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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들의 사생활-12장 깽판 경로잔치(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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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들의 사생활-12장 깽판 경로잔치(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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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뛰어나온 저는 마당에 던져두었던 막대기를 집어들고 잰 걸음으로 소리가 났던 쪽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어요. 낮에 내렸던 비 때문에 길은 질척했고, 길가의 풀은 젖어있었지요. 불안과 공포가 등짝을 타고 서늘하게 타고 내렸지만 무언가가 제 손을 나꿔채 잡아끌기라도 하는 것 같았어요. 어디선가 멀리서 컹컹, 개 짓는 소리가 들렸어요. 얼마 가지 않아 곧 저수지의 잡목 숲이 나타났습니다. 잡목 숲 사이로 번쩍하고 저수지의 수면이 비쳤어요. 마지막 남은 저녁 하늘빛을 빨아들인 채 누워있는 저수지는 커다란 유리창처럼 보였지요. 물이랑이 잔잔히 이는 저녁 무렵의 저수지는 괴이할 정도 의 정적으로 덮혀 있었구요. 저는 방죽 아래로 난 길을 따라 반 쯤 몸을 가린 채 급히 발걸음을 옮겼어요.”

하림은 그때를 상상하며 마른 침을 꿀꺽 한번 삼겼다. 그리곤 계속해서 말했다.
“얼마를 갔을까. 저수지의 끝 배수구 부근 다리에 이르렀을 때였어요. 저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서버리고 말았습니다. 다리 건너편 어둑한 속에 사람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분명 사람 그림자가....! 저는 얼른 잡목 뒤로 몸을 숨겼어요. 다행히 그림자는 저를 보지 못하고 어스름 속에서 혼자 부산히 움직이고 있었어요. 키가 큰 사내의 그림자였습니다. 사내는 무언가 무거운 것을 질질 끌고 있었어요. 그리고 다른 한 손엔 긴 작대기 같은 것을 들고 있었는데, 저는 직감적으로 그게 엽총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가슴이 쿵쾅쿵쾅 세차게 뛰었지요. 그는 무거운 것을 한참동안 질질 끌고 가더니 저기 저 이층집 영감님의 울타리 근처에서 걸음을 멈추었어요. 그리곤 잠시 주위를 살피듯 한번 돌아보고는 무거운 것을 그곳에 던져두고, 곧 돌아서서 공사장 사무실이 있는 불 꺼진 컨테이너 박스 뒤로 사라졌어요. 그리고 곧이어 오토바이 소리가 들렸어요. 투다다다, 거리는 오토바이 소리는 잠깐 어둠을 흔들어놓고는 꽁무니의 빨간 불빛과 함께 금세 사라져버렸지요. 너무나 대담했고, 너무나 빨랐어요. 그가 떠나고나자 다시 사방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쥐 죽은 듯한 고요 속에 빠져 들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잡목 뒤에서 나오지 못한 채 한동안 그대로 얼어붙은 사람처럼 앉아있었습니다. 청동빛 어스름이 가시자 먹빛 어둠이 내리고 있었고, 어느새 저수지 저편 하늘에서 초승달이 파랗게 빛을 토하고 있었지요.”


하림이 말을 이어가는 동안 최기룡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지기 시작하더니 끝내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
“집어치워! 지금 이 판국에 한가롭게 무슨 소설 따위를 지껄이자는 거냐, 뭐냐?”
그러나 하림은 그만 두지 않았다. 이미 쏟은 물이었고, 뱉은 말이었다. 최기룡은 일어나려고 용을 썼다. 하지만 곧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수건으로 싸매어놓은 허벅지에서 계속해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도대체 그 사내가 누구라는 거요?”
동네 늙은이 중의 하나가 호기심을 견디지 못하고 초조한 어조로 물었다.
하림은 천천히 최기룡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손가락 끝으로 그를 가르키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바로 저기, 저 사람이오.”
“뭐....? 뭐라구? ”
다들 깜짝 놀란 얼굴로 최기룡에게로 시선을 던졌다.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들이었다.
“거짓말!”
최기룡이 소리쳤다.
“어둑하긴 했지만 난 분명히 봤어요. 바로 저 사람이오.”
하림이 지지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단정하듯이 말했다.

글. 김영현 / 그림. 박건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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