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소외이웃 돌본 강대건 원장·노점상으로 모은 전재산 기부한 이복희씨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 입구에 자리한 한 병원. 치과를 들어서면 의례 들려오는 의료기기의 마찰음보다 팔순이 넘은 의사와 환자들의 웃음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병원을 따뜻한 공간으로 채운 주인공은 이 병원 터줏대감인 강대건 원장(81). 강 원장이 온기로 덥혀나간 곳은 병원뿐만이 아니다.
팔순이 넘은 강 원장은 40년 가까이 소외된 이웃을 돌봐왔다. 마흔이 훌쩍 넘은 지난 1979년, 우연히 따라나선 봉사모임에서 찾게 된 '나환자촌'. 처음 본 광경에 그날 밤 그는 '계속 봉사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깊은 고민에 빠졌지만 결국 봉사하는 인생을 살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6개월을 나환자촌을 따라다닌 강 원장의 헌신은 33년이 넘게 이어졌다. 강 원장은 한센인 마을이 있는 경상도, 전라도 등지를 매주 일요일마다 직접 찾아갔다. 지금까지 그가 보살핀 한센인은 1만5000명에 달한다.
무료로 진행하다 이후 최소한의 재료비만 받으며 치료를 이어갔고, 1억4000만원은 한센인 관련 단체에 수시로 기부했다. 가톨릭 신자로 올해 교황이 수여하는 '십자가 훈장'을 받기도 한 강 원장에 대해 정부는 10일 국민추천포상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키로 했다.
강 원장과 함께 시장에서 노점을 하며 모은 전재산을 기부한 이복희(67세·여)씨도 '국민훈장 석류장(5등급)'을 받는다. 이씨는 1978년부터 안양 중앙시장 한 켠에서 도라지, 더덕, 연근 등을 팔며 생계를 이어왔다. 힘든 생활 속에서도 100곳이 넘는 경로당에 쌀을 후원하고 한부모 가정 아이들에게는 음식과 용돈을 주는 등 '기부천사'로 활동했다.
젊은 시절부터 식당일과 리어카 행상 등으로 힘들게 재산을 모아 온 그는 지난 5월 시가 4억5000만원에 달하는 2층집을 안양시 인재육성장학재단에 쾌척했다. 연간 2000만원의 월세 수입으로 재단은 조손가정 등 불우 청소년들을 돕는 장학금에 사용하기로 했다. 이층집을 나와 작은 옥탑방으로 옮긴 이 씨는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것에 오히려 감사하다"고 했다.
안전행정부는 이밖에도 아프리카 오지에서 23년간 의료와 교육으로 사랑을 실천한 '말라위의 나이팅게일' 백영심(51ㆍ여)씨,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현금 100억원을 기부한 '익명의 선행 할머니' 오이원 씨(가명, 87), 아프가니스탄에 콩 재배법을 전한 '아프간 콩박사' 권순영 씨(66) 등 6명에 국민훈장을 수여한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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