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이기동 성균관대 교수 '동서양 인문학 삶으로 스며들다' 특강, 주민들 몰려들어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3일 저녁 늦은 시간임에도 관악구청 대강당은 인문학 열기에 취한 주민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학생부터 나이 지긋한 어르신까지 연령층도 다양했다.
‘동서양의 인문학, 삶으로 스며들다’란 주제로 펼쳐지는 인문학 특강을 듣는 주민들은 성균관대 이기동 교수 강의에 몰입하고 있었다.
‘지식복지’를 행정운영의 큰 줄기로 삼고 있는 관악구(구청장 유종필)에서 마련한 자리다.
“실용 학문이 패스트푸드라면 인문학은 숙성된 된장과 같아요”
유종필 구청장의 인문학 사랑은 남다르다.
그는 “구청장이 주민 소득을 일시에 올려줄 수는 없지만 삶의 질은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인문학 특강도 주민들 삶을 윤택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중 하나라는 것이다.
서울대 인문대학에 입학해 1학년 때 군복무를 한 그는 복학 후 2학년에 올라가며 인간의 삶에 대해 생각이 많았던 이유로 철학과를 선택했다. 고향에서는 어렵게 명문대학 가더니 점쟁이 되려한다는 우스운 비난도 들었다고 한다.
유 구청장은 대학 4년을 철학· 문학· 역사공부만 했을 정도로 인문학에 심취해 보냈다. 이런 점이 도서관, 교육사업 등을 통해 ‘지식복지’를 실현하려는 그의 행정 철학에 바탕이 됐다.
“인류역사는 꿈과 상상력 산물이고 자연과학도 상상력을 바탕으로 발전해 온 것”이라는 유 구청장은 '상상력의 원천은 인문학'임을 강조한다.
그리고 유 구청장은 “아무리 훌륭해도 멀리 있는 도서관보다 집 가까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이 좋은 도서관이듯 인문학도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이유로 관악구는 1년 내내 인문학 강연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4월부터 12차에 걸친 ‘서양고전, 인간을 말하다’라는 주제로 인문학 특강이 있었다. 이는 관악구가 서울대, 플라톤아카데미와 손잡고 진행된 것으로 매회 1600명이 넘는 주민들이 서울대 문화관을 가득 메웠다.
지난 7월부터 9월까지는 ‘내 삶을 바꾸는 인문학을 만나다’라는 강연이 구청 대강당에서 진행됐다.
3일 열린 특강은 관악구가 세 번째로 마련한 것으로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0일까지 매주 화요일마다 강연이 진행된다.
“인문학이 밥 먹여 주냐는 시대는 지났어요. 지금은 ‘돈 되는 인문학’ 시대입니다” 유 구청장은 특히 청소년들이 인문학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주문한다.
요즘 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적· 융합적 인재로 성장하는 기틀을 인문학을 통해 다질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이를 증명하듯 고도의 금융지식을 요구하는 월스트리트에서 인문학 전공자 채용 바람이 불고 있으며, 국내 기업들도 채용기준에 스펙보다 인문학적 소양을 더 중시하는 추세다.
초등학교 때부터 철학이 필수과목인 프랑스 고등학교 철학시험 문제가 서울대 철학과 수준이어 자존심이 몹시 상했다는 유 구청장은 "우리나라 초중고에서 철학을 가르치지 않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