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이념과 지역, 계층을 넘어 국민대통합의 시대를 열겠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에서 입에 달고 다니던 공약 중 하나다. 하지만 정작 박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된 후 우리 사회는 '국민대통합'은 커녕 각종 사회적 갈등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특히 정부가 갈등을 조정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부추기거나 방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정부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공무원노조에 대해 해직자 조합원 가입을 이유로 잇따라 '노조 아님' 통보 또는 설립 신고를 반려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관련 법상 해고자는 노조 가입 대상이 아니긴 하지만, 해당 법 조항은 국가인권위원회가 2010년 삭제 권고를 하고 국제노동기구(ILO)도 단결권 침해라며 시정을 여러 례 촉구하는 등 사실상 무력화된 상태였다.
국민들도 최근 여론조사 결과 전교조 법외노조화에 대해 60% 이상이 부적적인 의견을 보이고 있다. 국민들은 정부가 앞장선 전교조 법외노조화로 학교에서 불필요한 갈등이 벌어져 아이들이 상처받을까 걱정이 크다.
정부는 또 삼성전자서비스 소속 노동자 불법 파견 논란에도 쓸데없이 개입해 분란을 키웠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최근 국감에선 현장의 근로감독관은 "불법 파견이 맞다"고 봤지만 고용노동부 고위층이 청와대에 보고한 직후 결론이 180도 바뀌었다는 정황 증거가 폭로됐다.
정부는 이와 함께 밀양송전탑 공사 강행, 대한문 앞 쌍용차 농성 등의 민감한 현안에서 '일방 통행을 거듭하고 있다. 왜곡 투성이인 교학사 교과서를 편들고 있는 것도 갈등을 키우고 있다.
요즘 정부의 행태는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마치 온 국민을 '종북이냐 아니냐'로 구분해 적대하거나 편애하는 듯 모양새다. 정치는 갈등의 억압이 아니라 갈등의 노출이다. 그러나 정부는 갈등의 주체가 아니라 갈등의 조정자가 되어야 한다. 정부의 그 본연의 역할을 망각하고 있지 않는지, 작년 대선 때의 '통합' 약속을 상기해보기 바란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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