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복지모델·통상협상·환율관리 등 난제 많아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경기는 점차 나아지겠지만 해결해야 할 난제도 많은 한 해가 될 것이다."
내년도 우리나라 경제는 회복기에 접어들겠는데 그만큼 풀어야 할 숙제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내 주요 경제연구원장들은 '나라경제 12월호'에서 2014년 한국경제의 전망과 해결 과제를 제시했다.
내년도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은 전망 기관마다 최소 2.6%에서 최고 4.0%까지 격차가 크다. 외국계 투자은행인 ING그룹이 가장 낮은 2.6% 성장을 예상했고 노무라·BoA메릴린치는 4.0%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획재정부는 3.9% 성장률을 제시한 바 있다.
이처럼 기관에 따라 성장률 격차가 생기는 것은 우리나라 경제가 대내외적으로 불안한 요인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부실기업·비은행권 가계부채 증가= 올해 경기 회복 조짐을 보이며 사상 최대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대기업에 집중된 흑자로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뚜렷했다.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장은 내년 우리나라가 풀어야 할 숙제로 ▲기업의 수익성 하락 ▲가계부채 증가세를 꼽았다.
김 원장은 "최근 몇 년 동안 소수의 대기업을 제외한 기업 부문의 수익성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면서 영업이익으로 이자지급이 어려워 잠재적으로 부실이 가중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실 부문에 대한 구조조정과 함께 생산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어 "가계부채가 처분가능소득에 비해 여전히 높고 특히 금융 감독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비은행권의 가계대출 비중이 지속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율관리 비상= 최근 원화강세가 이어지면서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김도훈 산업연구원장은 "환율하락 추세에 대한 적절한 시점의 대응이 필요하다"며 "환율하락은 내수회복과 물가안정에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수출경쟁력이나 수출기업의 채산성 확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환율하락이 급격하게 이뤄지는 게 아니라 당분간 완만할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의 적절한 시장개입 등을 통해 급격한 변동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해외 주요국의 경제흐름을 읽고 특히 중국 내수시장 공략을 위한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며 "해외 생산의 확대와 국내 연관 산업의 수출확대가 연계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하고 점점 늘어나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을 기업들이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노력도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한국형 복지모델, 사회적 합의 절실= 기획재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가장 큰 고민 중의 하나가 공약가계부 이행이었다. 135조원에 이르는 복지 영역은 확대되고 있는데 관련 예산 부족으로 시기를 조율하거나 아예 축소되는 경우가 없지 않았다. 복지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사명인데 관련 재원이 따라주지 않으면서 정치권은 물론 세대별, 이해관계자별 국민 갈등이 심각해지고 있다.
옥동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은 "박근혜정부 5년 동안의 복지모델이 아니라 수십년을 내다보는 한국형 복지모델이 필요하다"며 "우리나라의 복지와 재정 전문가들은 한국형 복지모형에 대한 사회적 대타협을 갈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재원 마련에 대한 국민적 대타협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재원 마련을 위해 국민적 대타협을 통한 증세 등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옥 원장은 "복지재원이 되는 조세부담과 국민부담의 규모를 결정한 뒤 국가재정을 복지재정과 일반재정으로 구분해 그 역할에 맞게 세분화시켜야 한다"며 "집권 2년차를 맞이하는 박근혜정부가 앞으로 수십년 동안 유효한 한국형 재정과 복지모형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본격 제기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통상질서 적극 대처해야= 정부는 최근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TPP 참여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협상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여러 가지 조건에 대해 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기존 TPP 참여국과 예비 양자 협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일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최근 세계의 통상질서는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하는 다자무역체제가 정체되고 미국, 유럽연합(EU) 등 거대경제권이 중심이 되는 지역무역협정이 확산되는 추세"라며 "여기에 한중 FTA,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TPP 등 거대 광역 자유무역협정 체결의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원장은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동아시아 지역의 패권을 놓고 미국과 중국의 경쟁과 대립이 격화되고 있는데 동아시아의 경우 우리 경제성장에 있어 매우 중요한 지역이기 때문에 동아시아 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새로운 통상질서에 대해 적극적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TPP 협상에는 선진국 중심의 국제통상질서 재편에 참여한다는 의미에서 우리나라의 적극적인 참여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미국 양적완화 축소= 내년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최대 화두는 ‘미국발 양적완화 축소'에 있다. 전 세계적으로 자본시장이 개방돼 있고 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들은 달러 흐름의 급격한 변화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통화정책과 금리변화는 곧바로 전 세계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김형태 자본시장연구원장은 "올해 5월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발언 이후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는데 우리나라는 그나마 견고했다"며 "그 배경에는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경상수지 흑자의 대부분이 상품수지에 국한돼 있기 때문에 이를 서비스수지와 소득수지로 다변화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김 원장은 강조했다. 김 원장은 "내년에는 국내외적으로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큰 파고의 변동성은 문제가 있지만 어느 정도의 변동성은 시장과 경제가 살아있다는 것을 말하는데 적절한 관리와 활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