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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W리더십]1500개 약국 키운 약사 녹차힐링파크를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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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박영순 다희연 회장

-가족·건강 중심으로 인생 2막 열어
-2005년 개간해 2008년 첫 수확 결실
-사업적인 성공, 모두가 주변의 공…마음의 욕심을 버려야 답이 나온다

[세상을 바꾸는 W리더십]1500개 약국 키운 약사 녹차힐링파크를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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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약국 체인 회장과 녹차종합테마파크 회장이라. 언뜻 봐서 약과 녹차의 조합은 잘 맞지 않는다. 30여년 동안 경영해온 약국을 그만 두고 아무런 연고도 없는 제주도에 내려가 직접 녹차 밭을 일구었다니 더욱 궁금증만 커진다. 도대체 무슨 연결고리가 있는 걸까. 박영순(67) 다희연 회장을 만나보니 답은 명료해졌다. 박영순 회장이 찾은 연결고리는 '가족'과 '건강'이었다.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거문오름 일대 20만여㎡(약 6만평)에 펼쳐진 다희연은 이런 고민을 오롯이 담은 곳이자, 그녀의 인생 2막이 진행되고 있는 무대다.

◆개국 약사, 약국 체인 설립에 도전하다= 제약사나 약사들 사이에서 박영순 회장은 유명인사다. 1990년 온누리약국 체인을 설립해 20년 만에 소속 약국만 1500여개 넘는 국내 최대 약국 체인으로 키워냈다. 처음부터 약국 체인을 설립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아니다. 박 회장도 여느 개국약사들과 마찬가지로 약학대학 졸업 후 약국 문을 열었다. 지금처럼 의사가 처방하고 약사가 조제하는 의약분업을 하기 전 시절이라 마음껏 약을 조제할 수 있었다. 환자와 약사간 힘 균형은 깨져 자연스럽게 전문 공급자인 약사에게로 쏠렸다.


박 회장은 바로 이런 점이 안타까웠다. '개국 약사는 고객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주고 아픔을 덜어줘야 한다'고 봤기 때문. 때로는 약 한 봉지 보다 따뜻한 위로나 친절한 말 한마디가 더 좋은 약이 된다고 믿었다.

"약국체인을 만들었던 1990년대까지는 약국이라는 공급자가 우월의식으로 고객들에게 별로 친절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모든 약사들이 '고객을 진정으로 위로하는 약사가 되도록 하자'는 목적으로 다른 개국 약사들과 함께 체인을 만들었죠."


기하급수적으로 회원 수가 늘면서 박 회장은 자연스레 개인 약국에서 손을 떼고 체인 경영에만 몰두했다. 개인 약국을 할 때와 달리 업무 외적인 것까지 신경써야 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게다가 약국 체인 회원들과 함께 건강기능식품회사 '렉스진바이오텍', 미국 신약개발회사 '렉산'을 설립하는 등 사업을 확장하다보니 눈 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박 회장은 복잡하게 얽힌 일일수록 간단히 생각하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천성이 세상일을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할 수 있는 것만 하고 할 수 없다면 포기하면 되지 않을까요."


박 회장은 온누리약국 체인 설립 20주년이던 2010년, 회장직에서 내려왔다. 온누리약국 체인이 이미 자리를 잡은데다 다희연 사업에 본격 매진하기 위해서였다.


◆녹차와의 재회…인생 2막을 제주서 시작하다= 평생 약 공부만 해온 박 회장이 녹차와 '외도'를 한 것은 꽤 오래 전부터다. 개국 약사이던 1978년 양약만으로는 질병 치료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 약대를 졸업한지 10년째가 되던 해 원광대학교 생약학과 석사 과정을 입학했다. 늦깎이 공부를 시작하면서부터 녹차에 푹 빠졌다.


"공부를 하다 보니 혈관의 노화를 억제하는 최상의 물질이 '카테킨'이고 이 물질이 녹차에 아주 많이 함유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학위를 받으면 사람들을 건강하게 하는 녹차사업을 즉시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었죠."


그러나 박사 과정을 마치고 개국 약사들에게 약국 경영과 생약에 대한 강의를 한 것을 계기로 약국 체인을 이끌게 되면서 녹차를 한동안 잊고 살았다. 박 회장이 다시 녹차와 만난 건 남편인 세상을 떠난 2004년이었다.


"'(남편과) 백년해로를 하려면 살아있는 자가 죽은 자 곁에 가는 수밖에 없겠구나'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유골을 모신 곳 옆에 집을 짓고 백년해로를 하면서 평소에 하고 싶었던 녹차를 심자는 거였어요."


이때부터 녹차 재배의 최적지 찾기가 시작됐다. 결론은 제주도였다. 화산암반 토양으로 돼 있어 물 빠짐이 좋고 대량기계영농이 용이했다. 2005년 밀림 수준이던 땅을 1년 동안 개간했다. 농약이나 화학비료에 전혀 물들지 않은 땅이 필요했다. 2006년 2년생 유기농 녹차 묘목을 심고 2008년 4월 초 처음으로 새순을 땄다. 박 회장은 연초록의 새순이 올라오는 모습을 바라보던 그 때의 설렘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녹차 사업이 탄탄대로만은 아니었다. 처음으로 녹차 묘목을 심은 이듬해, '한국에서 유통되는 녹차들에 농약이 지천'이라는 보건당국의 발표가 크게 났다. 녹차 잎을 따 보지도 못하고 녹차사업이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더욱이 향이 강한 커피를 선호하는 추세도 다시 설 힘을 꺾어버렸다. 박 회장은 고심 끝에 사업 방향을 틀었다. 현재의 녹차종합테마파크 '다희연'의 구상이 이때 나왔다.


