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 이후 체크카드 결제 안되는 '신데렐라 현상'
개선책 발표됐지만 업체간 속도차로 연말까지는 계속될 듯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직장인 A씨는 지난주 금요일 주유소에 기름을 넣으러 들렀다 40분 이상을 꼼짝없이 붙잡혀 있었다. 결제를 위해 내민 체크카드가 자정부터는 결제가 안 된다는 것이다. 다른 요일은 자정부터 10분간 결제가 안되지만 금요일만 40분간 결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 이미 기름은 넣었고 현금이나 다른 결제수단이 없었던 A씨는 정상사용이 가능한 새벽 1시가 다 돼서야 주유소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자정부터 일정 시간동안 체크카드의 결제가 중단되는 이른바 '신데렐라 현상'으로 애태우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이 소비자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달, 24시간 중단 없는 결제 서비스를 연내까지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은행과 카드업계의 전산작업이 생각보다 빨리 진행되지 못하면서 현재까지는 크게 개선되지 못한 모습이다.
'신데렐라 현상'은 결제시 통장에서 금액이 실시간으로 빠져 나가는 체크카드를 이용할 때 발생한다. 정산과 날짜 변경 작업 등으로 은행의 전산망이 멈추는 자정 무렵에는 계좌잔고가 확인되지 않기 때문에 체크카드 결제도 회사별로 평균 5분~15분간 이뤄지지 않는 것.
많은 소비자가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자정 무렵 카드를 사용하면서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등의 이유로 불만이 제기돼왔다. 특히 체크카드 소비를 늘리기 위해 연말정산 혜택을 확대하는 등의 정부 시책으로 사용자는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지만 이 같은 불편이 나아지지 않으면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체크카드 이용실적은 42조3000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2조5000억원(6.4%) 늘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4일 결제서비스 지연을 원천적으로 방지하는 체크카드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올해 연말까지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은행업계와 카드업계도 금융당국의 발표에 따라 전산 작업을 진행하고는 있지만 소비자들이 변화된 것을 체감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전산개발에 대한 비용 배분 문제가 은행과 카드업계간 변수로 떠오르면 연말이 임박해서야 시행될 가능성도 있다.
소비자들은 카드와 은행업계가 부분적으로 개선한 사항에 대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안내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A씨가 이용한 카드와 연결된 은행의 경우 매일 10분간 이뤄지던 정산작업을 금요일 하루에 40분 가량 집중해서 진행하는 걸로 개선했지만 소비자에 대한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오히려 더 큰 불편을 야기했다는 지적이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체크카드 결제가 지연되는 것은 카드사의 문제라기 보다는 은행에서 정산작업을 하느라 계좌인출이 안 되는 것이기 때문에 먼저 전산작업을 해야 우리도 그에 맞게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은행업계는 "해당 전산작업을 하려면 설비 증설도 필요하고 복잡한 사안이 많아 단기간에 완성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며 "부작용이 일어나 또 소비자 불만을 야기하는 것 보다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진행하는 것이 더 낫고 연말까지는 무리 없이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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