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범죄자가 가족이나 측근 명의로 숨겨둔 재산에 대한 몰수·추징이 앞으로 쉬워진다. 그동안 범인이 숨겨둔 재산에 대해서는 민법상 사해행위의 취소소송 절차를 거쳐야 하는 등 집행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 공무원의 뇌물 범죄에 대한 추징 절차를 강화한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을 일반 범죄로까지 확대한 것이다.
정부는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5일 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과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심의·의결했다.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이른바 '김우중 추징법'으로 불린다.
이번 개정안으로 범인 외의 제3자가 범죄 정황을 알면서 취득한 물건 등에 대해 추징할 수 있도록 했고 가족 등 다른 사람의 명의로 숨겨 둔 재산에 대해 집행이 가능하도록 추징의 집행 대상을 확대했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 통과로 추징 집행률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몰수 대상자와 추징금 미납자에 대해서는 금융거래정보 등 다양한 정보를 통해 집행을 신속하게 하기로 했다. 수사검사는 몰수·추징의 집행을 위해 필요하면 관계인의 출석 요구는 물론 과세정보와 금융거래 정보 요청과 영장에 의한 압수·수색·검증 등을 할 수 있도록 법적 조항을 보완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범죄자가 다른 사람 명의로 재산을 숨기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몰수·추징 집행률이 그동안 너무 낮았다"며 "이번에 관련 법 조항을 강화함으로써 원활한 집행 기반이 확보되고 불법재산 형성도 방지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최근 제주·영남 등 55개 시군에 소나무 재선충병이 급속히 확산됨에 따라 '소나무재선충병 방제비'로 113억9600만원을 올해 일반회계 일반예비비에서 지출하기로 했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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