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청장 김우영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은 어디일까 궁금할 정도로 은평을 구석구석 살핀 은평마을에 대한 그의 생각과 비전과 행복을 담은 이야기책...5일 오후 5시 은평문화회관서 출판기념회 열어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김우영 은평구청장이 '은평에 살고 싶은 202가지 이유'란 제목의 책을 발간, 5일 오후 5시 은평문화회관에서 출판기념회를 연다.
이 책은 민선 5기 전국 최연소 구청장인 김우영 은평구청장이 지난 3년간 은평을 돌보면서 은평에 살고 싶은 이유를 202가지 열거한 글이다.
16개 동과 6개 산과 3개 천이 있는 은평구는 천혜 자연 조건을 바탕으로 전통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흥부네 집안’이라고 할 만큼 낮은 재정 자립도, 열악한 취업 환경 등 경제적 여건은 그리 좋지 않다.
이런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공동체와 정이 살아 있는 은평구와 은평 주민들은 더불어 잘살 수 있는 지역을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이 책은 특히 사회적 경제, 마을공동체, 지방자치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많은 사람에게 길잡이가 돼줄 것으로 보인다.
◆ 주민이 행정에 참여하는 도시, 은평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 속에서 행정은 주로 민(民)을 통치나 동원의 대상으로 여겨왔고, 시민단체는 이런 행정을 비판하고 견제하기 위해 생겨났다.
행정은 정책의 생산보다 집행과 책임에 강점이 있고, 시민단체는 다양성에서 도출되는 수많은 정책 아이디어를 보유하고 있다. 거버넌스, 즉 민관 협치는 이런 두 영역의 장점이 서로 만나는 것이다.
가장 창의적인 것은 서로 다른 두 가지를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한다. 은평구의 '주민참여예산제'는 이미 존재하고 있는 지역의 인적·물적 자원을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이끌어낸 성과다. 민과 관이 가지고 있는 각자의 능력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연결한 것이다. 즉, 관이 가지고 있는 책임성과 안정성에, 민이 가지고 있는 역동성과 아이디어를 접목해서 이루어낸 것이 은평구의 주민참여예산제이다.
시행된 2년간 과정을 돌아보니 '주민참여예산제'는 주민들의 대립과 갈등을 융합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 공동체 중심의 미래가치를 실현하기에 적합한 도시, 은평
공동체 복원 문제는 더 이상 생활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다. 생산이 경제의 주도권을 갖게 되면 이윤 극대화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과소비를 조장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생산자 중심의 과소비가 누적돼 사회 양극화를 초래하고 있다. 공동체 파괴와 양극화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이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병들어가고 있는 사회의 문제다.
공동체는 생산자 중심의 경제 원리에서 소비자 중심의 경제 원리로 변화하는 출발점이다.
협동조합은 공동체 운동이다. 일 공동체로 뜻을 모은 사람끼리 공동으로 투자하고 공동으로 노동해 일자리를 창출한다. 생활하면서 생기는 다양한 문제를 혼자 해결하는 것은 어렵지만, 신기하게도 여럿이 모여 힘을 모으면 해결이 가능해진다.
'역마을 협동조합'은 400여 명의 역촌동 주민이 십시일반 10만 원씩 출자, 자본금 4000만원 규모 마을기업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동네 이웃들이 모여 함께 일할 직장을 만들고 지역에서 일어나는 작지만 고달픈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하자는 취지야말로 협동조합의 ‘기본정신’에 가장 충실한 것이다.
◆ 새로운 대안 경제를 준비하는 도시, 은평
오늘날 우리 사회의 변화와 역동성을 대표하는 새로운 키워드로는 ‘마을’, ‘제3섹터’, ‘융합의 사회적 경제 활성화’ 등을 꼽을 수 있다.
제3섹터란, 민관 공동 출자 산업으로 민간 부문이 가진 우수한 정보·기술과 풍부한 자본을 공공 부문에 도입, 공동 출자 형식으로 행하는 지역 개발 사업을 말한다. 제3섹터와의 협력적 거버넌스를 토대로 참여 자치와 사회적 경제를 살려야 한다.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을 아우르는 사회적 경제 전체를 튼튼히 뿌리내리게 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결론적으로 협동경제, 사회적 경제, 창조경제 등으로 표현되는 새로운 경제의 패러다임이 그 답이 될 수 있다. 특히 사회적 경제는 기존 경제 시스템에 대한 불신과 부조리에 대한 대안으로 사회적 가치를 중요시하며 자발적인 참여 경제를 추구하겠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런 흐름은 은평구 뿐 아니라 10년, 20년 후 대한민국의 경제를 바꿔놓을 것이다.
