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두산이 적지에서 2승을 챙기며 한국시리즈 우승에 성큼 다가섰다.
2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선발투수 더스틴 니퍼트의 역투와 오재일의 결승 홈런에 힘입어 연장 13회 접전 끝에 5대 1 승리를 거뒀다. 원정에서 1, 2차전을 모두 제압, 우승을 향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반면 삼성은 투타 자원을 거의 모두 투입하고도 2연패를 당해 상당한 부담을 안고 원정길에 오르게 됐다.
경기는 중반까지 팽팽한 투수전으로 흘렀다. 각 팀 외국인 투수들이 모두 호투를 뽐냈다. 니퍼트는 안타 3개와 볼넷 3개를 내줬으나 삼진 4개를 곁들이며 6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최고 구속 150km의 패스트볼에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적절히 섞어 정규시즌 3전 3승의 기세를 이어갔다. 출발은 조금 불안했다. 1회 2사에서 박석민과 최형우에게 빗맞은 안타를 연거푸 내줬다. 그러나 후속 채태인을 투수 앞 땅볼로 처리했고, 2회부터 5회 2사까지 11차례 연속 범타를 이끌었다. 정병곤과 배영섭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한 5회 2사 1, 2루에선 정형식을 1루수 앞 땅볼로 잡았다. 6회까지 100개의 공을 던지며 비교적 안정된 경기 운영을 자랑했다.
상대 선봉장 릭 밴덴헐크도 만만치 않았다. 안타 4개와 볼넷 3개를 내줬지만 삼진 7개를 솎아내며 5.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5회를 제외한 매 회 출루를 허용했지만 위기마다 최고 구속 150km의 패스트볼과 140km대의 슬라이더를 앞세워 두산의 집중타를 차단했다. 행운도 따랐다. 몸에 맞는 볼과 안타로 맞은 3회 무사 1, 2루에서 김현수의 중전안타성 타구를 중견수 배영섭이 가까스로 낚아챘다. 계속된 1사 1, 3루에선 최준석의 총알 타구가 그대로 자신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가 병살타로 이어졌다.
불운에 고개를 숙인 두산은 8회 선취점을 냈다. 김현수의 내야안타와 최준석의 볼넷으로 잡은 2사 1, 3루에서 김재호가 바뀐 투수 안지만을 상대로 좌전 적시타를 터뜨렸다. 삼성은 바로 추격에 나섰다. 정형식의 볼넷과 박석민의 내야안타로 만든 1사 1, 2루에서 채태인이 우전안타를 쳐 2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바뀐 투수 데릭 핸킨스의 역투에 추가 득점을 올리진 못했다.
이어진 연장 승부에서 삼성은 여러 차례 득점 찬스를 만들고도 좀처럼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정형식의 볼넷에 이은 도루와 박석민의 보내기 번트로 연장 10회 1사 3루 끝내기 기회를 잡았으나 상대의 만루 작전에 땅을 쳤다. 이승엽과 우동균이 바뀐 투수 윤명준의 구위에 2루수 앞 땅볼과 유격수 뜬공으로 각각 돌아섰다. 연장 12회 상황은 재현됐다. 상대의 거르기로 다시 만루 찬스를 잡았는데 타석이 앞선 공격에서 최형우 대신 대주자로 나섰던 강명구에게 돌아가 기회가 물거품이 됐다.
답답한 공격과 달리 마운드는 연장 승부에서도 위력을 떨쳤다. 마무리 오승환이 롱릴리프를 자처, 4이닝을 소화했다. 시속 150km대의 패스트볼에 두산 타선은 연장 13회 1사까지 이렇다 할 기회를 마련하지 못했다. 삼진으로만 여덟 차례 물러났다. 그러나 중심타선은 한 방이 있었다. 앞서 오승환 앞에서 루킹삼진으로 돌아섰던 오재일이다. 초구를 걷어 올려 그대로 오른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20m의 솔로포. 최후의 보루를 무너뜨린 두산은 상대 실책과 손시헌의 2타점 적시타로 3점을 추가,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삼성은 안타 7개와 볼넷 10개를 얻고도 1점을 뽑는데 그치는 심각한 응집력 부재를 노출했다. 1회, 5회, 7회 등 득점권에 주자를 일곱 번이나 내보냈지만 매 승부처마다 무기력하게 물러났다. 장타 가뭄에도 시달렸다. 더 큰 고민은 헐거워진 불펜. 마무리 오승환이 53개나 던져 3차전 등판이 어려워졌다.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4차전 등판마저 불발될 수 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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