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성희 기자] ‘유럽 간첩단 사건’으로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고(故) 박노수 교수와 김규남 의원이 43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김동오)는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1970년 사형이 확정된 박 교수와 김 의원에 대한 재심에서 8일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수사기관에 영장 없이 체포돼 조사를 받으면서 고문과 협박에 못 이겨 임의성 없는 진술을 했다.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어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과거 권위주의 시절 법원의 형식적인 법 적용으로 피고인과 유족에게 크나큰 고통과 슬픔이 됐다.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유럽 간첩단 사건은 1960년대 ‘동백림(동베를린) 사건’ 이후 터진 대표적인 공안 사건으로, 영국 등에서 유학하면서 동베를린을 방문한 유학생들의 입북 사실을 확대해 간첩 혐의로 기소한 사건이다. 당시 박노수 교수는 케임브리지 대학에 재직 중이었고, 김규남 의원은 민주공화당 의원이었다.
1970년 7월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된 박 교수와 김 의원은 재심을 청구했으나 1972년 형이 집행돼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양성희 기자 sunghe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