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나중엔 CEO 재산공개까지 하라고 하는 거 아닌가요?." "미등기임원이 왜 빠졌는지 모르겠어요." "가십거리로만 전락하면 안될 텐데요."
지난달 29일부터 시행된 '5억원 이상 임원개인별보수공시' 제도안을 놓고 업계의 반응이 뜨겁다. 5억원 이상 연봉을 받는 등기임원을 대상으로 개별 임금을 밝히도록 한 이 제도는 실적이 나쁜데도 꼬박꼬박 고액 연봉을 챙기는 임원들을 견제하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대상에 미등기임원이 빠진 점, 보수 산정 기준을 자율로 한 점을 들어 "알맹이가 빠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재계 '망연자실'=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4일 '임원 개인별 보수 공개 세부 시행방안'을 발표하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11월29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개정안 시행에 따라 보수내역을 공개해야 하는 법인은 올 4월 1일 기준 총 2050여곳(상장법인 1663개ㆍ기타법인 388개)이다.
당장 이번 제도를 줄기차게 반대해왔던 재계는 '그렇게 반대했는데 어쩔 수 없게 됐다'며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기업들은 당초 법안 회부 당시 보수공개가 시행되면 노사갈등과 직원과 CEO간 위화감, 프라이버시 노출 등을 이유로 반대해왔다. 특히 임원보수가 노출될 경우 전문경영인을 영입할 때 여러 기업들의 경쟁이 붙어 '보수 인플레'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었다. 이는 이번 법안이 17대, 18대 국회에서 좌절되고 19대에 들어와서야 통과된 이유다. 상장사 한 관계자는 "당장 기업들 3분기 실적이 안 좋은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모르겠다"면서 "이러다가 나중엔 CEO 재산공개까지 하라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시민단체…'반쪽자리'=하지만 제도 시행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시민단체들도 표정이 밝지 않다. '5억원 이상 등기임원'으로 한정해 대상 임원이 최소화됐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대상 범위에서 미등기임원이 빠진 것을 두고 '반쪽자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주일 좋은기업센터 소장은 "등기임원으로 한정하다보니 실질적으로 경영권을 지배하지만 등기는 하지 않는 총수일가의 미등기임원이 제외됐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미등기임원이라고 하더라도 기업 경영 전반에 걸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재벌 총수의 보수 내역은 공개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이서현 부사장 등은 미등기임원이란 이유로 이번 공개 대상에서 빠졌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보수 산정기준과 방법에 대한 공시는 자율공시로 둔 점을 문제삼았다. 금융위는 보수총액이 산출된 내역을 소득세법상 근로소득, 퇴직소득, 기타소득으로 구분하여 기재토록 했지만 세부적인 보수 산정 기준은 자율적으로 기재토록 했다. 이와 관련 김 교수는 "이 제도의 취지가 임원 보수가 경영성과에 연동되는지 여부를 공시를 통해 밝히는 것이었는데, 개정안은 보수 액수만 공시하도록 해 사실상 가십성 기사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없는 형태로 마련됐다"고 꼬집었다.
◆금융당국…'제도 시행 유의미'=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기업마다 보수 산정 기준이 천차만별이라 일률적으로 공시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정하기가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또 이제 막 시작한 제도인 만큼 지켜봐달라는 입장도 내비쳤다. 이 관계자는 "지금 상태는 의미 있는 도입으로 보는 단계라면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고 제도가 정착된 후 차후에 입법과정을 통해 더 많은 기준들이 들어갈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 조금 더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개정안의 미비점과 개선사항 등은 향후 국회, 상장협의회 등과의 논의를 거쳐 보완해 나가기로 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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