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SBS 새 월화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극본 하명희, 연출 최영훈,이하 따말)'가 베일을 벗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사랑과 전쟁'을 닮아있어 다소 아쉬움을 자아냈다. 하지만 한혜진 김지수 이상우 지진희 네 명 배우의 변신은 칭찬 받을 만 했다.
2일 밤 첫 방송을 시작한 '따뜻한 말 한마디'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아슬아슬한 외줄을 타는 위기의 두 부부의 갈등을 그리는 드라마다. 제작진은 드라마가 '불륜'을 소재로 하지만 캐릭터들의 아픔과 성장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을 힐링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 뻔한 흐름에서 벗어난 파격적인 구성으로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하겠다고 장담한 바 있다.
실제로 '따뜻한 말 한마디'는 시작부터 순차적인 흐름이 아니라 이미 불륜이 시작된 후의 모습을 그려 눈길을 끌었다. 남편의 배신을 알게 된 은진(한혜진 분)은 재학(지진희 분)을 만나 사귀게 되고, 재학의 아내 미경(김지수 분)은 의도적으로 은진에게 접근한다.
한혜진은 지고지순한 자신의 마음을 저버리고 회사 직원과 바람을 피운 남편 성수(이상우 분)를 향해 억울한 마음을 토로하며 눈물을 쏟아냈다. 또 불륜녀를 찾아가 머리채를 잡고 흔들며 격한 싸움을 벌이는 등 기존에 보여주지 않은 강한 캐릭터를 선보였다. 뿐만 아니라 치마가 뒤집어진 것도 모른 채 서 있다가 그것을 알려주려는 재학을 변태로 몰아부치고, 스스로를 아줌마라고 지칭하는 등 코믹 연기에도 도전했다.
한혜진의 남편으로 분한 이상우는 '젠틀맨' 이미지를 벗고 아내를 버리고 바람을 피우는 역할로 등장해 완전한 변신을 꾀했다. 그는 아내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토를 달고, 성질을 못 참는 치사한 성격의 캐릭터로 분했다.
남편의 여자 은진(한혜진 분)에게 자신의 존재를 숨긴 채 접근하는 미경 역을 맡은 김지수는 내면의 갈등을 효과적으로 그려내 몰입도를 높였다. 그는 남편의 불륜을 알면서도 사실을 밝혀야 할지, 덮고 넘겨야 할지 고민하며 복잡 미묘한 심경을 드러냈다.
또 김지수의 남편이자 한혜진의 불륜남으로 등장한 지진희는 날카롭고 냉정한 성격의 재학으로 출연했다. 그는 뛰어난 운동 실력에 활달한 성격을 가진 소형 전자회사 대표로 등장해 남성적인 매력을 과시했다. 아내 미경과 불륜녀 은진 사이에서 갈등하는 역할로, 차가움과 따뜻함을 오가며 다양한 모습을 보였다.
'따뜻한 말 한마디'의 장점은 현실감 넘치는 대사와 지루할 틈 없는 빠른 전개였다. 하지만 지나쳐서 다소 당황스러운 장면도 있었다. 부부싸움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향한 은진과 성수 부부. 이들을 찾아 온 은진의 엄마 나라(고두심 분)는 성수의 편을 들다가 그가 5년 전에 외도를 한 사실을 듣고 당장 이혼을 하라며 소리쳤다. 딸이 다쳐서 입원해 있는 병원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모습과 갑작스러운 돌변이 공감을 이끌어내기에는 다소 역부족이었다.
방송에 앞서 한혜진은 "나은진의 이야기가 드라마를 보시는 여러분들의 삶이고, 결혼이며, 인생이고 가족과 같을 것이라 확신한다. 많이 웃고 함께 울면서 내 이야기에 공감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 바 있다.
그러나 첫 방송에서 '따뜻한 말 한마디'는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 같은 분위기를 나타내며 공감보다는 자극적인 재미를 선사했다. 실제로 하명희 작가는 과거 '사랑과 전쟁1'을 집필한 바 있다. 그래서인지 빠르고 흥미로운 극 전개가 시선을 사로잡았지만 과연 시청자들을 어떻게 힐링 할 수 있을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제작진의 의지처럼 '따뜻한 말 한마디'가 불륜, 막장 드라마의 느낌을 지우고 안방극장에 따뜻함을 선사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할 일이다.
유수경 기자 uu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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