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 배우 이민호와 장근석의 자존심 대결이 시작됐다. 하지만 이민호가 강력한 우위를 점하고 있어 장근석이 그를 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0일 첫 방송된 KBS2 '예쁜 남자'는 6.3%(닐슨 코리아·전국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민호 주연의 SBS '왕관을 쓰려는자 그 무게를 견뎌라-상속자들(이하 '상속자들')'은 시청률 20.6%로 자체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는 큰 인기를 끌었던 '비밀'이 종영하면서 많은 시청자들이 SBS로 채널을 돌린 것으로 분석된다. 후속작인 '예쁜 남자'에 대한 기대감이 다소 낮은 것을 입증한 부분이기도 하다.
1년 만에 국내 무대에 복귀한 장근석은 해외에 비해 한국에서 인기가 저조한 만큼 이번 작품을 통해 안방극장도 점령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그러나 첫 방송부터 힘이 들어간 연기와 늘 봐오던 캐릭터의 식상한 모습으로 아쉬움을 자아냈다.
'예쁜 남자'는 국보급 비주얼과 마성을 지닌 독고마테가 대한민국 상위 1% 성공녀 10인방의 여심을 훔치면서 얻은 노하우를 통해 진정한 '예쁜 남자'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마테성공백서 드라마다.
경쟁작인 '상속자들'은 부유층 고교생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리는 청춘 트렌디 드라마. 결과적으로 두 작품은 모두 만화적인 설정과 다소 유치한 내용을 그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민호는 되고 장근석은 안 되는 이유가 뭘까. 이민호는 '상속자들'에서 제국그룹 후계자 김탄 역을 맡았다. 그는 내연녀의 아들이란 이유로 서자취급을 받는 인물이다. 모든 걸 다 가진 듯 보이지만 내면에는 외로움과 남모를 상처를 안고 있다.
'상속자들'이 출격할 당시 이민호는 전작인 '꽃보다 남자'에서의 캐릭터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쌓인 연기 내공과 깊어진 눈빛, 더욱 강렬해진 남성적 매력은 여심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상대역 차은상(박신혜 분)을 향한 애절한 마음과 그를 보호하는 듬직한 모습까지 섬세하면서도 박력 있는 모습은 이민호만이 가지고 있는 강점 중 하나다.
반면 '예쁜 남자'에서 독고마테로 분한 장근석은 첫 방송만으로 시청자를 사로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단숨에 여자를 홀리는 예쁜 남자. 재벌2세란 걸 알지만,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선 암호를 알아야 하는 인물. 흥미로운 조건을 지니고 있는 캐릭터지만 기존에 장근석이 지니고 있던 '프린스'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휘날리는 긴 머리와 샤방샤방한 외모 역시 색다른 변신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과장된 말투와 몸짓 역시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였다. 하지만 어머니의 죽음 앞에 오열하는 모습은 잠시 그의 연기력에 기대감을 갖게 하는 장면이었다.
'예쁜 남자'와 '상속자들'은 모두 요즘 표현으로 '오글거리는' 드라마에 속한다. 하지만 '상속자들'이 성공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강한 중독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비현실적 설정 속에 빠지게 만드는 배우들의 안정감 있는 연기 또한 큰 몫을 했다.
재벌2세 캐릭터로 도전장을 내민 장근석이 이민호를 꺾기 위해서는 새로운 승부수가 필요하다. 늘 색다른 것을 원하는 시청자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서는 장근석 스스로가 '아시아 프린스'라는 부담감을 벗어던져야 한다. 그가 얼마나 변신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눈들이 많다.
유수경 기자 uu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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