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2007년,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12차례 이상 규제 일변도인 부동산대책을 내놓았다. 주택공급 제도와 부동산세제, 주택대출 관련 금융규제 등 부동산 부자들을 옭죄는 내용들이 대거 포함돼 있었다. 강남 아파트가격이 정점을 찍었고 부동산투기는 극성이던 때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하늘이 무너져도 투기만은 잡겠다며 온갖 규제책을 내놨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시장의 수요를 인위적으로 억제하고 다양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정책이라며 경제에 이데올로기적 요소까지 포함시켰다고 비판했다.
2007년 주택시장은 2001년 가을부터 2006년 겨울까지 이어진 '5년 장기상승세'가 막을 내린 한 해였다. 시장원리를 벗어난 노무현 정부의 규제 일변도 안정화 정책 때문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주택담보대출 규제, 세금 강화, 금리인상, 분양가상한제 등은 '수요감소→거래감소→가격하락'의 결과를 빚어냈다. 오히려 지역에 따라서는 '역차별' 현상마저 나타났다. 결국 노무현 정부는 각종 규제 정책을 통해 부동산시장의 실종을 초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부동산시장의 추락이 본격화되면서 바통을 이어받은 이명박 정부는 집값 안정과 서민주거 안정이라는 정책목표를 그대로 유지하되, 규제 완화를 시도했다. 집권동안 총 27번의 부동산 대책과 정책을 내놨다. 투기지역을 해제하거나 수도권 전매제한 해제, 총부채상환비율(DTI) 조정,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 등 꽁꽁 묶어놨던 규제들을 푸는데 중점을 뒀다. 하지만 시장을 살리는데는 실패했다. 노무현 정부의 규제 정책을 뒤집는 법안에 대한 국회 통과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2월 취임 이후 총 3번의 부동산대책을 발표한 박근혜 정부. 부동산투기가 사라진 현재, 부동산을 살리겠다며 내놓은 4ㆍ1대책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할 때쯤 국회가 발목을 잡았다. 역시 주요 법안이 6월 국회서 통과되지 못했다. 즉각 후속조치를 내놨다. 7ㆍ24 대책과 8ㆍ28전월세대책을 발표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분양가 상한제 축소, 리모델링 수직증축 허용, 취득세율 영구 인하 등이 포함됐다.
이 때문일까. 한 동안 잠잠했던 아파트 분양물건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견본주택에는 수 만명의 실수요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매매도 살아날 조짐을 보였다. 최근 몇 년새 볼 수 없었던 광경이다. 시장 반등의 기대감에도 웬일인지 전문가들은 걱정부터 앞세웠다. 정책의 신뢰성이 무너질 경우 힘들게 살아난 시장이 더 큰 구렁텅이로 빠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책이 제대로 집행되려면 관련법 국회 통과 등 여러 가지가 필요하다. 국회 통과가 되지 않아 집행되지 않으면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만 주는 결과를 초래한다. 정부와 전문가들이 국회만 보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이번에도 그리 순탄치많은 않을 모양이다. 부동산을 살려야한다는 총론에는 정치권이 한 목소리를 내면서도 각론에서는 서로 다른 이유로 부딪히고 있다. 시장은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지만 여야는 정쟁에 몰두해 있는 모양새다.
물론 대책이 여야의 입맛에 딱 떨어지게 완벽할 수는 없다. 하지만 민생정책의 핵심인 부동산 대책에는 여야가 있을 수 없다. 각 당이 서로 당리당략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침체된 부동산을 살리는 것은 또 다시 물 건너 갈 수밖에 없는 일이다.
여당과 야당은 서로 무턱대고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서로 합리적인 내용이라면 겸허히 수용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부동산 문제만큼은 정략적 계산을 떠나 민생 차원에서 결단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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