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영국에서 발간되는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9월 28일자)는 브라질의 상징인 거대한 예수상이 추락하는 모습을 표지에 실었다. 브라질 경제의 부진에 대한 경고다.
이코노미스트는 2003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대통령 취임 이후 추진된 높은 세율과 임금 인상 조치 등 복지정책이 브라질 경제에 심각한 주름살을 남기고 있다고 전했다.
지우마 호세프 현 대통령은 "환율이 안정되고 인플레이션율은 적절하게 통제되고 있다"며 "실업률의 경우 역대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말로 이코노미스트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나 희망적이었던 브라질에 대한 시각이 변한 것은 확실하다. 투자은행 크레디스위스는 경쟁력에서 브라질이 세계 148개국 가운데 56위에 그친 것을 두고 인프라 투자 부족 탓이라고 분석했다.
2011년 브라질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인프라 투자 비율은 겨우 2.1%다. 필리핀은 3.6%, 콜롬비아가 5.8%, 칠레가 6.2%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 대학 교수는 "브라질 정부가 추진해온 각종 개혁이 중단되거나 매우 부진한 상태"라며 "브라질이 중국 경제의 성장둔화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같은 외부 요인에 지나치게 취약한 것은 그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치솟는 물가는 개인ㆍ기업의 주름살을 더 깊게 만들고 있다. 빅맥지수에 따르면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달러 대비 29.2% 고평가돼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조사결과도 비슷하다. 멕시코 페소화의 구매력이 미국 달러화보다 45% 많지만 같은 조건에서 브라질 헤알화의 구매력은 달러와 비슷하다. 저개발 국가의 물가가 선진국보다 싸야 한다는 통념에 맞지 않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문제가 지나친 세금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세금이 국내총생산(GDP)의 36%에 달해 전체 물가를 끌어올리는 원흉이라는 것이다.
브라질의 기업 활동은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브라질에서 새로 사업을 시작하는 데 필요한 절차는 평균 13건이다. 라틴 국가들은 9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은 평균 5건이다.
규제가 많다 보니 사업 출범까지 걸리는 시간은 119일로 이웃 국가들의 2배, OECD 회원국의 10배에 육박한다.
임금 상승도 심각하다. 2003년 이후 브라질의 임금은 배로 뛰었다.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은 67%다. 2003년 대비 지난해 최저 임금은 230% 껑충 뛰었다.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의 그레이 뉴먼 애널리스트는 "브라질의 최저 임금 상승이 초기에 소비증대 효과로 이어졌지만 지금은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의 헤알화 가치 하락에도 브라질의 수출 경쟁력이 살아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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