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한일 국가 간 협력할 일이 적지 않은데 정치인들이 너무 한쪽으로만 몰아세우고 있어 걱정입니다. 지금같은 냉랭한 평행관계가 지속된다면 여태껏 쌓아온 양국 관계가 송두리째 파탄 날 것입니다. 머리를 맞댄 한일 중소기업인들처럼 정치인들도 배웠으면 좋겠네요."
지난 24일 제65회 일본 시가현에서 열린 '제65회 일본 중소기업단체전국대회'에서 만난 미야가와 다카아키 일본 시가현중앙회 중소기업단체중앙회 회장이 한일 정치권을 향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193년 역사의 불상 제조ㆍ판매업체 '에이라쿠야'의 대표이기도 한 그는 한국산 불상 수입을 중단했다. 아베 정부의 엔화정책으로 경쟁력이 높아진데다 지난해 이후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한일관계로 자칫 반한감정의 역공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미야가와 다카아키 회장은 당분간 양국관계를 지켜보며 교역 재개 시기와 확대 여부를 결정할 참이다. 그는 "지리적으로, 경제적으로 볼 때 가장 밀접해야 할 한일관계가 정치적 이슈로 서로에게 가장 먼 나라가 된 느낌"이라며 "지금의 정치적 갈등이 대국민 반한, 반일 감정으로까지 확대된다며 양국 관계는 돌이킬 수 없게 될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독도영유권 주장, 야스쿠니 신사참배, 위안부 문제 사과 거부 등의 사태가 1년 이상 지속되면서 한일관계가 역대 최악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8개월이 지났지만 양국 정상회담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한국 대통령 취임 첫해면 빠짐없이 정상회담을 열어 관계개선을 논의해왔던 것과는 대비된다.
문제는 냉랭해진 양국 관계가 민간교류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일본을 상대로 한 수출입규모는 지난해부터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한일 수출입 교역규모의 경우 전년보다 수출은 2.3%, 수입은 5.8% 각각 줄었다. 올 들어 9월까지 수출은 256억2600만달러로 작년의 66%에 그치고 있다. 같은 기간 수입은 전년의 70% 수준인 453억7200만 달러로 전년보다 소폭 떨어졌다. 이는 엔저 여파로 우리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하지만 최근 엔화 약세가 아베노믹스의 결과라는 점에서 이를 마냥 우리 기업의 경쟁력 약화 탓으로만 돌리기도 어렵다. 우리 정부가 아베 정부의 엔화정책에 대한 의견 개진 창구를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외교문제도 일정 부문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이 대로라면 외교 경색이란 정치리스크에 경제가 두 손 들며 항복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양국의 정치적 리스크에도 사람 물건 돈의 교류는 영향받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했던 것과는 다른 결과인 셈이다.
때마침 한국 중소기업 대표단이 일본 정ㆍ관계 인사가 다수 참석한 중소기업단체전국대회 참석해 한일 관계 정상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꽉 막힌 한일관계의 물꼬를 텄다. 한일 중소기업 단체 대표들은 이번 만남에서 "한국 중소기업계와 적극 협력해 한일관계 개선에도 앞장서자"며 입을 모았다. 양국 신뢰 회복을 위해 외교관 역할을 자처한 양국 중소기업인들의 노력이 의미있는 결실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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