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가 4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NLDS) 1차전 원정 경기에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완파하고 대단히 소중한 첫 승을 거뒀습니다. 올 시즌 빅리그 최고의 좌완 투수 클레이턴 커셔가 에이스의 폭발력을 유감없이 발휘했고, 우려했던 타선도 보란 듯이 맹타를 휘둘렀습니다. 수비도 안정적이면서 기본기에 충실한 플레이로 위기를 자초하는 일 없이 안정적이었습니다. 5전3선승제로 열리는 NLDS의 1차전을 원정에서 잡으면서 유리한 고지에 오른 다저스는 5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2차전에 우완 잭 그레인키를 내세웁니다. 2차전마저 승리한다면 7일 오전 9시부터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리는 3차전에서 류현진이 선발로 나서 시리즈를 일찍 마무리할 수도 있습니다.
이번 대결을 앞두고 다저스가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서고, 특히 선발진의 우세론에도 불구하고 우려는 많았습니다.
4년 만에 가을 잔치에 나서는 LA 다저스는 간판타자지만 시즌 내내 결장이 잦았던 맷 켐프가 부상으로 완전히 제외됐고, 안드레 이디어도 종아리 부상으로 재활 중이라 엔트리 제출 마지막 순간까지 매팅리 감독을 고민하게 했습니다. 결국은 역시 부상이 있는 제리 헤어스톤 주니어를 빼고 대타라도 가능할 이디어를 포함시키기로 했습니다. 백업 중에는 발 빠른 디 고든이 한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두 거포의 결장만큼이나 중견수의 부재 역시 우려를 낳았습니다.
투수진에서는 시즌 초 마무리였던 브랜던 리그가 결국 제외되고 에드윈 볼케스도 빠졌습니다. 신인 위스로와 브라이언 윌슨이 포함됐습니다. 그러나 시즌 막판 벨리사리오와 파코 로드리게스가 부진해 마냥 든든하던 불펜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그래서 1차전의 승부가 대단히 중요했습니다. 원정에서 커셔를 내세워 승리한다면 기선을 제압할 수 있지만 반대로 에이스를 내세운 경기에서 패하면 애틀랜타의 기세에 완전히 밀릴 수도 있었습니다. 커셔가 역투하고도 타선이 침묵해 패하는 최악의 상황이 그려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포스트 시즌 모드에 돌입한 다저스는 강했습니다. 깜짝 놀랄 정도로 단단했습니다.
에이스 커셔
에이스(Ace)라는 단어를 우리는 남용하는 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에이스의 의미는 팀에서 최고 투수, 특히 (거의 대부분) 선발진에서 가장 뛰어난 투수를 의미합니다. 만 25세의 왼손 투수 커셔는 명실상부한 다저스의 에이스일뿐 아니라 미국대표팀을 뽑아도 에이스에 뽑힐 정도의 능력자입니다. 올 시즌 1.83의 평균자책점(ERA)으로 MLB 전체 1위였을 뿐 아니라 3년 연속 ERA 1위를 차지했습니다. 232탈삼진과 WHIP 0.92 역시 리그 최고였습니다. 승운이 따르지 않았지만 16승으로 팀 최다승 역시 그의 몫이었습니다.
이날 커셔의 맞상대는 크리스 메들렌. 28번째 생일은 4일 남긴 메들렌은 LA 카운티에서 다저스 팬으로 성장했는데 올 시즌 15승을 거두며 부상이 많았던 애틀랜타 로테이션을 이끌었습니다. 특히 9월의 메들렌은 ‘언터쳐블’이었습니다. 5경기 나서 4승 무패에 ERA가 1.00이었습니다. 36이닝 동안에 단 4자책점만 내줬고 피안타율이 1할9푼7리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이날 맞대결은 커셔의 완승으로 끝났습니다. 메들렌이 1회초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잡자 커셔도 1회말 삼진 2개를 곁들여 삼자 범퇴로 이닝을 마쳤습니다. 그러나 메들렌은 2회부터 실점하며 흔들리기 시작했고 결국 4이닝 동안 5실점하고 5회초 한 타자도 못 잡고 물러나고 말았습니다.