그 거대한 변화가 소리 없이 은평구에서부터 시작되고 있고 이 씨앗이 한국 경제에 선순환과 성장을 일으키고, 고용과 발전을 일으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 선순환 복지 생태계를 주장하는 도시, 은평
대한민국은 OECD 국가들 중 가장 낮은 복지비를 지출한다. 그런데도 복지 때문에 힘들다고 하는 이유는 복지 예산 분담, 즉 보편 복지 예산 매칭(분담)의 문제와 복지 예산 집행의 문제 때문이다.
첫째, 복지 예산 분담, 즉 보편 복지 예산 매칭의 문제다. 대한민국의 복지 수준이 향상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중앙 정부가 복지 기준선을 마련해 지방자치단체의 부담 비율을 없애고, 100% 정부 지원 방식으로 시행해야 한다. 광역과 자치단체로 매칭시킨 보편 복지 예산은 국가가 책임지고 부담해주어야 한다.
둘째, 복지 예산 집행의 문제다. 지금까지 우리가 적은 복지비를 지출하고도 사회적 부담이 됐던 이유는 복지 예산이 새로운 생태계를 만드는 데 들어간 것이 아니라 주로 휘발성 예산으로 쓰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복지비 지출을 통한 복지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일자리 창출로 확대하고, 그런 구조가 선순환되도록 해야 한다. 복지와 일자리 문제는 동떨어진 게 아니라 함께 풀어가야 하는 과제다. 이 것이 바로 복지가 일자리를 창출하는 새로운 복지 생태계다.
국가가 보편 복지 예산을 부담하여 확보한 예산을 복지 생태계 조성에 사용해 파급 효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 책 속으로
은평구는 주민이 행정에 참여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자치단체다. 지역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주민들이 있고, 그런 주민들의 노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려는 행정이 있다. 그래서 일방적으로 행정에 요구하거나 행정의 보살핌을 받는 주민이 아니라 적극적인 참여로 자신의 삶을, 그리고 지역을 바꾸고 싶어하는 주민들이 은평으로 몰려오고 있다. 그 중의 한 사람이 녹번동 지역회의 위원장인 이희영 씨다.
100명의 아이들에게는 100가지의 꿈과 재능이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아이들에게 오직 좋은 대학에 갈 것만을 요구하고 있다. 아이들이 학교를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의 요구를 공교육이 만족시켜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소수의 학생을 돋보이게 하고, 나머지는 들러리로 만들고 있는 것이 공교육의 현실이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도, 달리기를 잘하는 아이도, 그림을 잘 그리고, 노래를 잘 부르는 아이도 품어주어야 하는 것이 교육이다. 그래야 공부를 잘하는 아이도 다른 것을 잘하는 아이의 경험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 그래야 공부가 싫은 아이도 공부를 좋아할 수 있다.
만약 횡단보도가 없는 길에서 주민들이 무단횡단을 자주 한다면 이는 경찰이 단속을 하는 것보다 횡단보도나 신호등을 설치하는 것이 올바른 행정이다. 이런 문제들이 벌어지는 이유는 아직도 법과 행정이 생활과 괴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서민들의 생활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이해하는 마음을 가지고 법을 만들고 행정을 한다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이것이 바로 생활정치다.
최상의 복지는 일자리 창출입니다. 복지 예산을 시혜성 예산으로 소모할 것이 아니라 일자리 생태계를 만드는 데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산적이면서 주민들의 먹고사는 민생의 문제를 편안하게 해결해주는 것, 그것이 우리 구정의 목표다. 이를 위해 방향을 잃지 않고 흔들림 없이 전진할 것이다.
취임 후 지금까지 계속 희망이 있는 복지, 차별 없는 보편적 복지로 은평구를 사람이 살기 좋은 마을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앞으로 더욱더 장애인과 노인, 여성과 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들이 소외되지 않는 은평구를 만들 것이다.
대한민국은 부의 양극화와 공동체 파괴, 극심한 경쟁 체제로 심각한 병을 앓고 있다. 그 병을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가 살고 있는 마을, 북한산 큰 숲, 사람의 마을 은평에서 찾을 수 있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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