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총알' 속도를 자랑하는 중국의 고속철 '가오티에(高鐵)'가 빠른 속도로 중국 전 지역으로 뻗어 나가고 있는 실태를 보도하며 가오티에 노선 확장이 가지는 의미를 집중 조명했다.
중국이 고속철 구축으로 본격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8년 자주기술로 시속 350㎞의 베이징(北京)~톈진(天津) 고속철 노선 운행을 개시하면서 부터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베이징~광저우(廣州) 노선도 정식 개통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긴 고속철 구간(총 길이 2298㎞)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베이징~광저우 고속철 노선은 이미 운영중인 광저우-선전 노선과 합쳐져 베이징~선전(2400km)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한데 이어 2015년까지 홍콩으로까지 노선을 확장해 세계 최장 고속철 노선 기록을 경신할 예정이다.
중국의 고속철 노선은 5년 만에 1만km 길이로 뻗어나갔다. 현재 중국 내 100개가 넘는 도시를 고속철이 연결하고 있다.
기존까지 중국의 고속철 구축 사업은 인구밀도가 높은 중국 동부 연안과 중부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돼 왔지만 최근에는 중서부 지역으로 영역 확장 움직임이 본격화 하고 있다.
베이징~선전 고속철 노선은 중간에 서부 실크로드의 주요 관문인 란저우(蘭州)로도 이어진다. 내년 란저우~우루무치(烏魯木齊) 노선(총 길이 1900km)이 완공되면 중국은 그동안 개발에 소외됐었던 서부지역까지 고속철로 연결하는 쾌거를 이루게 된다.
1962년에 만든 란저우~우루무치 연결 간선철도가 있기는 하지만 이번에 만드는 새 구간은 속도 면에서 확연히 차이가 나며 노선 경로도 조금 다르다. 티베트 고원 북동부에 있는 칭하이성(靑海省)을 경유한다.
정부는 란저우~우루무치 노선 공사비로 베이징~선저우 구간에 들어간 4000억위안의 3분의 1 수준인 1440억위안(약 240억달러) 정도로 책정해 놓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칭하이성을 경유하면서까지 새 고속철 라인을 구축하고 있는 것은 경제적 효과 때문만이 아니라고 진단한다. 사실 칭하이성의 중심 도시인 시닝(西寧)을 이륙해 우루무치에 착륙하는 항공편은 하루에 한 편만 운항될 정도로 이 두 지역 간에는 여객 수요가 적은 편이다. 게다가 해발고도가 높아 터널을 뚫는데 힘이 많이 들고 지진이 자주 발행하는 지형적 악조건도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노선 확장을 진행하는 것은 서부지역의 소외된 민족을 아우르려는 정치적 목적이 깔려있다. 종종 중국 언론들이 우루무치 고속철 노선을 '정치적 노선(Political line)'이라고 일컫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14년 말 란저우를 출발한 고속철이 시닝을 거쳐 서부 종착역인 우루무치에 도착하게 될 경우 이 '정치적 노선'은 중국 전체 면적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세 개 지역(신장위구르자치구, 칭하이성, 간쑤성)을 통합하는 의미를 갖게 된다.
이코노미스트는 조만간 분리 독립을 외치고 있는 티베트만이 고속철 확장이 어려운 지형적 요건 때문에 중국에서 유일하게 고속철이 지나지 않는 지역으로 남아있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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