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편 '추신수, 훌륭했던 창 아쉬웠던 방패'
※②편 '추 새 둥지, 필리스 or 양키스?'에 이어 계속
많은 구단들의 영입 대상으로 떠오른 추신수. 얼핏 계약기간 5년 이상에 총액 1억 달러 이상을 챙기는 건 어렵지 않아 보인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지난달 29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FA 자격 획득을 앞둔 외야수 헌터 펜스와 5년간 9천만 달러에 연장 계약을 맺었다. 펜스는 올 시즌 타율 0.283(178안타) 27홈런 99타점 OPS 0.822 fWAR 5.4를 남겼다. 많은 홈런을 때렸지만 추신수보다 빼어난 성적을 올렸다고 보긴 어렵다. 실제로 올해 타격능력(Batting)은 25.5로 추신수(40.9)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타자로서의 순수한 능력만을 따진다면 리그 톱10에 포함되는 추신수는 그보다 훨씬 많은 연봉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조금 더 깊게 살펴보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일단 펜스는 공격, 주루, 수비에서 고른 활약을 펼쳤다. 주루능력(Base Running)과 수비능력(Fieding)은 각각 6.1과 5.5였다. 지난 시즌엔 선수단을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기도 했다. 당초 5년간 7500만 달러에 연장 계약을 제시했던 샌프란시스코는 펜스가 후반기 타율 0.314 13홈런 51타점 OPS 0.912로 선전을 거듭하자 금액을 조금 더 올려 사인을 유도했다.
샌프란시스코가 협상 초부터 5년 계약을 제시한 건 만 30세의 나이가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프로선수의 전성기를 묻는 질문에 다수 관계자들은 만30세-37세를 거론했다. 최근 다양한 연구결과에서 범위는 크게 앞당겨졌다. 많은 관계자들이 전성기를 만26세-33세로 규정하고 있다. 이들은 만34세부터 내리막 현상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만36세까지 선수들이 완만한 하강곡선을 그리다 만37세부터 급격한 기량저하에 시달린다고 본다.
새롭게 정의된 전성기는 최근 연봉계약의 트렌드를 바꿔놓았다. 만26세-33세에 좋은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을 FA가 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후한 가격에 묶어둔다. 이 때문에 마이클 본, 닉 스위셔(이상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세인 빅토리노(보스턴 레드삭스) 등은 화려한 커리어를 남기고도 기대 밑의 계약기간과 금액의 제시받았다. 스위셔와 빅토리노는 만33세, 본은 만32세다. 모두 최전성기의 끝자락에 속하는 나이다. 만32세부터 38세까지 7년간 1억2600만 달러를 받는 제이슨 워스(워싱턴 내셔널스)의 계약은 향후 충분히 추억 속에 회자되는 일로 남을 수 있다.
그렇다면 샌프란시스코는 왜 펜스와 5년 계약을 맺었을까. 그들은 계약기간 가운데 3년을 주목했을 것이다. 전성기를 고스란히 팀 전력에 녹일 수 있단 점을 매력으로 느꼈을 것이다. 물론 이는 분명한 모험이다. 펜스의 플레이는 특유 운동능력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다. 좋을 때와 나쁠 때의 편차도 큰 편. 만34세 이후 소위 ‘먹튀’로 전락할 수 있다. 하지만 펜스가 최근 6년 동안 결장한 경기는 24번에 불과하다. 세이버매트릭스 지표상에서도 큰 이상 징후가 발견되지 않아 만34세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맞을 가능성이 낮다고 내다봤을 것이다.
다시 신시내티의 톱타자로 돌아가 보자. 만31세의 추신수는 다가오는 FA 시장에서 최고의 타자다. 현 기량만 놓고 보면 연평균 2천만 달러의 연봉이 전혀 아깝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새로운 구단은 추신수의 최전성기를 2년 이상 보지 못할 수 있다. 내리막을 앞둔 만34세-36세 타자에게 평균 1500만 달러-2200만 달러의 연봉을 지급하는 건 빅리그 구단들에게 크나큰 부담이다.
이 때문에 추신수를 원하는 구단들은 4년 계약기간에 평균연봉을 후하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오퍼를 넣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5년 이상 계약기간에 총액 1억 달러의 계약도 불가능하지 않다. 세 개 구단 이상이 영입전을 벌인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에이전트가 스캇 보라스란 점도 이를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 가운데 하나다.
추신수의 FA가 그간 기량에 비해 저평가를 받은 시간들의 연장선상이 될지, 진정한 가치를 발견한 구단들의 머니게임으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간 FA 시장에선 빼어난 장타력에 타점 생산 능력이 우수하고 우승 경험을 갖춘 선수들이 기량 이상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에 비해 세이버매트릭스 스탯이 빼어난 선수들은 저평가에 가까웠다. 빅리그의 고정관념에 야심차게 출사표를 던진 추신수. 그의 오프시즌이 해피엔딩으로 끝나길 기원한다.
김성훈 해외야구 통신원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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