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사진가 윤성미씨, 내달 24일까지 사진전 참여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손바닥 안에 펼쳐진 저만의 세상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요."
19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상명대 예술디자인센터에 10명의 '예술가'들이 모였다. 가족의 손을 잡고, 선생님의 안내를 들으며 행사장에 모인 이들은 다음달 24일까지 '마음으로 보는 세상, 마음으로 보는 서울' 전시를 개최하는 시각장애인 사진가다.
이날 개막식을 가진 전시회는 양종훈 상명대 사진영상미디어학과 교수와 학생으로 이뤄진 멘토단과 사단법인 마음으로보는세상이 시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7개월간 사진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얻은 결과물을 처음으로 소개하는 자리다.
이번 전시회에서 8개의 작품을 선보인 윤성미(25·여·사진)씨도 불빛만 감지할 수 있는 정도의 시력을 가진 저시력1급 지체장애인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그림을 그릴 수 있냐구요? 눈이 아닌 마음으로도 세상을 볼 수 있다는 걸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눈이 아닌 마음으로 세상과 만나는 그가 셔터를 한 번 누르기 위해서는 많은 인내와 기다림의 과정이 필요하다. 전담멘토인 한성훈(20) 학생이 윤 씨와 함께 다니며 공간이나 자연, 사물의 모습을 차근차근 설명한다. 이어 멘토가 하나하나의 형상을 손바닥에 그려주면 윤씨는 이를 바탕으로 그만의 세상을 머릿 속에 펼쳐낸다.
길가에 핀 코스모스와 이름모를 들꽃도 성미씨에겐 렌즈에 담아내고 싶은 간절한 하나의 세상이 되는 것이다. 그의 머릿 속에 펼쳐진 상상 속 세상은 렌즈를 거쳐 그렇게 세상에 나온다.
3년째 사진을 찍고 있는 성미씨에게 사진은 세상과의 연결통로가 됐다. 극심한 우울증으로 외부활동을 하지 않던 그의 발길을 세상 밖으로 이끈 것도, 친구들과 웃으며 일상을 보내는 일이 가능해진 것도 모두 '사진' 덕분이다. 집에서만 생활하며 겪은 부모님과의 갈등은 이제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위로하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처음 사진을 대했을 땐 넘지못할 벽처럼 느껴졌어요. 하지만 제가 촬영한 세상을 사람들이 보고 공감해 주면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죠."
세상과의 한 단계 벽을 넘은 윤 씨는 이제 좀 더 구체적으로 '사진작가'의 꿈을 실현시키고 싶다고 말한다. 남들보다 좋아하는 일을 어렵게 찾은 기회를 살리고 싶고, '조금 하다 말겠지'라는 사람들의 편견도 깨고 싶기 때문이다.
윤 씨는 "장애우를 돕는 분들이 많은 덕분에 사진도 찍을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며 "더 많은 장애우들이 세상으로 나올 수 있도록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을 사람들에게 꾸준히 보여주고 싶다"고 전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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