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 이상 고학력 여성의 노동력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상당부분 사장되는 문제는 이제 국가 발전전략 차원에서 다뤄야 할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여성의 경제활동이 저조한 것은 비단 고학력 여성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여성 전체에 걸쳐 고질화된 현상이다. 그러나 특히 대졸 여성의 노동력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사장되고 있다. 이는 우리 경제 발전을 위해 필요한 고급 인력의 잠재력을 활용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들에게 투자된 공적ㆍ사적 교육비용까지 고려하면 사회적으로 큰 낭비이기도 하다.
어제 현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보고서 '여성인력 활용의 선진 사례와 시사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대졸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은 각각 62.5%와 60.5%였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82.6%와 78.4%에 각각 20.1%포인트와 17.9%포인트라는 큰 격차로 미달하는 수치일 뿐 아니라, 이 국제기구의 34개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고용률을 연령대별 그래프로 그려보면 대졸 미만 여성의 경우 25~30세에서 다소 떨어지지만 40대 이후에는 20대보다 높은 수준으로 올라간다. 이와 달리 대졸 여성의 고용률은 30세를 전후해 10%포인트 이상 급락한 뒤 거의 회복되지 않는다. 연령대별 고용률 추이가 대졸 미만 여성은 M자형, 대졸 여성은 L자형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가장 큰 직접적 이유는 30세 전후부터 시작되는 임신ㆍ출산ㆍ육아의 부담으로 인한 경력단절에 있다. 고학력 여성이 경력단절과 그 후유증을 더 심하게 겪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전 세계에서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두드러진다고 한다. 여성 교육의 효과가 자녀를 훌륭하게 키우는 것으로 나타난다면 그것도 좋은 일이다. 그러나 국가경제 관점에서 보면 당장 활용될 수 있는 고급 노동력이 활용되지 못하는 데서 초래되는 손실이 크다.
이 문제의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육아와 가사노동의 사회화'와 '경력단절 극복에 도움이 되는 시간제 일자리 확대'다. 둘 다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공공 보육시설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데 국가 차원의 우선적 투자가 필요하다. 시간제 일자리 확대도 정부가 목표 이상으로 과감하게 밀어붙여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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