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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의 연상호 감독 "'믿음'이란 싸구려 감수성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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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가 뭡니까? 도발적인 질문 던지는 애니메이션 '사이비'

'사이비'의 연상호 감독 "'믿음'이란 싸구려 감수성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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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사이비'의 한자는 닮을 사(似), 말 이을 이(而), 아닐 비(非)이다. '겉으로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속은 완전히 다르다'는 뜻이다. 연상호 감독이 두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의 제목을 '사이비'로 정한 이유는 이 단어만큼 작품의 뜻을 정확하고, 강렬하게 전달하는 말도 없기 때문이다.

학교폭력을 주제로 다룬 첫 장편 '돼지의 왕'이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 감독주간 부문에 초청되면서 이름을 알렸지만, 연상호 감독은 '사이비' 시나리오를 '돼지의 왕'보다 먼저 구상했다. ('사이비' 역시 제46회 시체스국제영화제에서 애니메이션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으며, 제38회 토론토국제영화제 뱅가드 부문에도 초청됐다.) 때는 바야흐로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선이 있고, 정권 교체가 있었던 과도기였다.


"혼란의 시기였죠. 당시 TV 토크쇼나 SNS를 유심히 봤는데, 분명히 내가 볼 땐 말도 안되는 얘기인데도 매너가 좋고 젠틀한 사람이 얘기하면 대중들이 좋아하는 반면, 맞는 얘기라도 말투가 거칠거나 험악하면 싫어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이번 이야기를 구상하기 시작했어요. 지금의 힐링 열풍도 비슷한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진짜냐 아니냐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고, 설사 그게 거짓일지라도 따뜻하고 친절한 말만 들으려 하죠."

'사이비'의 연상호 감독 "'믿음'이란 싸구려 감수성이 아닐까?"


이렇게 탄생한 '사이비'는 수몰 예정지역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종말의 느낌이 나는 고립된 곳을 찾다가 마을이 통째로 물에 잠기는 수몰지"로 선택했다고 한다. 작품에는 기적을 빙자해 사람들을 현혹하는 장로 최경석(권해효 목소리 연기)와 그의 정체를 유일하게 알고 있는 술주정뱅이 폭군 김민철(양익준)이 갈등의 축을 이룬다. 누구나 착한 사람이라고 믿는 장로는 거짓을 일삼고, 모두가 나쁜 사람이라고 여기는 한 남자는 진실을 말한다. 마을 사람들은 과연 누구의 말을 믿고 따를까.


연상호 감독은 작품의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몇 달에 걸쳐 사이비 종교에 관한 조사도 빼먹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이 교회에서 기도를 올리는 장면이나, 목사나 장로가 현란한 말로 설교하는 장면 등은 애니메이션인데도 불구하고 섬뜩하기조차 하다. "'천국의 인원이 제한돼 있다'는 식의 말로 대중들을 혹하게 하는 사이비 종교만의 특징이 있다"고 설명한 연 감독은 "'돼지의 왕' 때도 왜 학교를 지옥으로 묘사했냐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번 작품에도 특정 종교가 등장하는 것에 대해 민감한 반응이 있다. 하지만 작품을 보면 종교를 다루는 게 아니라 '맹신'을 다루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비'의 연상호 감독 "'믿음'이란 싸구려 감수성이 아닐까?" 영화 '사이비'의 한 장면


"영화를 보고 의견이 갈려요. 이걸 실사로 만들면 정말 '센' 영화가 나올 거라는 얘기도 있고,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이 정도로 수위로까지 표현할 수 있었을 거란 얘기도 나오더라고요. 전 애니메이션 감독이니까 후자에 가까워요. 개인적으로는 주인공 김민철이 교회 앞에 갔을 때, 교회의 네온사인에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문구가 흘러나오는 장면을 좋아합니다. 영화를 통해 관객들이 '내가 믿고 있는 것이 굉장히 얕은 수나 싸구려 감수성과 같은 허접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번은 해봤으면 좋겠어요."


'사회 고발 애니메이션'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이번 작품이 유독 생생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따로 있다. 보통의 애니메이션은 완성된 작품에 배우들의 목소리를 입히는데 연 감독은 그 순서를 뒤바꿨다. 배우들이 시나리오를 보고 애드리브를 하거나 대사를 바꾸면서 자유롭게 목소리 연기를 하면, 그 소리를 가지고 인물의 표정과 세부동작을 그려나갔다. 주인공을 맡은 권해효, 양익준, 오정세, 박희본 등 배우들의 목소리는 물론이고 표정과 호흡, 행동까지도 애니메이션에 녹아냈다. '돼지의 왕' 성공 이후 제작비도 두 배 가까이 들여 그림에 더 신경을 쓸 수 있었다.


"보고 나서 두고두고 생각나는 영화가 좋은 영화죠. 하지만 이 작품을 제 방식대로 몰아가고 싶진 않고, 관객들의 판단에 맡기고 싶습니다. 해외에서는 일본 지브리 스튜디오의 미야자키 하야오의 정반대에 있는 작품이라고 제 영화를 소개하는데, '사이비'가 우리 사회의 한 부분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영화면 좋겠습니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사진=백소아 기자 sharp204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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