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법상 계열사 자금지원 파악 사실상 불가능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동양파이낸셜대부가 동양그룹 부실 계열사 지원의 핵심 역할을 맡은 정황이 포착되면서 다른 대기업 계열 대부업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양그룹처럼 대부업체가 자칫 대기업 오너의 사금고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10일 금융감독원과 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대기업 계열 대부업체는 동양그룹 계열인 동양파이낸셜대부, 티와이머니대부를 비롯해 현대중공업 산하 현대기업금융대부와 현대해상화재 계열 하이캐피탈대부, 부영의 부영대부파이낸스 등 5곳이다. 이들 대부업체는 총자산 규모가 100억원 이상인 대형업체로, 모두 금융감독원의 직권조사대상이다.
이 가운데 동양파이낸셜대부처럼 기업 위주 영업을 진행하는 업체는 현대기업금융대부와 하이캐피탈대부 등이다. 하지만 계열사 대상 대출은 없다는 게 이 회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대기업금융은 2000년 이후 계열사 간 거래는 한 건도 없었으며 하이캐피탈대부는 382억원을 현대해상과 하이카다이렉트에서 빌렸을 뿐 계열사 대상 대출실적은 없다. 오너가 개인적으로 유용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재 대부업체에 대한 감독과 검사행태 등을 비춰볼 때 동양그룹과 같은 사태가 얼마든지 재발 가능하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금감원의 검사 초점이 소비자보호에 맞춰져 있을 뿐, 계열사 지원 여부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자율 법정최고한도를 준수했는지, 추심은 적법하게 이뤄졌는지 등이 주요 감독 대상"이라면서 "대부업체의 자금운용은 살피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여신전문업법에는 계열사 간 자금지원을 파악하는데 필요한 '대주주 자금지원 한도'가 규제돼 있고 은행업법에는 대주주의 출자제한 등이 명시돼 있다. 반면 대부업법에서는 이자율과 추심 등만 제한할 뿐 대주주에 대한 규제는 빠져있다.
예를 들어 캐피털사를 설립하면 법에 근거해 자금조달이나 부동산 취득, 대주주와의 거래 등에서 제한을 받게 되지만 대부업체에 대해서는 제약이 없다. 지난해 금감원이 동양파이낸셜대부를 검사했음에도 계열사 지원 여부를 파악하지 못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대주주 입장에서는 대부업체를 금융 계열사로 선호할 수밖에 없다.
금감원은 재발 방지를 위해 여전법과 같이 대부업법에도 대주주 규제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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