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4시간 43분 혈투의 승자는 두산이었다. 연장 14회 이원석의 끝내기 안타로 벼랑 끝에서 첫 승을 거뒀다.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넥센과의 준 플레이오프 3차전이다. 선발투수 노경은의 역투와 중심타선의 맹타에 힘입어 4대 3으로 승리했다. 이미 2승을 거머쥔 넥센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가로막으며 시리즈를 4차전으로 몰고 갔다. 재대결은 12일 오후 2시 같은 곳에서 펼쳐진다.
두산은 초반 기선을 제압, 경기를 수월하게 풀어갔다. 상대 선발투수 오재영의 초반 제구 난조를 놓치지 않았다. 볼넷으로 출루한 이종욱이 도루와 민병헌의 중견수 뜬공으로 3루에 안착했고, 김현수의 좌익수 뜬공을 틈타 홈을 밟았다. 안타 없이 선취점을 내준 넥센은 6회까지 이렇다 할 공격을 펼치지 못했다. 상대 선발투수 노경은의 역투에 좀처럼 힘을 내지 못했다. 코너워크가 동반된 패스트볼을 번번이 놓쳤고, 커브와 포크볼에 헛스윙을 연발했다. 두산은 달랐다. 중심타선의 장타를 앞세워 점수 차를 순식간에 3점으로 벌렸다. 4회 최준석과 홍성흔이 연속타자 홈런을 작렬했다. 역대 포스트시즌 스무 번째 백투백 홈런이었다.
두산의 장타에 넥센은 장타로 맞불을 놓았다. 7회 구위가 급격히 떨어진 노경은을 끈질기게 괴롭혀 무사 1, 2루 찬스를 잡았고, 5번 타순에 복귀한 김민성이 이내 홈런을 터뜨렸다. 노경은의 5구째 시속 144km 몸 쪽 높은 직구를 잡아당겨 비거리 120m의 포물선을 그렸다.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포스트시즌 개인 첫 홈런이었다.
팽팽한 승부는 정규 이닝까지 결론이 나지 않았다. 두산은 9회 경기를 끝낼 수 있었으나 상대 중견수 유한준의 호수비 하나에 땅을 쳤다. 선두타자 김현수의 2루타와 정수빈의 희생번트로 1사 3루의 찬스를 맞았으나 이어진 홍성흔의 안타성 타구가 몸을 날린 유한준의 슬라이딩 캐치에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후속 이원석마저 2루수 앞 땅볼에 머물러 경기는 바로 연장에 돌입했다.
넥센은 연장 11회 선두타자 이성열의 중전안타와 상대 실책으로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이어진 서건창 타석에서 상대 구원 윤명준이 견제 악송구를 범해 대주자 김지수가 여유롭게 3루에 안착했다. 그러나 후속 타선은 1점도 뽑지 못했다. 서건창이 루킹 삼진으로 돌아섰고 장기영이 어설프게 번트 자세를 취하다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후속 이택근은 우익수 뜬공으로 잡혔다.
찬스를 놓친 건 두산도 다르지 않았다. 이어진 공격에서 이종욱의 볼넷과 민병헌의 희생번트로 1사 2루를 만들었으나 손시헌과 정수빈이 각각 3루수 앞 땅볼과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연장 13회엔 김재호의 중전안타와 이종욱의 희생번트로 1사 2루 기회를 잡았으나 손시헌이 3루수 앞 병살타로 돌아섰다.
다소 답답하고 지루하게 전개되던 경기는 연장 14회가 돼서야 끝났다. 바뀐 투수 김영민으로부터 볼넷을 빼앗은 선두타자 정수빈이 홍성흔의 우전안타와 이원석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여유롭게 홈을 통과했다. 역대 준 플레이오프 최장시간을 기록한 경기는 그렇게 두산의 반격으로 매듭지어졌다.
연장 13회 윤명준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오현택은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승리를 챙겼다. 반면 연장 14회 등판해 한 개의 아웃 카운트도 잡지 못한 김영민은 패전의 멍에를 썼다.
연장 혈투 끝에 승리를 거머쥔 두산은 4차전 선발투수로 이재우를 내세운다. 반면 넥센은 문성현을 앞세워 플레이오프 진출 확정을 노린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정재훈 사진기자 roz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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