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상승 대비해 낮은 비용으로 자금조달 수요 커져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 아시아 국가들의 외화 대출 상승세가 가파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금리상승에 앞서 아시아 기업들이 외화대출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며 이는 신흥국 금융시장의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이라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달 말 현재 인도·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의 외화대출 잔액은 360억달러(약 38조원)로 1년 전보다 52% 급증했다. 한국과 중국 역시 외화대출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국의 외화대출 잔액은 776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늘었다. 상반기 한국의 외화대출은 312억1000만달러로 6개월 사이 12억8000만달러 증가했다.
아시아 국가들이 외화대출을 빠르게 늘리는 것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앞서 금리가 오르기 전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받고자 하는 기업이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성장둔화에도 중앙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 지속적으로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기업의 자국 내 자금조달 비용이 올라가고 있다.
이렇다 보니 자국 내에서 유동성이 빠듯해진 대기업을 중심으로 외화대출이 늘고 있다. 인도 최대 기업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는 최근 인도 시중 은행 대출금리보다 1.7%포인트 낮은 금리로 15억5000만달러의 달러화 대출을 받았다. 말레이시아의 석유기업 사푸라켄카라 페트롤리엄도 최근 말레이시아 기업으로는 사상 최고인 58억달러의 달러화 대출을 받는 데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아시아 기업들의 외화대출 증가세가 빠른 것은 우려할 만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 '버냉키 쇼크' 이후 출렁였던 신흥국 금융시장은 완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은행들이 금리상승에 대비해 변동금리 대출을 늘리고 있어 기업들 입장에서는 향후 대출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가치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는 것도 기업의 부채상환 비용을 늘리는 요인이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달러 대비 17% 하락했다. 인도 루피화와 말레이시아 링깃화도 각각 13%·4% 떨어졌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이 본격적으로 출구전략을 시행하면 미 국채금리가 오르고 달러의 유동성이 빠르게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아시아 기업들의 신용악화와 디폴트율 상승으로 이어져 금융권의 동반 부실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고 밝혔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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