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 늘리면 재정부담… 보상비·건축비 1조3000억원 부담 원인
-5100여가구에서 4200여가구로 감축, 임대 줄이고 분양 늘리고
원인은 사업성 악화다. 박원순 시장 취임 후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주창하며 4200여가구 공급안을 5100여가구로 늘렸지만 재정부담 압박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이에 다른 사업지구에서도 임대주택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4일 서울시와 SH공사 등에 따르면 시는 최근 구로구 항동보금자리주택지구의 주택공급계획안을 수정, 고시까지 마친 뒤 국토교통부에 지구계획변경을 다시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정에 들어간 구역은 항동지구 7개 단지 중 1ㆍ4ㆍ5ㆍ6ㆍ7단지 등 총 5곳으로 이곳에서 임대주택 건설계획을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0년 5월 보금자리지구로 지정된 항동지구에는 당초 임대 2039가구, 분양 2153가구 등 총 4192가구가 들어설 예정이었다. 이후 박 시장은 임대 8만가구 공급계획을 발표하며 임대(공공ㆍ국민) 물량을 3209가구로 기존 대비 1.6배 늘리도록 변경했다. 이로 인해 분양 물량은 2153가구에서 1891가구로 줄었다.
하지만 전체 공급량을 4192가구에서 5100가구로 늘리면서 사업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게 됐다. 보상비와 건축비 등 기본적으로 필요한 예산만 1조3000억원에 달했다. 항동지구 사업 진행 시 적자가 발생할 것이란 전망이 쏟아진 것도 이 시점이다.
지난해 4월 임대 물량을 2039가구에서 3209가구로 60%나 늘린 '항동지구계획 변경안'을 마련했지만 1년이 넘도록 재원 마련은커녕 발주 일정조차 제때 지키기 못할 위기에 놓인 것도 이 때문이다. 급기야 행정안전부(현 안전행정부)가 수익률이 떨어진다고 판단, 공사채 발행도 허용하지 않았다.
이에 서울시와 SH공사가 일반 물량을 250여가구 늘리고 지구 내 용지 일부를 민간에 넘기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1200여가구나 늘린 임대를 부담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공사채 발행계획과 토지보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결국 '임대 8만 공급계획'에서 항동지구는 제외됐다. 공급실적에 포함할 수 있는 기준인 '공정률 80%'를 맞출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국토부에 접수된 계획안을 살펴보면 1단지 581가구(임대 395가구ㆍ분양 186가구)는 410가구(임대 172가구ㆍ분양 238가구)로 조정됐고 ▲4단지 790가구(539ㆍ251)는 613가구(333ㆍ280)로 ▲5단지 871가구(544ㆍ327)는 696가구(261ㆍ435)로 ▲6단지 412가구(285ㆍ127)는 350가구(205ㆍ145)로 ▲7단지 953가구(837ㆍ116)는 630가구(459ㆍ171)로 각각 바뀌었다. 수정된 5개 단지 모두 임대가 줄고 분양이 늘어난 셈이다.
다시 변경된 공급계획에서는 중대형 일반분이 늘어난 점이 눈에 띈다. 1단지의 경우 101㎡(전용)에 175가구를 새로 배치했고 4단지(96가구), 5단지(172가구), 6단지(62가구) 역시 일반분을 모두 중대형으로만 맞춰놨다. 특히 7단지는 59㎡로만 구성했던 일반분 116가구를 101㎡로 늘리면서 가구 수도 171가구로 조정했다.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 시절 결정한 공급계획이 다시 추진되며 사업성이 나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울시와 SH공사에 재정부담을 가중시키는 임대주택이 대폭 줄어드는 대신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일반분이 크게 늘어나서다.
다만 국토부의 결정이 관건이다. 지구계획변경 승인권을 쥐고 있는 국토부는 박 시장이 취임 후 내놓은 임대주택 증가 계획안에 맞춰 공급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해 보금자리 지정 초기의 공급안으로 다시 돌아간 것"이라며 "국토부 심의 후 발표되는 고시안에 맞춰 다시 승인을 받은 뒤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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