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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 파고다]3-② '파고다 출근자'들이 꼽은 낙원동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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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김민영 기자, 주상돈 기자] "할아버지, 점심 드시러 자주 가는 집 어디에요?"


말이 떨어지자마자 파고다 나들이 10여년 경력의 '베테랑' 할아버지들의 입이 분주해졌습니다. 지금까지 이 일대에서 먹은 점심만 수백 그릇이 넘을 테니 그럴 만합니다. 싸고 맛있는 집을 찾아 나서는 건 어르신들이 누리는 일상의 즐거움이자 한편으론 숙제이기도 합니다. 말로 설명해주는 건 부족했는지 소매를 끌고 손수 이곳저곳 데려다 주십니다. 그렇게 1시간 정도를 누비고 나니 어르신들의 '맛집'이라고 할 만한 10여곳이 추려지네요. 그중 몇 군데를 소개합니다. 할아버지들만큼이나 나이를 먹어 오랜 기간 손때가 묻은 장소인 것 같습니다.

[그 섬, 파고다]3-② '파고다 출근자'들이 꼽은 낙원동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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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집·부산집
낙원동 파고다 오피스텔 맞은편, 두 사람이 겨우 들어갈 정도의 좁은 골목을 걷다 보면 '수련집'과 '부산집'을 차례로 만날 수 있다. 식당의 간격은 50m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가깝다. '수련집'과 '부산집'의 대표 메뉴는 각각 가정집 백반과 동태백반. 가격은 3000원으로 똑같다. 가게 이름만큼이나 소박하면서 정겨운 분위기를 지닌 두 식당의 음식은 '집밥'과 가장 가깝다는 점이 매력이다. '수련집'은 푸짐한 밥에 국, 여덟 가지 반찬이 소담하게 차려 나오고, '부산집'은 큼지막한 동태살과 얼큰한 국물이 밥맛을 돋운다. 미로 같은 길에 숨어 있는 두 식당은 이제 젊은이들도 입소문을 듣고 찾아올 정도로 유명하다.

[그 섬, 파고다]3-② '파고다 출근자'들이 꼽은 낙원동 맛집


◆부자촌
그동안 밀가루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랐지만 파고다 공원 동문 근처에 있는 '부자촌'은 2000원대의 콩국수·냉면·짜장면 등 면요리의 가격을 10년간 단 한 번도 인상하지 않았다. '부자촌'을 운영하는 전영길(66) 할아버지는 "단돈 500원도 크게 느끼는 손님들 때문에 차마 올릴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요즘 시내에서 한 끼 가격은 어르신들에게 부담스럽게 느껴질 정도지만 여기선 그 돈이면 친구들한테 한턱 거하게 낼 수도 있다"며 자랑을 했다. 요즘 전 할아버지는 손님들이 행여 추위를 타진 않을까 싶어 방한 작업에 여념이 없다. '부자촌'은 30여개가 넘는 다양한 식사와 안주가 특징. 최근에는 찜닭이나 전골 등 안주에 술 2병을 곁들인 1만원짜리 세트메뉴를 출시해 손님 모으기에 한창이다.


[그 섬, 파고다]3-② '파고다 출근자'들이 꼽은 낙원동 맛집


◆팔도 지명 다 모인 순대국밥집
낙원상가 옆 순대국밥 골목에는 '강원도집' '광주집' '전주집' '충청도집' '호남집' 등 전국 팔도의 지명이 다 있다. 처음 이곳에 국밥집 문을 열었던 주인들의 고향으로, 벌써 40여년 전 이야기다. 지금은 새 주인들이 가게를 인수해 장사를 하고 있다. 7년째 '전주집'만 고집한다는 이영옥(66) 할아버지는 이날도 점심으로 국밥 한 그릇과 소주 한 병을 비웠다. 할아버지는 "그동안 주인 바뀌는 것도 다 봐왔지. 그래도 인연이라는 게 있으니까 난 여기만 와" 했다. 골목 초입에서 '허리우드식당'을 운영하는 배영애(67) 할머니는 이 자리에서 30여년간 작은 슈퍼를 하다가 1960년대 후반 극장이 생기고 나서 업종을 변경했다. 가게에는 몇 년 전 TV방송에 출연했던 그의 사진이 상장처럼 붙어있다. 낙원동에서 청춘을 보냈다는 할머니의 얼굴은 그때보다 주름이 꽤 늘어 있었다.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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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 파고다]18-②죽음의 흔적을 지워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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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 파고다]20<끝>-①"기사 읽는 내내 가슴이 시렸습니다" 다큐의 힘
[그 섬, 파고다]20<끝>-②"탑골·종묘 주변, 세대공감 거리로 확 바꾼다" 서울시 밝혀
[그 섬, 파고다]20<끝>-③그 섬에 들어갈수록 이 사회의 무관심이 보였다
[그 섬, 파고다]20<끝>-④지면을 필름삼아 펜을 렌즈 삼아 다큐 찍듯 썼죠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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