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디펜딩 챔피언 포항 스틸러스가 2년 연속 FA컵 정상에 등극하며 통산 최다우승 팀의 반열에 올랐다.
1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현대와의 2013 하나은행 FA컵 결승전에서 연장까지 1대 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대 3으로 이겨 대망의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지난해 연장 승부 끝에 경남FC를 1대 0으로 꺾고 정상에 오른 포항은 대회 2연패와 함께 1996년과 2008년 포함 통산 네 번째 패권을 차지했다. 덕분에 전남(1997·2006·2007년), 수원(2002·2009·2010년), 전북(2000·2003·2005년) 등을 제치고 최다우승 팀에 등극했다. 보너스로 2억 원의 우승상금과 201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까지 손에 쥐며 기쁨을 만끽했다.
K리그 클래식을 대표하는 공격 축구의 두 팀은 초반부터 적극적인 공세로 정면 대결을 마다하지 않았다. 핵심 공격수 이동국과 이승기가 부상으로 빠진 전북은 '벨기에 특급' 케빈(케빈 오리스)을 중심으로 상대를 압박했다. 포항은 최근 물오른 득점력을 과시한 장신 공격수 박성호를 내세워 맞불을 놓았다.
주도권 싸움에서 밀려 다소 고전하던 포항은 전반 24분 만에 선제골을 넣으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왼 측면에서 김대호가 길게 뿌린 스로인을 박성호가 머리로 떨어뜨리자 뒤에 있던 김승대가 단독 찬스에서 오른발 슈팅을 날려 골망을 갈랐다.
홈 이점을 안은 전북의 반격 역시 만만치 않았다. 실점 이후 약 10분 뒤 비슷한 장면으로 만회골을 쏘아 올리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왼쪽에서 레오나르도(레오나르도 로드리게스 페레이라)가 날카롭게 감아 찬 코너킥을 윌킨슨(알렉스 윌킨슨)이 머리로 방향을 바꾸자 달려들던 김기희가 넘어지며 오른발을 갖다 대 축포를 터뜨렸다.
경기가 예상보다 팽팽한 양상으로 흐르자 황선홍 포항 감독은 일찌감치 교체 카드를 활용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노병준 대신 조찬호를 투입시켜 공격에 힘을 실었다. 전열을 정비한 선수단은 전반 종료 직전 문전 혼전 상황에서 박성호의 헤딩슛으로 한 차례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었으나 전북 골키퍼 최은성의 몸을 날린 선방으로 아쉬움을 삼켰다.
15분간 휴식으로 충전을 마친 두 팀은 한층 치열한 공방으로 진검승부를 펼쳤다. 먼저 득점 찬스를 잡은 건 전북. 후반 14분 정혁이 페널티박스 안쪽에서 뒤로 내준 패스를 레오나르도가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연결, 골문 구석을 노렸으나 골키퍼 선방에 걸렸다. 최강희 감독은 상승 분위를 이어가고자 기동력이 좋은 티아고(티아고 제퍼슨 다 실바)와 서상민을 연달아 넣고 활로를 모색했다. 이에 포항은 박성호를 대신해 배천석을 전방에 내세우며 맞불을 놓았다.
마지막 교체 카드마저 모두 사용하며 총력을 기울인 두 팀의 경기는 그러나 정규시간 90분과 연장전 포함 120분의 혈투에도 우열을 가리지 못한 채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승리의 여신은 '강철 수문장' 신화용의 선방을 앞세운 포항에 미소를 건넸다. 전북으로선 1,2번 키커 레오나르도와 케빈의 슈팅이 연달아 '슈퍼세이브'에 걸린 장면이 아쉬웠다.
반면 첫 번째 주자 이명주의 실축으로 가슴 졸이던 포항은 신화용의 활약에 곧바로 자신감을 회복했다. 후발 주자로 나선 신광훈, 조찬호, 고무열, 김태수는 침착하게 득점을 성공시키며 감격적인 승리를 확정지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정재훈 사진기자 roz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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