반면 커셔는 당연히 긴장하면서 제구가 평소보다 약간 흔들리는 가운데도 고도의 집중력과 자신감으로 애틀랜타 타선을 압도했습니다. 3회까지는 빗맞은 안타 하나만 내주다가 4회에 첫 위기를 맞았습니다, 1사에 3번 프리맨에게 우전 안타를 맞고 4번 개티스를 볼넷으로 내보냈습니다. 그리고 포수 매켄과의 승부에서 볼카운트 2-2에 153km 강속구 승부를 걸었고 매켄은 풀스윙을 했습니다. 5점차로 앞섰지만 한 방에 2점차로 좁혀질 수 있는 큼직한 타구. 그러나 좌익수 크로포드는 낙구 지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뒤로 달려가 마지막에 살짝 뛰어올라 담장에 몸을 부딪치며 공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이날 중견수로 나온 슈마커가 바로 곁으로 따라오며 백업 플레이를 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습니다. 기본적인 플레이지만 대량 실점을 막는데 필수적인 것이 이런 백업 플레이입니다.
커셔는 다음 타자 크리스 존슨에게 중전 안타를 맞고 1점을 내줬지만 그것이 이날 처음이자 마지막 실점이었습니다. 커셔는 다음 6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잡았고 7회도 세 타자 연속 삼진으로 자신의 임무를 마쳤습니다. 7이닝 3안타 1실점에 볼넷 3개와 12개의 탈삼진을 기록했습니다. 정규 시즌 NL에서 가장 많은 1384개 삼진을 당했던 브레이브스 타선은 이날 커셔의 구위에 압도당했습니다. (마무리 젠센까지 15K 경기)
지난 2008년과 2009년 아직 신인급이던 시절 포스트 시즌 5경기(2선발)에 나서 1패에 5.87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호된 경험을 했던 커셔는 이날 당대 최고의 좌완다운 모습으로 소중한 첫 승리를 따내며 다저스 팬들의 희망을 한껏 부풀리게 했습니다. 타선이 4점차의 리드를 안겼을 때 통산 55승 무패라는 자신의 기록도 이어갔습니다.
살아난 다저스 타선
커셔나 선발진에 대한 걱정은 없었지만 타선은 우려됐던 것이 사실입니다.
9월 들어 다저스의 팀타율은 2할5푼으로 월별 타율이 올 시즌 가장 떨어졌습니다. 홈런을 많이 치며 버티기는 했지만 득점도 팀 분위기 최악이던 5월 이후 가장 적은 102점에 불과했습니다. 9월 성적은 12승15패로 5월 이후 처음 승률 5할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켐프의 결장과 이디어의 부상, 라미레스와 푸이그 역시 잔부상을 달고 있는 상황.
그러나 정작 가을 잔치의 첫 날 다저스 타선은 활발히 살아났고 결정적일 때 터졌습니다. 1회 크로포드, 마크 엘리스, 라미레스가 연속 삼진을 당해 불길했지만 2회 1사에 이날 5번에 배치된 푸이그가 중전 안타로 포문을 열었고 유리베의 중전 안타 때 푸이그다운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로 3루까지 갔습니다. 다음 타자 7번 슈마커가 초구를 때린 것이 중견수 정면으로 날아갔는데 푸이그가 3루까지 못 갔으면 희생플라이가 아니가 그저 평범한 아웃이 될 뻔 했습니다. 슈마커의 타점으로 다저스가 선취점을 올리자 터너필드에 모인 4만3021명의 홈팬들은 조용해졌습니다. 그리고 A.J. 엘리스의 좌측 2루타로 유리베까지 홈을 밟자 도서관처럼 고요해졌습니다. 특유의 인디언 도끼 응원으로 관중석이 기가 살면 빅리그 그 어떤 야구장보다 원정팀을 주눅 들게 하는 곳에서의 선취 2득점은 대단히 중요했습니다.
다저스는 3회초 선두 크로포드가 내야 안타로 진루한데 이어 투아웃 이후에 올 시즌 가장 꾸준하면서 강한 영향력을 끼쳤던 4번 아드리안 곤살레스가 메들렌의 초구 132km 체인지업을 때려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큼직한 2점포를 터뜨리며 4-0으로 앞섰습니다. 아직 이른 3회였지만 커셔가 마운드를 지킨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저스는 승리를, 브레이브스는 패전을 직감한 순간이었습니다. 이날 11안타를 친 다저스는 4회까지 8안타를 몰아치며 5득점으로 분위기를 몰아갔습니다. 3,4,5번 라미레스-곤살레스-푸이그가 5안타 3타점을 올렸고 8번에 배치된 포수 엘리스는 2루타 2개를 쳤습니다. 테이블 세터인 크로포드와 마크 엘리스도 4번 진루해 2득점했습니다.
