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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 칼럼]'리더십 적자'가 몰고 온 정치 불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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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 칼럼]'리더십 적자'가 몰고 온 정치 불황 양재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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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모임 시즌이다. '소맥(소주+맥주)'이 두어 순배 돌면 말이 많아진다. 여러 이야기가 오가는데 금기사항이 있다. 정치와 종교 문제다. 어떤 모임에선 사회자가 간곡하게 당부한다. 모처럼 모였는데 얼굴 붉히는 일 만들지 말자고. 결국 시답잖은 건배사에 소맥 몇 잔 더 마시다가 찜찜한 기분으로 헤어진다.
 과거에도 정치 이야기를 하다가 언성을 높이는 경우가 있었다. 대학동창 모임에서 출신 지역에 따라 의견이 엇갈렸다. 이제는 같은 지역, 같은 고교동창 모임에서도 장년층 이상과 청년층이 충돌한다. 연령대에 따라 보수와 진보로 나뉘고 지지 정당이 다르다. 여기에 올 송년모임에선 종교가 추가됐다. 종교의 현실 참여, 성직자의 정치색을 띤 발언이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한국은 본디 '사회적 스트레스'가 많은 사회다. 사교육비 부담과 후진적인 안전사고, 준비되지 않은 노후와 높은 자살률에 이르기까지. 1000조원에 다다른 가계부채와 취업난ㆍ전세난 등 '경제 스트레스'도 어깨를 짓누른다. 여기에 갈등과 편가르기를 조장하는 '정치 스트레스'까지 가세했다. 18대 대통령선거가 끝난 지 1년이 다 돼 가는데 정치권은 아직도 대선 수레바퀴를 벗어나지 못했다.

천주교를 시작으로 기독교ㆍ불교ㆍ원불교ㆍ천도교에 이르기까지 종교가 정치를 걱정하게 만든 것은 정치 그 자체다. 대통령은 물론 여야 정치권이 제 할 일조차 못하는 '리더십 적자' 상태가 연출하는 '정치 불황' 때문이다. 야당은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 대선 개입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특별검사 제도를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총장과 수사팀장이 바뀐 검찰 수사는 신뢰할 수 없다면서. 여당은 이를 '대선 불복'으로 규정하고, 대통령의 사과와 국정원 개혁을 주장하는 이들을 '종북주의자'로 몰아세운다.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3자 회담도, 여야 대표ㆍ원내대표 등 4자가 만나도 자기네 주장만 내세울 뿐 양보와 타협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새 전셋값은 계속 치솟고, 경제성장률은 바닥을 기고, 일자리를 못 구한 젊은이들의 행렬은 길어졌다.


돛을 높이 달고 힘찬 항해를 펼쳐야 할 새 정부 출범 1년을 허송한 것은 국가적 불행이다. 국민행복 시대를 선언한 박근혜정부에서 스스로 하층민으로 여기는 국민이 절반에 육박할 정도로 늘어났다. 이 지독한 정치 불황을 깨부수지 않고선 경제도 살리기 어렵다. 먼저 대통령과 청와대가 달라져야 한다.


지난 5일 타계한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1994년 대통령에 당선되자 직전 백인 정권의 대통령을 부통령 자리에 앉혔다. 흑인단체가 백인 문화를 대표하는 럭비대표팀 해체를 요구하자 흑인이 한 명뿐인 럭비대표팀을 찾아가 격려했다. 감동한 선수단이 똘똘 뭉쳐 1995년 남아공에서 열린 럭비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기적을 일궜다. 경기를 지켜본 흑인과 백인들이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며 "넬~슨, 넬~슨"을 연호했다.


힘을 가진 쪽이 먼저 손을 내밀며 양보해야 국민의 공감대를 얻고 야당도 움직인다. 삼권분립과 사상의 다양성은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이다. 대통령은 입법ㆍ사법부를 존중하고, 시민단체와 종교계의 쓴소리도 고까워 말고 귀담아 듣는 포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여당은 청와대 눈치만 보지 말고 다수 여당으로서 책임의식을 갖고 국회 기능을 살리는 데 힘써야 한다. 야당도 반대를 위한 반대에서 벗어나 인사 동의안 처리 등 협조할 부분은 협조해야 한다. 청와대든, 여당이든, 야당이든 '나와 다름'을 '틀림'으로 몰아붙이지 않아야 대화와 소통이 가능하고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된다. 국민을 정치 스트레스에서 해방시켜 송년 모임에서 마음껏 정치를 주제로 토론하게 하라.






양재찬 논설실장 jaya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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