"다희연 콘셉트를 관광다원으로 하고 유기농 녹차사업은 부가 됐죠. 마침 밀림 속에 숨어있던 작은 동굴 2개가 나와 이를 기반으로 해서 관광사업으로 전향해버렸죠."


◆"욕심을 버리면 답이 보여요"= 국내 최대 규모의 약국 체인부터 손꼽히는 녹차종합테마파크까지 성공리에 이끌고 있는 박 회장을 보고 있노라면 사업가적 기질이 충만해 보였다. 하지만 박 회장은 손사래를 쳤다. "스스로 냉정히 평가해보면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할 뿐 어쩌다가 사업으로 발전했다"며 쑥스러워했다. 대신 주변에 공을 돌렸다. 약국 체인을 설립하는 게 어떻겠냐고 먼저 제안한 것도 당시 박 회장의 강의를 듣던 개국 약사들이었고, 사업 확장도 회원들과 함께 한 일이라 가능했다는 것이다.


가족도 큰 힘이 됐다. 덕분에 사회에 진출한 여성들이 으레 겪는 '두 마리 토끼 잡기' 어려움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주어진 현실 안에서 자녀 양육을 최우선으로 두고 할 수 있는 최대치의 능력을 발휘했다.


"아이들을 외할머니께서 정성스레 키워주셔서 일찍 사업에 몰두할 수 있었어요. 그래도 약국과 집을 같은 공간에 두고 아이들이 학교에서 오면 엄마가 먼저 눈에 띄도록 했고, 약국과 집이 떨어져있을 땐 막내가 하교하는 오후 4시 반 전에는 반드시 퇴근해 집에 들어가 있었어요."


지금은 첫째 딸이 다희연 대표로 와서 일을 돕고 있다. 2011년부터 박 회장과 함께 다희연을 꾸려왔던 임선민 전(前) 한미약품 사장이 올 초 태준제약 영업 총괄사장으로 옮기면서다.


박 회장은 '운 좋게' 사업에 몰두할 수 있도록 환경이 뒷받침됐다고 하지만 많은 여성 최고경영자(CEO)들은 현실의 벽에 부딪친다. 이들에게 박 회장은 자신의 경험을 들려줬다.


"'생소한 사업인데다 여성 대표로 사업을 꾸려나가는데 어려움이 없었냐'는 질문에 항상 '저는 여성이 아니고 그냥 사람입니다'라고 답해요. 사업도 마음가짐에 따라 얼마든지 단순할 수 있어요. 욕심을 부려 사업을 크게 키우는 사람도 있지만 지금 내 눈에 보이는 것만 하다보면 큰 어려움은 없어요."


스스로를 가리켜 "단세포 동물처럼 단순하다"고 자평하듯, 욕심을 버리면 답이 나온다는 의미다.



#다희연은?
지난 2010년 문을 연 다희연(茶喜然)은 세계자연유산인 거문오름 용암동굴계가 자리 잡은 제주도 조천읍 선흘리 일대에 위치한 녹차종합테마파크다. 20만여㎡나 되는 널따랗게 펼쳐진 녹차 밭에 차 문화관과 레스토랑, 카페 등을 갖췄다.


다희연은 '차는 자연의 즐거움'이라는 뜻처럼 화학비료와 농약, 제초제 등을 전혀 쓰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유기농 녹차를 재배한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녹차 잎의 '카테킨'을 폴리페놀로 분해하는 발효제품이 자랑인데, 이 제품은 마시면 바로 몸에 흡수된다고 한다. 박영순 회장이 2005년 밀림이었던 땅을 개간하고 녹차묘목을 심어 직접 가꾼 만큼 애정이 남다르다.


녹차종합테마파크를 표방하듯 주 사업은 녹차가 아니라 관광이다. 밀림을 가꾸던 중 발견된 동굴 2개를 천연동굴 카페로 변신시켰고, 녹차 밭에서는 녹차 따기와 녹차비누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차문화관에서는 도예 명장들의 다완 작품 400여점과 전통 도자기, 다기 등을 감상할 수 있다. 다도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다례실도 있으며, 레스토랑에서는 유기농 녹차를 기반으로 한 돈가스, 비빔밥 등을 선보인다.


박 회장은 "현재 제주에서 녹차와 관련된 사업을 하면서 약국 체인 컨설팅을 하고 있지만, 또 하나의 새로운 사업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다희연의 지난해 매출은 15억원이며 올해는 2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영순 회장은?


▲1946년 울산 출생 ▲1968년 부산대학교 약학대학 약학과 졸업 ▲1985년 원광대학교 대학원 생약학 박사 ▲1990~2010년 온누리약국체인 설립·회장 ▲1997~2010년 온누리약사복지회 설립 ▲1997~2002년 렉스진바이오텍 설립·회장 ▲2000년 미국 캘리포니아 한의사 면허 취득 ▲2002~2008년 미국 메릴랜드주 렉산 설립·이사 ▲2002년 오앤씨 에듀 설립·이사 ▲2005년 농업회사법인 경덕(다희연) 회장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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