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정승집 개가 죽으면 문전성시를 이루고 정승이 죽으면 개 한 마리 얼씬거리지 않는다’는 옛 속담이 있다. 권력의 위세나 무상을 빗대어 하는 말이다.
그러나 기자가 2일 찾은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부인 고(故) 김영혜 여사의 빈소는 속담과는 정반대였다.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는 말 그대로 썰렁하고 적막감 마저 들었다. 대기업 오너의 부인상인 만큼 많은 정재계 인사들이 찾을 것이라는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빈소 입구에는 한진중공업홀딩스와 한진중공업의 조기만이 세워져 있었다. 근조 리본을 단 한진중공업그룹 관계자 10여명만이 조문객을 맞이했다. 여느 일반인 상가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였다.
그래서인지 고인의 남편인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의 표정이 슬프게 느껴졌다. 이날 하루종일 빈소를 지킨 조 회장은 수척한 얼굴로 "그저 안타깝다. 경황이 없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빈소에는 한진그룹 오너일가가 다 찾지 못해 아쉬움을 더했다. 한진그룹은 창업주인 조중훈 전 회장이 타계한 후 계열 분리과정에서 형제간 다툼으로 서로 사이가 소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한진가에서 맏형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 여사가 가장 먼저 빈소를 찾았다.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대한항공 상무 등 두딸과 함께 오전 11시께 빈소를 방문했다. 이어 막내 조정호 전 메리츠금융그룹 회장도 빈소를 방문했다. 고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 부인 최은영 회장도 오후 3시쯤 빈소를 찾아 유족들을 위로했다.
일부 재계인사들도 모습을 보였다. 조남호 회장과 사촌지간인 르노삼성자동차 박동훈 부사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빈소를 찾았다. 희망버스로 인연을 맺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도 다녀갔다. 그렇지만 조선업계 빅3인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CEO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날 빈소에서는 쓸쓸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한진오너 일가 모두가 한 자리에 다 모이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 여기에 조선업계의 빈 자리도 컸다. 이 때문일까 국내 조선 70년 역사의 산역사인 한진중공업의 빈소는 텅 비어보였다. '기쁜 일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픈 일은 나누면 절반이 된다'는 말을 굳이 꺼내지 않더라도 말이다.
김승미 기자 askm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