내년 시범사업을 거쳐 문제점을 보완해 전국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택시 업종별 감차 규모나 보상금 수준 등 구체적 감차 방법은 지자체별로 담당 관청 공무원, 택시업계 대표, 전문가 등 7인으로 구성된 감차 위원회가 결정한다.
아울러 택시회사가 유류비, 세차비 등 각종 운송비용을 운전자에게 전가하지 못하게 하는 규정도 포함됐다. 광역지자체는 2016년 10월부터, 그 외 지역은 2018년 1월부터 시행된다.
이 밖의 지원방안으로는 복지기금 조성, 공영차고지 건설 지원, 압축천연가스(CNG) 차량 개조와 충전소 건설 지원, 조세감면 근거 마련 등을 규정했다.
또 안전과 서비스 향상을 위해 승차거부나 카드결제 거부, 도급택시 운행 등의 택시 위법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부는 택시발전법안이 상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국회에서 확정되면 그동안 마련한 '택시산업 발전 종합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업계, "실효성 없다" 강력 반발=택시업계는 정부가 내놓은 택시지원법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강경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택시를 줄이는 '구조조정'이 본격 시작될 수 있는데 구체적 감차방안이 부족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현재 전국 택시는 25만여대로 전문가들은 이중 5만대 가량이 공급과잉이라고 보고 있다. 감차를 위한 보상비는 책정됐으나 비현실적이라는 주장이다.
국토교통부는 감차를 위한 보상비로 대당 1300만원을 지원할 방침으로, 이를 위해 올해 감차 예산 50억원을 확보했다. 또한 유가보조금으로 만든 기금을 통해 5000만원 안팎을 보상금으로 준다는 계획이다.
노조는 또 지속 주장해온 운송비용 전가금지 조항 적용 시점이 2016년 이후로 늦춰진 것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고, 업계는 전액관리제(월급제)가 정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가금지를 시행할 경우 노사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봉희종 전국택시노동조합연합 사무총장은 "택시 노조가 지속적으로 주장했던 알맹이가 모두 빠진 껍데기 법안이 통과됐다"면서 "택시 산업을 발전시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후퇴를 시키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가금지 적용 시점까지 노동자들의 고통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현실성이 없는 감차보상비를 여전히 제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영만 서울개인택시연합회 업무부장은 "일단은 다음주 초 택시법과 관련해 회의를 소집을 해 놓은 상황"이라면서 "총회를 열고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택시발전법의 경우 중복처벌 규정이 많아 삭제를 해달라고 여러번 건의를 했는데 이것이 반영이 안됐다"고 지적했다.
일단 택시업계는 전체 조합의 의견을 논의한 뒤 대응방향을 정할 계획이다. 파업 등 단체행동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택시업계가 파업에 나설 경우 현재 수서발 KTX민영화 저지를 반대로 파업하고 있는 철도와 18일 예고돼 있는 서울지하철노조의 파업과 겹치며 대규모 수송 대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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