포스트 시즌은 정규 시즌과는 전혀 다른 별개의 시즌이라는 말을 종종 합니다. 워낙 경험이 풍부하고 찬스에 강한 베테랑들이 포진해 있어 9월 타선 부진은 그저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실책과 실수, 기에서 밀린 홈팀
정규 시즌에 96승을 거둔 애틀랜타는 92승의 다저스보다 앞선 성적으로 NLDS 1,2차전을 홈에서 치르는 이점을 얻었습니다. 그런데 객관적인 전력에서 밀린다는 평가가 많아서 그런지 1차전에서 더 긴장하고 힘든 플레이를 한 것은 홈 팀 브레이브스였습니다. 그리고 다저스는 상대의 미스 플레이를 놓치지 않고 공략했습니다.
2회초 푸이그와 유리베의 연속 중전 안타 때 푸이그가 3루까지 간 것은 그의 과감한 판단과 빠른 스피드 덕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슈마커의 희생플라이 때 선취점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중견수 헤이워드의 홈 송구가 중간 커트맨이 잡을 수 없이 높게 날아갔고 그 사이에 유리베가 2루까지 진루했습니다. 홈에서 주자를 잡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낮은 송구를 했어야 하는데 실책으로 기록되지 않은 실수였습니다. 이어서 A.J. 엘리스가 좌측에 안타를 쳤는데 수비가 평균 이하인 좌익수 개티스가 무리하게 공을 잡으려고 다이빙 캐치를 시도하다가 공을 빠뜨렸습니다. 유리베는 슬라이딩의 필요 없이 홈을 밟아 2점째를 올렸습니다. 헤이워드의 송구가 차단됐고 개티스가 단타로 막았다면 다저스의 2점째는 거의 불가능이었습니다. 다음 타자는 이날 삼진 2개를 당한 투수 커셔였으니까요.
3회초 선두 크로포드의 내야 안타 역시 2루수 엘리엇 존슨이 빠른 타구를 잘 막고는 떨어뜨리며 공의 위치를 잃어 내준 실책성 안타였습니다. 투아웃 이후에 곤살레스의 2점포가 터졌으니 크로포드를 정상적으로 잡았다면 곤살레스에 가기 전에 이닝이 끝났습니다. 모든 것이 결과론이지만 그만큼 브레이브스는 기본기를 벗어난 실책성 플레이가 많았습니다.
애틀랜타는 초반 공격 기회에서도 미숙한 플레이가 나왔습니다. 제구력이 흔들리던 커셔가 2회말 선두 개티스를 걸어 내보냈는데 1사 후에 크리스 존슨의 우측 뜬공 때 무슨 일인지 개티스는 마구 달렸습니다. 발 빠른 푸이그가 달려 나오며 공을 잡은 후 1루에 송구, 어렵지 않게 더블 아웃으로 이닝을 마쳤습니다.
언더독이라서 더욱 투지를 불사를 수 있다면 반전의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주눅 들어 원래 능력도 발휘하지 못하면 필패가 뻔합니다. 애틀랜타는 전반적으로 홈 필드의 이점도 살리지 못하고 조급하고 침착하지 못한, 기본기에 충실하지 못한 플레이가 속출하며 완패했습니다.
반면 다저스는 에이스의 역투 속에 중심 타선을 비롯해 선수들이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며 흔들리지 않는 침착한 접근법으로 낙승을 거뒀습니다. 1차전이 그 어떤 시리즈보다 중요해보였던 양 팀의 NLDS에서 다저스는 확실히 유리한 고지를 점했습니다. 4일 2차전에는 우완 잭 그레인키(15승4패 2.63)가 나서고 브레이브스는 좌완 마이크 마이너(13승9패 3.21)로 맞섭니다.
한편 이 경기에 앞서 벌어진 다른 NLDS 1차전에서 홈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3회말 카를로스 벨트란의 3점포를 시작으로 대거 7득점하며 9대1의 압승으로 서전을 장식했습니다. 두 팀도 5일 부시스태디움에서 2차전을 벌입니다.
민훈기 XTM 프로야구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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